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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남북 당국자의 개성접촉 때 북측이 밝힌 대남통지문은 5쪽 반 분량이었으며, 이중 '핵심'이라며 열 줄만 언론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통지문 전문의 맥락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북측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근로자 노임을 낮게 책정하는 등의 특혜를 베풀었으나 지금 남측은 6·15공동선언을 파탄시키는 행위를 하고 있으며, 북측 근로자들이 제대로 노동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부합하게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됐다는 것이 북측 통지문의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통일부의 이같은 브리핑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정부 발표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통일부 기자들이 통지문 전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보수언론 "돈 달라는 것" - 청와대 "대화 모멘텀 마련"

 

정부가 21일 저녁 개성 접촉이 끝난 뒤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소개한 북측의 주장은,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조치와 기존계약 재검토'에 대한 10줄뿐이었다. 법원판결문으로 치면, '주문'만 있지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진 것이었다.

 

다음 날인 22일, <조선일보>는 '현찰 챙기기' <중앙일보>는 '결국은 돈 더달라'는 것이라고 북측의 의도를 분석했다.

 

이어 <동아일보> 23일자는 "통지문 전문이 확인됐다"면서 북측은 "우리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남측은 '우리가 돈에 목을 매 (사업을) 깨지 못하고 있다'고 선전했다.…우리는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성의와 노력을 다하겠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북측 인사들이 "다음 접촉 정해달라, 금주도 좋다"고 했다면서, 북한에 대해 "겉으로는 '개성공단 돈 더 달라' 큰소리… 뒤론 떠나는 남 대표단 잡고 '대화하자'"고 했다고 비난했다.

 

통일부가 "북측이 구체적인 접촉 날짜를 언급한 것은 없다"고 일부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보수신문들의 대체적인 논조는, 돈에 궁한 북한이 남쪽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청와대의 판단도 같은 기조에 서 있다.

 

북 "이번 통지 헐뜯으면서 사태 악화시킬 경우 보다 강력한 조치" 경고

 

하지만 이날 오후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된 북측 통지문 내용은 청와대와 보수언론의 분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측이 이번 통지에 대해 또 다시 얼토당토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북측은 이와 함께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은 위기에 처한 개성공업지구사업을 구원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인내성 있는 노력의 표시"라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개성공업지구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다하겠지만, 개성공단의 운명은 당신들 하는 것에 달렸다'는 경고로 봐야 한다"면서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 등 대북정책의 기조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북측 통지문 전문의 일부만 공개하고 이런 틈에 보수언론은 자신들의 입장대로 근거없는 보도를 하고, 그 뒤 전문 내용이 공개되는 양상은 전형적인 여론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부와 보수언론이 북측의 의도를 왜곡할 경우, 그나마 제한적인 '개성공단' 협상은 물론, 가뜩이나 경색상태인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남북이 서로의 의도를 왜곡하고 그에 따른 부정적 결과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려온 사례는 무수히 많다.

 

24일 오전 통일부 브리핑이 끝날 무렵 한 기자는 "통일부가 초기에 전문의 맥락을 공개하지 않고, 북측이 협상하자고 제안한 두 가지만 공표함으로 해서 여론이 왜곡되도록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태그:#개성접촉, #북측통지문, #통일부,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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