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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마동탁'이라고 불렸던 강타자 출신 마해영 엑스포츠(Xports) 해설위원이 쓴 책 <야구본색>(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5월 28일 발간)이 대한민국 야구계에 숨겨진 비밀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마 위원은 이 책에서 KBO(한국야구위원회)뿐만 아니라 야구 기자들에게까지 쓴소리를 해가며 '한국야구 발전'을 외쳤다. 또한 많은 선수들과 코치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해, 화려한 겉모습에 감춰진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특히 스테로이드 복용, 사인거래 등이 모두 사실이라고 고백해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현재 마 해설위원은 안정감 있는 해설을 보여주며 야구팬들에게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과 풍부한 선수 경험에서 나온 멘트들이 보는 이를 속 시원하게 만든다는 평이다. 책에서도 마 위원의 표현은 '시원시원'하다.

그렇다면 <야구본색>에서 마 위원이 꼬집는 한국 야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문제 ①] "기자님들, 비리를 비밀로 하는 의리 그만 발휘하시죠"

마해영의 <야구본색>
 마해영의 <야구본색>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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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자'님'들도 접대 받고 강자 편에 서서 비리는 철저하게 비밀로 해주는 의리는 그만  발휘하시고, 힘없고 나약한 선수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기사로 팬들을 현혹하지 말았으면 한다. 진정 야구를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라도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

마 위원은 이 책에서 KBO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기자들을 향한 불만을 토로했다. 마 위원이 위에서 말한 '기자들이 비밀로 해주는 비리'는 KBO를 비판하는 구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엄청난 예산을 집행하면서 팀을 늘리지도 못했고, 정치적으로나 행정적으로도 낙제점이다. 항상 언론의 질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BO의 일처리를 칭찬하는 기자는 프로야구에 암적인 존재라는 생각이다."

KBO가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쓰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중략) 야구계는 정치판이 아니다. 진정 깨끗한 땀과 피가 뿌리내려 고귀한 열매가 맺는 스포츠 현장이다."

그 비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다. 마 위원은 마지막으로 KBO의 투명성을 지적하며 총회와 이사회가 프로야구의 장기적인 발전이나 미래 계획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포츠․연예 전문 미디어 <OSEN>에 따르면 야구전문 기자들은 마 위원이 야구기자 전체를 악의적으로 깎아내린 것에 대해 기자협의회 차원에서 항의하는 것은 물론 법적조치들을 취할 방침이다. 

기자들은 '발끈' 했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한 야구 커뮤니티에서 누리꾼은 "불특정 다수라고 할 수 있는 야구전문 기자들이 전직 야구선수의 발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솔직히 기자들이 KBO편을 들었지 언제 선수들 편들었나?"라며 "기자들이 찔리는 게 있는지 '오버'한다"고 말했다.

[문제 ②] "스테로이드 복용, 사인거래 모두 사실"

또한 마 위원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금지약물 복용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마 위원은 "현역시절 복용이 엄격히 금지된 스테로이드를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선수들을 제법 목격했다"며 "외국인 선수들이 훨씬 복용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한국 선수들도 다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마 위원은 또 "모처럼 온 기회가 왔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는 욕심에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다"면서도 "신체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단지 약물 복용만으로 기량이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중론이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파문이 커지자 마 의원은 케이블방송 토크쇼에 나와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앞으로 야구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KBO는 마 위원의 책으로 야구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알려지자 전수검사에 가까운 수준의 도핑테스트 실시를 약속했고, 지난 9일 팀당 5명씩 총 40명을 무작위로 추첨해 도핑페스트를 실시했다.

마 위원은 또 올 초 김재박 LG 감독이 제기했던 선수 간 사인 거래도 일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학교 동문이나 가까운 선후배가 '오늘 못 치면 2군 내려간다, 도와줘'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사인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거의 승패가 확정된 상황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고 투수나 포수도 짐작을 하고 상황을 역이용하기 때문에 큰 성과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 ③] "야구계도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 계속돼"

현역 시절의 마해영, 동료 가르시아에게 업혀 있다.
 현역 시절의 마해영, 동료 가르시아에게 업혀 있다.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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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위원은 2군 선수들 대부분이 연봉을 받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집에서 용돈을 얻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선수들은 모두 '부자'일 것이라는 팬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발언이다.

마 위원은 "야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는 달리 장비도 각자 개인이 구입해야하고 체력관리 차원에서도 잘 먹어야 하는 종목이다"며 "노력과 시간적인 투자에 비하면 너무나 어이없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위원은 또 "연봉 2000만 원대 선수는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할 터이니 기가 막힌 운을 바라기 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리간 하늘의 별따기다"며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출 수가 없어 힘들어 하는 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에 방망이와 장갑, 스파이크 등 내 것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자금적인 문제는 비단 선수들에게만 있지 않다. 40, 50대에 이르는 코치들은 대부분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구단 측의 대우는 열악하다. 대부분의 코치들이 1년 단발 계약으로 구단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항상 재계약의 압박을 갖고 시즌에 임하고 있다.

마 위원은 "코치들은 재계약이 안 되면 그 다음날로 보따리를 싸서 혹시 타 구단에 자리라도 있는지 기웃거려야 하고, 이도저도 안 되면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며 "극히 일부에 불과한 최고의 선수가 감독 정도가 아니면 아직도 환경은 어렵고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마 의원은 또 "평생 야구만 했던 '야구쟁이'들이 야구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라며 "마땅히 다른 일을 할 것이 없는 그들의 최후는 아주 치명적이고 비참해 보이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 이호성씨가 2008년 3월 사채 빚 때문에 네 모녀를 살해하고 한강에 투신한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이씨의 끔찍한 범행은 그가 은퇴 후 벌인 사업에서 빚을 진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프로야구계는 녹록치 않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날마다 치른다. 또 은퇴 후에는 일부 선수들만이 성공적인 코치의 길을 걷는다. 나머지 선수들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호성 사건'이야 말로 마 위원의 말처럼 '치명적이고 비참한 최후'가 아닐까.

팬들 앞에서는 한없이 화려해보이기만 했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가슴 아픈 뒷이야기가 <야구본색>에 담겨있다. 마 위원의 책 <야구본색>은 제목 그대로 '야구의 본디의 빛깔이나 생김새'를 거짓 없이 보여주는 '솔직한 책'이다.


마해영의 야구본색

마해영 지음,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2009)


태그:#마해영, #야구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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