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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피맛골. 재개발 여파로 옛 건물들은 철거되고 아기자기한 골목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곳. 지난 수십 년동안 종로를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식사나 퇴근길 술 한잔으로 목을 축일 수 있던 곳이다. 80~90년대 종로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주로 젊은이들이 즐겨찾던 현대적인 '500냥 하우스' 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오래도록 서민적인 옛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곳이다.

최근 들어 이 피맛골 중에 재개발 공사에 따라 교보문고 정문에서 종로구청 앞 이면도로 부근까지 약 80% 정도는 건물들이 모두 철거된 상태다. 피맛골에 인접한 종로대로변 쪽으로만 아직 허물지 않은 건물들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는 건물 철거를 앞두고 일부 공사용 가림막을 설치해 둔 상태다. 이곳 피맛골 골목 한자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터를 잡고 장사를 해온 '열차집'도 조만간 건물 철거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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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맛골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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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종로 피맛골 재개발.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 옛 것은 모두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만다. 그것은 건물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던 서울시민의 유구했던 삶의 흔적과 추억마저도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는 예스러운 피맛골에 대한 추억은 서울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 개인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피맛골에 대한 한가지 추억을 더듬어 본다.  

'인터넷카페 원조'가 있던 피맛골, '열차집 2층'

수십 년동안 한자리에 터를 잡아온 밥집 중에는 유명맛집이 즐비했던 피맛골. 그 중에서 현재 건물철거를 앞둔 종로 교보문고 정문 앞 피맛골에 위치한 '열차집'은 특별히 국내 초창기 '인터넷카페 원조'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 '열차집 2'로 불리는 2층엔 지난 94년부터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상용화된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PC방의 원조격인 초창기 인터넷카페 '넷(NET)'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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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집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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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카페 '넷'을 비롯한 국내 초창기 인터넷인프라, 인터넷카페와 인연을 맺게된 것은 지난 95년. 당시 재직하고 있던 회사에서 회사 소유 상가 재건축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때. 새로 입점하는 업종시장조사 결과, 당시 일본에서 새롭게 뜨고있던 인터넷카페를 주목, 방문조사하면서 부터다.

당시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가 겨우 36만 명(한국인터넷정보센터 자료)으로 집계되던 때. 최초 인터넷카페는 서울을 중심으로 4~6개 정도가 있었다. 서울에는 혜화동로터리 부근 원형건물 6, 7층에 있던 '칸타타(CANTATA)', 홍대앞 먹자골목 건물 지하에 있던 '넷츠케이프(NETSCAPE)',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방면 도로상 건물 2층에 있던 '웹스페이스(WEBSPACE)', 그리고 현재 종로 교보문고 옆 피맛골에 있던 '넷(NET)'이 대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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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카페 넷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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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넷츠케이프'와 '웹스페이스'는 인터넷 사용기능이 주가 되고, 음료 테이블은 한두 개 정도만 배치해 카페 기능은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현재 PC방과 동일한 구조였다. 이에 반해 '칸타타'와 '넷'은 카페영업을 중심으로 인터넷 사용공간을 부수적으로 설치해 운영한 인터넷카페 형태였다.

당시 초창기 인터넷카페에 설치되었던 컴퓨터 사양은 펜티엄 486-100Mhz급이나 파워매킨토시가 주종이었다. 인터넷 이용속도는 접속망 서비스업체를 이용할 경우 최하 256Kbps급 정도였다. 초고속모뎀속도라 할지라도 28.8Kbps급이었던 시절이었다. 초창기 주로 이용자층은 대학생 50%, 외국인 20~30%, 나머지는 직장인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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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카페 넷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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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피맛골 재개발로 그 흔적마저 사라지는 인터넷카페의 원조 '넷'은 인근에 교보문고와 미 대사관 등이 있어 특히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곳이었다. 내부 분위기도 마치 홍대클럽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자유롭고도 전향적인 그래픽이 그려져있는 곳이었다. 건물철거를 바로 앞둔 이곳은 현재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옆에 그 작은 흔적만 남겨있을 뿐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대용량 초고속 접속속도를 즐기는 21세기를 맞이해 피맛골과 함께 사라지는 20세기 옛 인터넷카페 원조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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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카페 넷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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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터넷카페, #피맛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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