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vs 경제발전 ?

노공(내가 부르는 고 노무현전대통령의 애칭) 서거 이후 수많은 추모 열기 속에 민주주의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혹여 간과하기 쉬운, 오해하기 쉬운 것이 있어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현 정부 발표문 검색에서 1위가 '오해'라는 단어가 아닐까?)

많은 국민들이 자각하고 후회했던 이유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마치 상대개념으로 인식되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 민주주의는 잠시 쉬어가도 되고, 참아야 하는 것일 것?

먼저 두 개념의 체계적 위치를 말해보자면, 민주주의는 정치개념이고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당연히 경제의 상위개념이고 국가의 최고 규범이다. 정치라는 것은 그 정의가 사회의 자원(인적,물적)을 배분하는 기능이다.즉,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 되고, 그 의사를 대의기관에 투영시켜 사회의 자원을 배분케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것이고, 다수결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주식에 있지 않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장애자이든 '자연인'으로서 1인 1표인 것이다.

이에 비해 경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평등한 '자연인'과는 다른 '법인'제도를 인정하고, 일정한 권리의무를 준 것은 그 효율적 사용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법인인 주식회사는 주식의 숫자로 의사결정을 한다. 즉, 경제에서는 부가 많은 사람이 다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체계상 경제의 평등은 민주주의의 평등 가치에 종속되는 것이다. 오늘날 개인이든, 사회이든 모든 가치가 '화폐'로 변환되어 평가받는 시대로 되어 감에 따라, 우리는 민주주의 가치를 잊은 것은 아닌가?

두번째로, 민주주의 가치가 경제보다 상위개념이라고 하였지만,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저해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자.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자원의 집중을 통한 경제규모의 효율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또는 개인의 합리적 이기심에 바탕한 동기유발을 말할 수도 있다. 논의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창의성이라고 본다. 작게는 시장에서의 차별화요, 크게는 창의적 인재개발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계발되고 활성화될 것인가? 창의성의 전제는 다양성과 관용이다. 나와 다른 것을 긍정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하고, 각양각색의 사회 구성원의 다양함 속에서 부가가치가 개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성과 관용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요, 실질적 법치주의다.

민주주의는 제도라는 형식보다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한 것이요, 법치주의 역시 가치개념인 것이다. 교과서적인 표현대로 하자면,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권력구조를 기술한 최고의 상위규범이다. 헌법의 핵(국민의 기본권과 견제와 균형의 권력구조)을 파괴하거나, 남용하면서, 그것을 정당한 법집행이라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자기모순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 가치와 그 제도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요, 그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들이 더 통합하고, 응집력있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인 것이다.

보라. 경제적 평등이 민주주의 평등가치보다 상회하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언론의 자유가 기득권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는 곳에서 어떤 다양함이 존재할 것이며, 어떤 새로운 생각, 창의를 발현할 것인가? 이 사회의 다수는 누구인가?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한국주식회사가 아니다. 1% 대리인인 현직 대통령과 대다수 서민의 대통령과의 차이는 어찌보면, 위에서 말한 가치체계를 이해했던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내 자의로 사람을 분류하자면, 이기적이냐, 이타적이냐 라는 구분 하나와,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의 2가지 기준이 있다. 따라서 경우의 수는 4가지가 될 것이다. 나는 현 정부의 구성원, 그리고 흔히 보수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에게 이타적인 사람이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합리적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이타적인 것은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각인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합리성은 우리 사회의 여러 규범구조의 기반이며 약속이기 때문이다. 제발 대한민국의 헌법의 규범과 약속을 지키자.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