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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 예배 형식으로 열린 '용산학살 150일 규탄 추모문화제'. 참사 희생 유가족들이 앞줄에 앉아있다.
 18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 예배 형식으로 열린 '용산학살 150일 규탄 추모문화제'. 참사 희생 유가족들이 앞줄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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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최종 : 18일 밤 9시 45분]

남일당 앞에서 열린 '가장 순수한 예배'... "하나님이 오늘 용산에 오셨습니다"

"교회는 화려한 건물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 바로 순수한 교회입니다. 예배는 건물 안에서 정해진 순서대로 드리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가 정말 순수한 예배입니다. 설교는 자기 마음대로 성경을 해석해 신도들을 겁주고 헌금을 얻어내는 게 아닙니다.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말씀을 똑바로 듣는 것이 설교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여기 용산에 계십니다. 여기가 순수한 교회이며 이 자리가 순수한 예배입니다."

18일 저녁 7시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은 교회가 됐다. 예배 형식으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려는 목사들에게 경찰이 "순수한 예배 형식으로만 진행하라, 정치발언이 나오고 불법집회로 변질되면 연행하겠다"고 경고하자, 목사들은 "이 자리가 바로 순수한 예배"라고 화답했다.

"아멘" 대신 울려퍼진 "명박퇴진"

이날 무대에 선 방인성 목사('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공동집행위원장)는 "목사라면 지금 촛불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신앙인의 양심이다"고 말문을 연 뒤 '순수한 예배'에 대해 '설교'했다.

방 목사가 "이 나라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면 용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한국 교회는 이제 건물 자랑, (신도)숫자 자랑, 돈 자랑, 거짓 축복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시민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아멘"이 터저나왔다. 문화제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민주당의 강창일, 김상희, 김희철 의원과 김근태 고문도 참석했다.

박덕훈 목사('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공동집행위원장)의 기도 역시 강도가 셌다. 박 목사는 "믿는 사람들과 교회가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교회를 망하게 하시고 대신 이 땅 백성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소서"라고 외쳤다.

사회를 맡은 최헌국 목사(평화교회)는 "저는 소리쳐서 기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통성기도'를 제안했다. '용산교회' 신도들의 기도는 "책임자 처벌하고 대통령은 사과하라" "수사기록 공개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는 것이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대신 "명박정권 퇴진투쟁! 결사투쟁!"이라는 끝구호가 따라붙었다.

무대에 선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는 "남편이 생전에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서 비록 몸은 아직 냉동고에 있지만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여러분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면 우리 유가족들은 서민이 잘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 150일이 아니라 1500일이라도 싸우겠다, 많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노안나 용산4지구철거민대책위원회 총무는 "어제 축구경기를 보면서 공평하게 운동화에 운동복을 갖춰입고 뛰는 박지성 선수가 부러웠다, 저희들은 정부와 너무 불공평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오늘 보니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셨다, 150일이 지나도록 이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주셨다"면서 "불공평한 경기가 아니다, 반드시 승리해서 여러분을 이 자리에 다시 모시고 사람답게 사는 용산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밤 9시 30분 촛불문화제를 마지막으로 이날 용산참사 150일의 기자회견과 집회, 문화제는 모두 끝났다.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는 오는 20일 오후 4시 다시 참사 현장에서 '용산 살인진압 다섯달 범국민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다.

[2신: 18일 오후 6시]

"다섯 사람 생명이 강아지만도 못한가"
용산참사 150일... 대한문 앞 서울 재개발정책 규탄집회 열려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와 참사 유가족들은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 측에 뉴타운재개발 정책 개선과 용산4구역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용산범국민대책위원회와 참사 유가족들은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 측에 뉴타운재개발 정책 개선과 용산4구역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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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 용산 유가족과 범대위 소속 시민단체 회원 2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뉴타운 재개발 정책전환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용산참사가 경찰의 강경진압 뿐 아니라 서울시의 개발정책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서울시에 ▲ 재개발정책 중단 및 원점 재검토와 ▲ 용산4구역 상가세입자를 위한 임시상가 등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개 항의서한에서 "서울시의 화려한 개발계획에는 그곳에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없다"면서 "재개발조합이 '철거용역업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깡패집단을 동원해 주민들을 쫓아내도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용산구청과 서울시는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외면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한강 르네상스나 디자인서울, 경제문화도시 등등 문화와 생태로 서울시 개발을 포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 이면에는 불도저식 막개발의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면서 오세훈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을 함께 비난했다.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씨는 "지금도 (고인들의 자녀와 손자인)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영안실에서 등교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고인들의 장례를 모시고 싶지만 이 정권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주말 집에 들렀다가 강아지를 땅에 묻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12살짜리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돌아와보니 딸이 애지중지하던 강아지가 차에 치어 농장 입구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7살짜리 막내는 강 대표에게 "아빠, 강아지한테 흙 덮지마"라고 말렸지만, 그는 "안 덮으면 파리가 끓는다"고 달래서 겨우 강아지를 묻고 무덤에 십자가를 꽂은 뒤 기도를 했다고 한다. 차마 딸에게는 강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하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는 그는 "한 생명이 이렇게 귀하다, 세상과도 바꿀 수 없다"면서 "그런데 이 정권은 (용산에서 죽은) 5명의 생명을 강아지만도 못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강 대표는 이어 "지나는 시민들이 '국회의원이 왜 국회에 안 들어가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거리의 정치'를 강조했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일하는 게 맞다. 그런데 과반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입법부의 역할을 포기했다. 용산문제에 대해서도 야당들이 특검을 하자고 하지만 한나라당이 받아주지 않는다. 여야를 떠나 행정부를 호통치고 바로잡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인데, 여당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래서 감세정책으로 부자 곳간에 100조를 채워주고 미디어발전위원회도 온갖 핑계로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 해체했다. 국회가 입법부의 역할을 상실했으니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다. 식물국회를 내버려두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범대위 대표들은 오후 5시께 집회를 마치고 항의서한을 전하기 위해 시청 앞으로 향했고,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민주노동당의 시청 앞 삼보일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집회 도중 몇차례 "여러분은 지금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면서 해산경고방송을 했다. 그러나 별다른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1신: 18일 오후 2시 15분]

18일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150일 범대위 대표자 특별기자회견'.
 18일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150일 범대위 대표자 특별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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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50일이 되는 날이다. 한겨울에 불타 죽은 5구의 시신은 땡볕이 내리쬐는 6월에도 아직 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얼어붙어 있다. 이날 용산 남일당 참사현장과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문화제가 잇따라 열린다.

"이제는 특단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

이날 행사의 첫 순서는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린 '용산 범대위 대표자 특별 기자회견'.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20여 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 섰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는 "150일이 지나도록 이명박 대통령은 유가족의 말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우리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면서 "남편들을 따뜻한 곳에 보낼 때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이날 오전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무총리실을 항의방문했던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권태신 총리실장에게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총리실 측은 "그동안 용산문제에 대한 관계부처 회의는 연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사건 은폐·조작에 직접 개입했을 것이다, 책임자 처벌을 못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개입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임기가 끝난 뒤 결국 이 대통령은 이 사건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은 사회당 대표 역시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평화시위에 폭력진압은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 대통령은 뜨끔했을 테지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산에서 죽어간 열사의 시신 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도 지금 꽁꽁 얼어 있다, 녹을 기미도 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용산범국민대책위는 ▲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 검찰수사기록 3000쪽 공개 및 용산참사 특검법 수용 ▲ 유가족 및 참사 희생자를 위한 보상 특별법 제정 ▲ 용산 철거민 이주대책 마련 및 뉴타운재개발 관련 법·제도 개선 ▲ 구속 철거민 석방 및 전철연·범대위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18일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150일 범대위 대표자 특별기자회견'.
 18일 오후 1시 용산 남일당 참사 현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150일 범대위 대표자 특별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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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범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시국선언에서 용산참사 해결이 최우선 순위로 등장하는 것은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국정을 쇄신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이 정부에 대한 마지막 대화 요구"라면서 "다시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유가족과 범대위는 특단의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단'의 방식과 관련해 홍석만 용산범대위 대변인은 "구체적인 방법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이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면서 "그동안은 합법적인 방식으로 싸워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용산범대위는 오후 4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측에 뉴타운재개발 정책 개선과 용산4구역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저녁 7시에는 다시 용산 남일당 현장으로 돌아와 '용산학살 150일 규탄 추모문화제'를 개최한다.


태그:#용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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