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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배우에서 인기스타로 도약하는 와중에 벌어진 고 장자연씨 자살사건은 국민들에게 아픔과 엄청난 충격을 줬다. 배우의 자살은 한 개인의 자살이기 이전에 배우를 자살하게끔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고 있는 직업군인 대중문화예술인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부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하다. 연간 1000만 원도 벌지 못한 연기자가 전체 69%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연예인들이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는 문화관광부 주최로 '연예산업의 발전을 위한 입법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예계와 기획사가 각각 나름대로 입장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연예계 대표로 나온 문제갑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정책의장은 "서로 발전을 추구하는 선의 경쟁은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한다"면서 "하지만 상대를 짓밟아야 성공할 수 있는 죽이기 경쟁은 효율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문화예술계의 경쟁은 이미 도를 넘었다"면서 "바늘구멍보다 좁은 스타덤을 향해 수 천, 수 만 명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대중문화예술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명의 스타 탄생은 대다수 무명배우들의 존재이유를 자극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하도록 결속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면서 "사실 (연간) 1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대중문화에술인들이 대략 5~7% 전후"라고 밝혔다. 문 정책의장은 ▲불공정노예계약서를 탈피해 표준계약서 제정 ▲매니지먼트사업법 관련 당사자 의견 반영 후 제정 ▲대중문화예술인 인권과 권리에 관심 갖는 정책기구나 공동대책기구 운영 필요 ▲외주제작비율 각 부문별 적용 등을 강조했다.

 

이어 연예계 입장에 선 김원찬 (사)대한가수협회 사무총장은 "한국의 음악시장은 저작자, 제작자, 실연자 등 세 축이 유기적으로 교류하며 음악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 중 가수는 연주와와 더불어 실연자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들의 주 활동 무대인 음반시장과 공연시장의 현실이 심각하다"면서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복지정책 또한 한류를 주도하는 가수들에게는 열악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사 대표로 나온 홍종구 (사)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발가벗겨져 온갖 언어폭력을 받으며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은 한 여자 배우의 죽음으로 인해 간신히 관심을 끌었을 뿐"이라면서 "형법, 민법 등 헌법에서도 충분히 사회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사건의 문제를 가지고 한 산업의 모든 종사자를 도매 값으로 넘겨 버리는 미디어의 무책임한 행동이야말로 규제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기획사 입장에 선 강승호 (사)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이사는 "매니지먼트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 관리"라면서 "전문화되지 못했던 매니지먼트에서 탈피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마케팅으로 스타 발굴과 육성을 할 수 있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부가 문화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야 함에도 이번 사건으로 비춰지는 나쁜 모습만을 파악해 그 기준을 정하려 한다면 전체 다수의 선량한 기획제작자들의 희망과 용기를 오히려 꺾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연예산업과 매니지먼트 산업 관련법안은 포괄적인 규제법안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육성지원법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예매니지먼트 관련 '입법 추진 현황'을 발제한 박영목 변호사는 2007년 12월 28일 고진화 의원이 발의한 '공인 연예인관리자의 업무 등에 관한 법률안'과 2009년 3월 25일 최문순 의원이 발의한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을 비교 분석했다. 그는 "입법방향은 관계자들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한국 연예산업의 전체적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한국연예산업이 세계시장에서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황승흠 교수의 사회로 펼쳐진 '연예산업 진흥방안' 토론에서는 최승수 변호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서병기 <해럴드경제> 기자, 김철민 문화부 과장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편, 이날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한 오철민 문화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연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원책이 준비돼 있다"면서 "토론을 통해 정책적 방향이 모아지면 빠른 시일 안에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장자연,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안, #연예산업, #대중문화예술인, #연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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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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