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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11일 실시

2009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11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157개 시험장에서 실시됐다. 올해 9급 공채시험은 2374명 선발에 14만879명이 지원해 5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원 인원은 지난해 16만4690명보다 14.5% 감소했으나 모집인원이 30% 감축돼 경쟁률이 지난해 49.1대 1보다 상승한 것이다.

올해부터 나이제한이 폐지돼 33세 이상의 수험생도 1만2607명(8.9%)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는 2010년 정년을 맞이하게 되는 1952년생 수험생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소득층 구분모집이 신설돼 24명 모집에 609명이 지원,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애인 편의지원부분에도 총 261명이 지원해 지난해 대비 53%가 증가했다.

9급 공무원 시험 필기 시험장 안내표.
 9급 공무원 시험 필기 시험장 안내표.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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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단대부고 9급 공무원 시험장.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로 들어오고 있다.
 11일 오전 단대부고 9급 공무원 시험장.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로 들어오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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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에 아저씨, 아줌마들도 많네. 작년하고 다르네."
"엄마, 잘 보고 집으로 바로 갈게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시험 잘 보고 나올게."

11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부속고등학교(이하 단대부고) 앞.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보러 온 수험생들이 시험장 앞에 서서 함께 온 부모와 친구에게 한 말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단대부고에서는 9급 공무원 '일반 행정 지방직' 부분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무표정한 수험생들, '말 걸기 무서워'

오전 8시 30분 분당선 한티역,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한 손에 필기 자료를 든 채 단대부고 쪽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들은 선뜻 말을 건네기가 어려울 정도로 필기 자료에 집중하고 있었다.

간혹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취재를 위해 공무원 시험 전 각오와 기분을 묻고 싶었지만 이들의 비장한 표정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수험생들이 버리고 간 공무원 학원 전단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수험생들이 버리고 간 공무원 학원 전단지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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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러 오는데 재수 없게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나눠주네. 떨어지란 소리잖아."
"짜증난다. 그냥 버리자."

시험을 보러 온 두 명의 수험생이 학교 정문에서 나눠주는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받은 후 주고받은 말이다. 시험을 앞둔 두 수험생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는지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에 한 번 있는 9급 공무원 시험장 앞에서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받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9시 50분이 되자 학교 문이 닫혔고, 학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수험생들도 모두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이때 한 학생이 헐레벌떡 학교 정문 쪽으로 뛰어왔다. 그는 시험관리 요원에게 시험장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굳은 표정으로 교문을 걸어 나오는 그에게 늦은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시험관리 요원 배아무개(60)씨는 "오랫동안 시험관리 요원을 했지만 꼭 1~2명이 늦게 도착해 시험을 보지 못한다"며 "딱한 사정은 알겠지만 규칙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또 "경쟁률이 높아지다 보니 학생들도 목숨을 걸고 시험을 본다"며 "시험장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냉랭하다"고 밝혔다.

시험장을 돌아다니며 필기도구를 팔고 있는 이아무개(57)씨도 "요즘 수험생들은 무서워서 말도 못 건다. 취업이 어려워서 그런지 표정이 다 굳어 있다"며 "말이라도 걸어서 하나 더 팔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고 배씨의 말을 도왔다.

"공무원 하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죠, 기다려 줘야지"

시험 시작 10분 전,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시험 시작 10분 전,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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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대부고 주차장에는 20여 대의 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이 차량들은 모두 수험생을 기다리는 부모와 친구들의 차였다. 답답해서인지 차 밖으로 나와 학교 주변을 서성이는 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차 안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던 박아무개(50)씨는 "시험장에 따라오니 가슴이 답답하다"며 "내가 먼저 공무원 시험을 권유했지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딸이 24살인데 갇혀서 공부만 하는 게 안쓰럽다.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럴 수 없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또 "공무원이 꿈이라서 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취업이 어려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험을 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를 학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회사원 이우주(30)씨도 박씨와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이씨는 "여자 친구는 2007년부터 각종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10번이나 떨어졌다"며 "60:1이라는 경쟁률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주변에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야기를 더 들려줬다.

"거래처 사람 중에 과장급이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아무래도 회사보다 공무원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또 주말에 여자 친구와 함께 학교 도서관에 가면 30% 이상은 공무원 책을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2학년 때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교 후배들이 많다. 00학번인 내가 학교에 다닐 때와 다른 분위기다."

나이 제한 폐지, 수험생들 반응 엇갈려

11일 오전 9시 단대부고 9급 공무원 시험장. 수험생들이 수험표를 보면서 교실을 찾고 있다.
 11일 오전 9시 단대부고 9급 공무원 시험장. 수험생들이 수험표를 보면서 교실을 찾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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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나이제한(33세 이상)이 폐지되면서 고령의 수험생들이 대폭 늘어났다. 행정안전부 채용관리과는 33세 이상 수험생이 1만2607명, 전체 지원자의 8.9%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33세 미만 수험생들과 33세 이상 수험생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시험을 보고 나오던 김아무개(25)씨는 "한 반 35명 중 2~3명은 33세 이상으로 보였다"며 "나는 아직 나이가 적기 때문에 나이제한 폐지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한아무개(27)씨도 김씨의 말을 거들었다.

"나이제한이 폐지되고 난 후 불안한 마음이 든다.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나이제한이 폐지돼 손해 보는 느낌이다. 어쩌겠나. 나이제한 신경 쓰지 말고 될 때까지 해봐야지."

반면에 이정훈(36)씨는 나이제한 폐지의 덕을 본 경우다. 이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모 대학 직원으로 근무했다. 꼭 시험을 보고 싶었는데 나이 제한에 걸려 시험을 볼 수 없었다"라며 "올해부터 나이제한이 폐지돼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시험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씨는 "돈과 희생만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나에게 맞지 않았다"며 "돈을 적게 받아도 안정적이고, 시간 여유 있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씨는 "이번 시험 경쟁률이 60:1 이다.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쟁률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공무원, #9급공무원, #나이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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