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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의 나무로 병풍을 친 듯한 산책로
 좌우의 나무로 병풍을 친 듯한 산책로
ⓒ 임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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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로 흔히 불리는 5월이 마지막 손짓을 하며 떠난지 얼마되지 않은 6월 2일, 개인 업무차 충북 제천에 들렀다. 채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한 관계로 하루를 더 찜질방에서 머무르다 잠자리가 바뀌다 보니 뒤척거리다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아래층에 있는 사우나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한 손님과의 약속이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몇해 전부터 꼭 여유를 갖고 가보고 싶었던 인근의 의림지를 찾았다.

제천시내를 10여 분 정도 벗어나니 의림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침 8시경이고 어젯밤에 게릴라성 소나기 때문인지 의림지는 고요 속에 묻혀 있는 듯 하다. 자동차로 이동하였기에 주차할 공간을 확인하여 차를 세운후 의림지 주변으로 설치된 산책로를 들어섰다.

산책로를 밟은 첫느낌은 상쾌하다. 나무로 만든 재료 때문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첫 발을 내딛으며 코끝으로 전해지는 상쾌한 공기의 촉감. 참 잘 왔다는 기분을 만끽하며 걷는 순간 난간에 자그마한 현수막으로 붙어있는 시들이 한층더 기분을 좋게 한다.


 돌터널
 돌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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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걷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친 돌터널은 이 산책로를 포근히 감싸안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 세상에 어머니의 품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으랴. 생명의 시발점이자 건물로 비하자면 기초를 쌓은 곳이 아니던가.


생각케 하는 구절이 담겨있는 시
 생각케 하는 구절이 담겨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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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을 더 가다보니 누구나 공감케하는 문구가 새겨진 시 하나가 눈에 띈다. "사람들 세상에 태어나서 몇 사람이나 얼마만큼 진정(眞情) 사랑하다가 갈까"라는 시의 말미에 있는 구절이 삶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나 역시 세상에 속한 한 사람으로서 이 시의 구절처럼 이웃 사람들을 얼마만큼 진정으로 사랑했는지 자문하여 본다. 바쁜 생활을 하다보면 쉽사리 잊어 버릴 수 있는 삶의 보편적 진리를 일깨워 주는 듯 하여 가슴이 뭉클해 진다.



동동주식당
 동동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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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중간 쯤에 위치한 식당의 동동주간판을 보며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겨 있는 바람에맛볼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하며 발길을 옮긴다.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리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들은 절로 기분을 더 좋아지게 만든다.

목조다리 주위로 늘어 선 소나무들
 목조다리 주위로 늘어 선 소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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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빛의 색깔은 우리 눈에 피로를 주지않는 자연의 색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 눈여겨 보니 과연 그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세상 만물을 만드신 조물주의 놀라운 세심함을 다시한번 생각하며 자연의 소중함도 새삼스러이 느껴본다.


 옛 정취를 풍기는 시
 옛 정취를 풍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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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문신이었던 김창협의 '우 옥순봉(又 玉筍峯)'이라는 옛 시는 운치를 더한다.


시인 류시화의 시 한편
 시인 류시화의 시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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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걸려있는 익히 들어봄직한 시인인 류시화의 시 한 편은 옛 시인이나 오늘날의 시인이나 사물을 보며 느끼는 바는 세월이 아무리 가도 별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옛 조상들이 더 뛰어날수 있음을 그들이 이루어 놓은 건축물이나 문화유산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의림지 전경
 의림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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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마지막에 맞이하는 의림지는 푸근함을 더해준다.


빗 속에도 조깅하는 한 사람
 빗 속에도 조깅하는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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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여 개 걸려 있는 시들을 감상하며 걸어도 30여 분이면 족한 코스 마지막 부근에서 내린 게릴라성 소나기 속을 뛰어오며 마주친 조깅하는 한 사람은 비가 많이 쏟아짐에도 별 동요가 없어 보인다. 모든 일에서 저런 태도로 임하면 안될 일이 없겠구나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 자동차를 향해 줄달음 친다.

덧붙이는 글 | 민초신문(www.minchoshinmoon.co.kr)



태그:#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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