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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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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처럼 그도 유명해졌다.

MBC <PD수첩>을 수사한 검찰이 18일 이메일을 공개한 MBC 시사교양국의 방송작가 김은희씨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유명세를 원하지 않았다.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 속의 김 작가는 마치 무시무시한 주술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마녀'의 이미지로 그려졌지만 그 자신은 검찰과 언론의 합작으로 인해 사생활이 짓밟힌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검찰과 언론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과 국가인권위 제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저녁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 이후 작가들 사이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검찰이 작가들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했다는 보도(3월 5일 <동아일보>)가 나온 후 MBC 시사교양국의 작가 대부분이 국내 포털에서 구글로 이메일 계정을 옮겼다. 포털 사이트 것을 계속 쓰다가는 취재원 보호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도 포털도 이메일 압수수색에 대해 내게 얘기해주지 않았다. 언론보도조차 없었다면 검찰이 내 이메일을 뒤진 것도 몰랐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개인의 통신비밀을 결코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국가기관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메일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제일 먼저 이메일 계정을 옮기거나 지울 것을 권하고 싶다."

김 작가는 "그래도 검찰이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검찰이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자존심마저 스스로 짓밟아 버렸다"고 탄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신의 이메일을 조사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검찰이 본인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는 건 언제 처음 알았나?
"3월 5일 조능희 부장으로부터 들었다.

그날 <동아일보>가 1면에 특종 기사를 내자 다른 매체 기자들이 제작진도 알고 있는지 전화를 해온 것이다.

프리랜서 작가들은 MBC가 아니라 포털사이트가 제공한 이메일을 쓰는데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리 쉽게 이뤄지는 줄을 전혀 몰랐다.

내가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그리고 그들이 내게 보낸 이메일을 검찰 수사팀이 다 봤다고 생각하니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다."

- 검찰이 작가가 살던 집도 압수수색했나?
"검찰조사 마지막 날 박길배 검사가 '김 작가 집만 압수수색 못했으니 함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상한 건 집을 압수수색하는데 수사관이 책꽂이의 책들을 열심히 촬영하더라. 검찰이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찍는 칸이 있어서 어떤 책들이 있나 봤더니 인문서적들을 모아놓은 칸이었다. 그때 검찰이 내 (정치) 성향을 문제 삼아서 몰아가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 검찰 조사 분위기는 어땠나?
"검찰에서 언론 인터뷰와 기고문 심지어 작가협의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까지도 몽땅 확보해서 문장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3월 2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촛불이 켜질 때 <PD수첩>이 일정 부분 계기가 됐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놓고 '<PD수첩>과 촛불집회의 연관성을 인정하냐'고 묻는 식이다.

이메일 관련 부분만 4~5시간 정도 수사 받았다. 가령 '지난 주 일본여행을 다녀왔다'라는 내용이 있으면 검찰은 나의 출입국 관리기록을 보여줬고 '다음 주에 비가 온다더라'는 내용이 있으면 해당 주의 기상정보를 보여주더라. 검사들이 왜 수사와 상관없는 사생활까지 관심을 가질까 생각해보니 내가 해당 글을 쓴 사람이라는 걸 확증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오늘(18일) 공개한 메일의 경우에도 혹시라도 '내가 쓴 게 아니다'고 발뺌할까봐..."

- 왜 검찰이 작가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나?
"검찰이 능력껏 수사한 것으로는 (재판에서) 이길 승산이 없으니 <PD수첩>을 정치적으로 죽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게 아닐까? 검찰이 원래 PD들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는데 이들이 수사에 불응하자 작가를 캐기로 한 것 같다. 검찰이 이메일을 뒤져보니 내가 취재원에게 거짓말을 하게 했거나 부정한 돈을 받았다면 할 말 없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지 않나? 그런데 검찰 의도에 딱 맞는 자료들이 나왔고... 나를 이용해서 <PD수첩>을 친 것이다."

- 검찰이 결국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검찰은 수백 통의 이메일을 검토한 것 같다. 그중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몇 개를 찾아서 '김은희는 이런 사람'이라고 몰아갔다. 하지만 <PD수첩>이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생각하면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수사를 해야지, 검사가 왜 일개 프리랜서 작가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질문했는지 묻고 싶다. 부모님도 PD도 내게 '왜 그런 내용을 썼냐'고 묻지 않는다. 이건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문제 아니냐?

똑같은 말이라도 정색을 하고 얘기할 수도 있고 농담처럼 얘기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술자리에서 농담하는 것도 걸리는 거냐? 내가 북한을 찬양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게 문제시 되는 것이냐? 앞으로는 방송사들이 작가 뽑을 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해를 물어봐야 하는 시대가 온 거냐?

정부가 비밀투표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들이 선거에서 누굴 지지했는지를 문제 삼으려는 느낌마저 든다. 검찰은 내 머릿속을 이리저리 뒤지려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 머리를 검열하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나도 내 머리를 검열하려고 한 검사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지만, 그가 가진 생각을 문제 삼지는 않겠다."

-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차장이 김보슬 PD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근거로 "(김은희 작가가) <PD수첩>의 일부 제작진과 어떤 심정적인 공유가 있지 않았나하는 추측이 있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우리는 회의를 해도 너무 바빠서 그런 얘기할 시간도 없다. 검찰은 남의 명예훼손을 수사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해버렸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자존심마저 스스로 짓밟아 버렸다. 이번 수사팀은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방송을 수사한 것뿐만 아니라 작가의 이메일까지 공개해 사생활과 인권을 유린한 검사들로 남을 것이다. 창피함을 아는 검사가 있다면 검찰 조직의 명예를 훼손한 검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맞지 않나?"

- 검찰 발표를 인용한 언론들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 때문에 언론이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다면 정말 정신을 못 차리는 거다. 검찰이 노리는 것은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는 게 아니라 MBC에 불온한 낙인을 찍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PD수첩>을 옭아매려고 언론에 뭔가 계속 던져줬는데, 여기에 장단을 맞추는 언론들이 있다.

기자들의 양심에 호소하고 싶다. 나도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이니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검찰에 의해 한 사람의 인권이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는 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검찰이 자꾸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자기들의 얘기를 기계적으로 받아쓰고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이 있기 때문이다. 권언유착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번 기회에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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