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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밀양시 구만폭포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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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과 어쩌다 작은 산악회를 만들게 되었다. 상큼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아직도 산악회 이름 하나 번듯하게 짓지 못했지만 산행을 떠나는 토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벌써 마음이 설렌다. 지난 27일에 우리는 구만산(785m, 경남 밀양시 산내면)으로 산행을 나서게 되었는데, 김해에 살고 있는 회원으로 오전 근무를 해야 하는 친구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오후 산행을 해야 했다.

한날에 지역이 다른 산 두 개를 탄다?

그날 오전에 시간적 여유가 있던 나는 중학교서 사회를 가르치는 신두진 선생님의 제의를 받아들여 구만산 산행에 앞서 무학산(761.4m, 경남 마산시) 산행을 하고 조수미, 이미영씨 등 김해 회원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말이 쉽지, 한날에 지역이 다른 산을 두 개나 탄다는 것은 좀 엉뚱한 발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아 나는 선뜻 그 제의에 응했다.

 
▲ 경남 마산시 무학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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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전 8시 55분께 서원곡(경남 마산시 교방동) 팔각정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무학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가장 가파른 서원곡 코스가 거리가 짧다. 그래서 요즘처럼 해가 긴 여름날에 서원곡 코스를 이용하면 퇴근 후에도 무학산 산행이 가능하다. 그날은 특히 산악회 회원 모두와 함께하는 오후 산행도 있고 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서원곡 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흥겨운 물소리가 내 눈과 귀, 그리고 마음마저 시원하게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바람 한 점 없는 후더분한 날씨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오전 10시께 무학산 정상에 도착했지만 김해로 가기 위해 이내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김해서 일행 모두를 만난 시간은 낮 12시 30분께. 임진왜란 때 9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구만산(九萬山)을 향해 우리는 드디어 출발하게 되었다.

 
▲ 구만계곡 철계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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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만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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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15분께 구만산장 부근에서 산행을 시작한 우리 일행은 구만계곡(밀양시 산내면 봉의리)으로 올라갔다. 구만산 남쪽에 위치한 그 계곡은 골짜기가 좁고 길어서 통수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계곡 양쪽으로 수십 미터의 높은 절벽이 솟아 있어 절경을 이루고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한지 바닥에 깔린 잔돌까지 환히 보인다. 게다가 바위문을 통과하여 철계단을 오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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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위를 타며 계곡을 지나가다 초록빛 숲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돌이 많은 너덜겅도 몇 차례 거쳐 가는데 높이 쌓은 돌탑도 볼 수 있다. 돌탑은 고달픈 우리들 삶의 맺힌 매듭을 간절한 기도로 풀어 나가는 지극한 정성이 느껴져 늘 내게 감동을 준다.

시원한 구만폭포서 환호성을 지르다

 
▲ 구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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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30분께 높이가 30〜40m 정도 되는 구만폭포에 도착했다. 추락하는데도 아름답고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이 폭포이다.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 앞에 서면 갑자기 신이 나서 지루한 삶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그래서 시원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괜스레 객기를 부리고 싶고,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환호성도 지르고 싶어진다. 이따금 지치고 아픈 몸을 폭포수에 그대로 내맡기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하지만 나는 폭포를 그저 바라만 보아도 온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30분 남짓 폭포 앞에서 맘껏 여름을 즐기다가 구만산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 일어섰다. 늦은 시간에 올라간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도 말렸지만 우리는 계획한 대로 정상까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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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밀양시 구만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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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가 진데다 오전 산행에 이어 두 번째 산행이라 가파른 오르막이 한동안 이어질 때는 몹시 힘들었다. 더욱이 길을 제대로 잘 찾아가고 있는지 몰라 불안했다. 그렇게 힘겨운 걸음으로 구만산 정상에 겨우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 20분께였다. 구만산 정상은 나무들로 에워싸여 조망은 없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정상 표지석을 보자 이상스레 힘이 다시 솟아올랐다.

 
▲ 구만폭포 앞에서 친구 조수미씨가 차려 준 내 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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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위해 구만폭포 쪽으로 하산을 하기 시작했다. 가파른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가 구만폭포에 이른 시간이 6시 20분께. 깔깔대며 신나게 놀던 등산객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폭포 소리만 힘차게 울려 퍼지는 구만폭포 앞에서 친구 조수미씨가 고맙게도 팥밥에, 미역국에, 미나리무침에 이것저것 맛있게 내 생일상을 차려 주어 정말이지,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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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저녁 식사를 하고 서둘러 하산을 했다. 구만산장에서 팥빙수를 사 먹고 길을 나서자 하늘에 달이 예쁘게 걸려 있었다. 그리고 와글와글 요란한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한여름 밤이 점점 깊어 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대구 방면) 밀양 I.C→ 금곡삼거리→ 산내면사무소→ 봉의마을→ 구만산
*(창원,마산 방면) 동창원 I.C→ 진영(국도 25호선)→밀양경찰서→밀양시청→긴늪사거리(국도 24.25호선 분기점)→금곡삼거리→산내면사무소→봉의마을→구만산
*(경주, 울산 방면) 언양 I.C→ 석남터널(국도 24호선)→ 산내면 남명삼거리→ 산내면사무소→봉의마을→구만산



태그:#구만산통수골, #구만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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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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