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실시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모처에서 세 사람이 모였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그들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때문이었다. 이른바 '세무조사 무마 대책회의'을 연 셈이다.

이날 모인 세 사람은 모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과 '형님 동생' 할 정도로 오랜 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또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인 이 전 수석은 지난 2003년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사무실 보증금 5억여원을 박 회장에게 빌렸고, 노무현 정부에서 보훈처장을 지낸 김정복 전 청장은 박 전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박연차 사돈의 최종 로비대상은 한상률 전 청장?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주도한 인물로 김정복 전 청장을 지목하고 있다. '박연차 대책회의'도 김 전 청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김 전 청장을 상대로 12일과 14일 두 차례나 소환조사를 벌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은 전형적인 부산·경남(PK)출신 인사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고등학교(부산고)와 대학(부산대)을 다녔다. 국세청 국제조세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3국장을 거친 그는 2002년 12월부터 2004년 1월까지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청장이 박 전 회장과 사돈관계를 맺게 된 데는 PK출신에다가 박 전 회장의 사업장이 있는 PK에서 근무한 경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돈과 골프, 술 등으로 PK지역 권력기관장을 관리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이 김 전 청장과 사돈을 맺고 싶어 딸을 정략결혼시켰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김 전 청장은 '박연차 대책회의' 3인방 중 유일하게 검찰에 소환된 인사다. 검찰은 ▲태광실업 세무조사 사전인지 경위 ▲박연차 대책회의 개최 경위·목적 ▲대책회의 논의 내용 ▲대책회의 이후 세무조사 무마 로비여부 등을 집중 캐물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세청 후배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줄을 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청장과 한 전 청장은 각각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과 4국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국세청 국제조세국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김 전 청장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의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4일 임창규 전 조사4국 1과장(현 노원세무서장)을 소환조사한 것도 그런 사실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김 전 청장이 접촉을 시도한 인사 중에 한 전 청장이 포함돼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구속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법정에서 "박연차 전 회장측이 지난해 8월 30일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잘 방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진술해 눈길을 끈다. 대책회의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로 이어졌을 개연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청장이 박 전 회장과 '형님 동생' 할 정도로 가까운 천 회장을 로비통로로 움직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4TCEO) 멤버로 알려졌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인 윤은기 총장이 세운 경영전문대학원이다.

검찰, 실패한 로비로 규정하고 수사 수위 조절?

검찰은 김 전 청장 조사를 거의 마치고 다음 주중에 한 전 청장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쪽 인사들을 상대로 한 조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귀국을 꺼리고 있어 서면조사 등으로 소환조사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5일 "한 전 청장과 어제 통화가 됐는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귀국은 망설이고 있다"며 "천신일 회장을 조사하기 전에 조사할 필요성이 있어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한 전 청장의 직접조사가 어려울 경우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한 전 청장이 귀국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실제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실패한 로비'라는 점을 헤아려 수사와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고 하면 얻은 게 있어야 하는데 국세청이 결국 검찰에 박 전 회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하지 않았냐"며 "검찰도 결국 '실패한 로비'로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그:#박연차 게이트, #김정복, #천신일, #추부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