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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 학생 수천명이 사직공원을 지나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2008년 5월 31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 촉구 2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 학생 수천명이 사직공원을 지나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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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85조에 대해 "교통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마라톤 경기나 신고 된 집회에서의 도로 행진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주관적·객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 마라톤대회 장면.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85조에 대해 "교통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마라톤 경기나 신고 된 집회에서의 도로 행진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주관적·객관적 요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 마라톤대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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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에 참석해 거리 행진을 한 행위는 범죄 요건에 해당될까 아닐까.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 600여 명이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며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걸 보면 분명히 범죄 요건에 해당된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범법자가 되기 싫으면 거리 행진은 하지 말라는 말인가? 거리 행진이 범죄라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수백 번씩 열리는 각종 마라톤 대회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처벌하는 주된 근거였던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이민영 부장판사)는 2007년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거리를 행진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성준(34)씨가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지난 1일 받아들였다.

법원, 일반교통방해죄 위헌법률심판 제청

법원은 지난해 10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를 규정한 법률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물은 바 있다. 결국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지적받은 법률 두 조항이 모두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이로써 박원석·백성균 등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 재판은 물론이고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600여 명의 재판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촛불 1주년을 맞아 최근 시민 221명을 무더기로 연행한 경찰과 검찰의 '강경모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듯하다.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85조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률 자체만 보면 인위적으로 도로, 수로, 다리 등을 파괴하는 걸 방지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반교통방해죄는 주로 집회·시위 참석자들을 처벌하는 데 적용됐다. 이 때문에 이 법률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19주년 세계노동절 범국민대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생살리기, 민주주의 살리기, MB정권 심판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과 학생들이 종로3가에 모여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119주년 세계노동절 범국민대회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생살리기, 민주주의 살리기, MB정권 심판 범국민대회'를 마친 시민과 학생들이 종로3가에 모여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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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라는 문구도 논란이다. '기타 방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재판부도 이 점을 분명히 짚었다.

재판부는 "교통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에 이 조항을 적용할 경우 마라톤 경기나 신고된 집회에서의 도로 행진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주관적·객관적 요건에 해당한다"며 "신체 이동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보다 차량을 이용한 이동의 자유를 우위에 두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법 조항만으로 '기타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고 법학자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교통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로 도로교통법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를, 집시법은 5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구류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처벌은 지나치게 중해 비례의 원칙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일반교통방해죄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우려"

이와 관련 한택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 참석자들이 많아 도로에 내려온 사람들까지 처벌하는 근거가 되는 등 입법 목적과 달리 적용된 사례가 많았다"며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환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도 "법률이 밝히고 있는 '기타의 방법'이란 게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과연 집회·시위에서 사람에 의한 일시적 도로 점거를 교통의 방해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고 형법 185조의 적용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반교통방해죄 적용은 그동안 박원석 등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 5명의 재판에서도 치열한 법리논쟁의 대상이었다. 박원석·백성균 등 5명에게 적용된 혐의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죄다.

지난 3월 6일 이들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촛불 시민들이 도로를 손괴했나, 아니면 도구를 이용해 교통을 불통시켰나. 오히려 컨테이너로 도로를 막은 건 경찰이었고, 그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대열지어 걸어가는 게 어떻게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하나, 우리나라가 '차량 지상주의국가'인가"라고 지적했다.

증인으로서만이 아니라 한 교수는 최근 자신의 논문 <일반교통방해죄와 집회·시위에서의 그 적용을 둘러싼 문제>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의 위헌적 요소와 적용 문제점을 명확히 짚었다.

한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일반교통방해죄의 법정형은 지나치게 광범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기타 방법'에 대한 확장해석과 광범위한 법정형이 결합할 경우 위헌 가능성이 크게 증대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자료사진)
 헌법재판소(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유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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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에 오른 두 '기본권 침해' 우려 법률...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또 한 교수는 "기존의 판례가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심지어 헌법상의 권리행사에까지 극단적인 제약을 가하는 경향은 치안형법의 잔재로써 민주헌정국가의 법해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 교수가 '상식' 선에서 고민하라고 주문한 부분이 눈에 띈다.  

"도로는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도로의 주인은 인간이다. 단지 소통의 편의를 위해 차도와 인도를 구분했지만, 차도는 보행자들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될 수 없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인도에만 머물러야 하고 차도의 일부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가.

사람들이 어떤 필요성에서 너무나 많이 결집할 경우에도 보행자들은 인도에 빽빽이 서야 하는가. 보도이든 차도이든, 모든 공간은 인간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인간의 신체가 교통소통의 방해물로 간주하는 사고가 통용되어온 데 대해 심각한 의문점을 갖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가 위헌인지 아닌지는 학자들마다 견해를 달리한다. 이제 세상의 눈은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와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위헌버률심판, #법원,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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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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