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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를 물어온 제비는 아니지만 옆 제비집에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금반지를 물어온 제비는 아니지만 옆 제비집에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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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 물어온 제비를 기억하시나요?

5일 전 처음 만났을 때 알을 품고 있던 그 제비가 어느 새 새끼를 깠습니다. 너무 어려서 그런지 아직 고개를 내밀지 않아 몇 마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미 애비가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바빠 보였습니다. 제비집도 두 개가 더 숨어 있었네요. 더해서 15개!

때맞춰 그간 자취를 감췄던 금반지도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제비네 주인집 아주머니 손을 거쳐 한 보석가게에 팔려 갔던 '금반지'가 오늘(12일)에야 나타났노라고 그 보석가게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제비네 주인인 강홍근(61)씨와 그 보석가게로 갔습니다. 마침 함께 취재 중이던 두 방송사 스태프도 동행했습니다.

보석가게 주인인 백아무개 사장은 "작은 종이봉투 속에 넣어 둔 줄 모르고 엉뚱한 곳만 찾았다"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냈습니다. 금반지 찾으면 꼭 연락 달라 했던 기자의 당부가 부담이 됐던 모양입니다.

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팔려간 보석가게에서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비가 물어온 금반지. 팔려간 보석가게에서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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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제비가 물어온 그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끊어진 반지는 활처럼 휘어 있었고 때가 끼어 누런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지 안쪽에는 강씨의 얘기처럼 '○금당 분석 24K'라고 선명하게 적혔네요.

이 반지를 본 강씨는 무척 반가워하며 "그 반지가 맞다"고 확인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반지를 다시 되찾고 싶다는 마음도 감추지 않았네요.

그러나 무슨 일이든 어떤 물건이든, 한 번 떠나긴 쉬워도 되돌려 놓긴 힘든 법이지요. 보석가게 주인장의 마음은 사연 깃든 그 금반지를 내어놓고 쉽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이 흥정의 결말에까지 관심 갖긴 싫지만 아름답게 매듭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왔다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 잠시나마 얘깃거리가 됐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에 흥미를 두고 있는 걸까요?

그 금반지의 가치는 8만5000원이었습니다. 제비네 주인집에 8만5000원의 공돈이 생겼음을 부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제비'에게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흥부와 놀부' 얘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말이지요.

최근 문화재청이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을 만큼 제비의 삶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처마가 없는 건축물, 갯벌과 들판의 매립과 개발, 농약의 남용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힙니다.

사실 이런 원인자들은 제비뿐 아니라 다른 새들과 생명체에도 치명적이지요. 그럼에도 유독 제비에 신경을 더 쓰는 이유는 제비와 인간 사이의 묘한 관계 때문이지 않을까요?

처마 밑, 어쩌면 사람공간이라 할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제비에게 인간은 유독 애정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지저분하다며 제비집을 뜯어버리는 매몰참도 보였지만 한 해라도 제비가 찾지 않으면 마음이 쓰이는 게 보통입니다.

활처럼 휘어진 금반지. 제비는 이것으로 집을 지으려 했나봅니다.
 활처럼 휘어진 금반지. 제비는 이것으로 집을 지으려 했나봅니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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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제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관계기관이 개체 수 실태파악에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선, 천연기념물 지정 얘기가 조금 뜻밖으로 들리기도 합니다만 요즘 보기 드문 제비가 찾아와 그것도 금반지를 물어왔다고 하니 관심거리일 수밖에요.

"새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더 이상 인간도 살 수 없다"는 얘기는 조류학자들이나 환경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면 흔히들 하는 얘깁니다. 그리고 보통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얘기지요.

그럼에도 희귀한 새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환경론자'로 내몰면서 "새가 밥 먹여 주냐" "내 재산권 침해하지 마라"며 크게 반발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와 인간, 그 관계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비는 조금 다른가봅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제비 한 마리씩 품고 있었나봅니다. 봄이면 찾아오는 그 제비가 이제 보이지 않으니, 정말로 걱정되나 봅니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 건가?'

경남사천에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금반지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했습니다. 그리고 몰골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그 금반지가 오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이 제비에게 쏠렸으면 합니다. 반지 물어온 제비도 기특합니다만 골목길과 들판을 힘차게 누비는 모든 제비들에게 '다시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길 빕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해도 제비가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우리 삶에 작은 변화를 줘야겠습니다.

끝으로 제비네 주인 강씨의 말을 옮깁니다. "나도 귀찮아서 해마다 제비집을 뜯어 버렸지. 그런데 언젠가 손님들이 제비집을 보며 좋아 하기에 내버려 뒀더니 저렇게 된 거야." 강씨가 금반지 물어온 제비를 맞은 비결은 여기 있었습니다.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온 일이 흔하지는 않지요. 방송사 취재 열기도 뜨겁습니다.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온 일이 흔하지는 않지요. 방송사 취재 열기도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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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분주한 어미 제비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분주한 어미 제비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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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자신들을 취재하는 취재진을 내려다 보는 제비들. 무슨 생각을 할까요?
 비를 맞으며 자신들을 취재하는 취재진을 내려다 보는 제비들. 무슨 생각을 할까요?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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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금반지, #제비, #흥부와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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