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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한 S라인 위를 지나는 기차
 벚꽃이 만개한 S라인 위를 지나는 기차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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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절정은 벚꽃이 만개했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봄의 많은 축제 중 진해군항제와 하동 화개장터벚꽃축제 등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든다.

올해로 만 10년째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필자에게 조용하게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간이역인 함안 원북역이다. 인근의 진주 갈촌역이나 문산역 주변 철길의 배꽃도 좋다.

2년전 벚꽃이 만개한 원북역 S라인 기찻길에 반해버린 후 그 사이 10번도 넘게 다녀왔다. 원북역과 약 100m 정도 떨어진 철길건널목 옆에는 많은 명물들이 들어서 기찻길의 풍광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300년생 이팝나무는 5월 초.중순경 이팝꽃을 피워내며 채미정 앞의 500년생 은행나무는 11월 초.중순경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채미정 앞 철길건널목에서 바라본 S라인 기찻길
 채미정 앞 철길건널목에서 바라본 S라인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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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풍경은 채미정 위쪽의 청풍대라는 언덕에서 자라는 벚나무가 만들어낸다. 4월초 벚꽃이 피어 S라인 기찻길과 어우러진 풍경은 진해벚꽃이 울고갈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필자는 올해도 두 차례나 원북역에 다녀왔다. 4월 1일에 갔을 때는 꽃이 조금 덜 피었는데, 지난 7일에는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벚꽃을 만날 수 있었다.

철길건널목 앞에서 군북역 방면으로 바라보자 벚꽃이 만개한 뒤로 S라인 기찻길이 보인다. 철길 옆으로 가드레일이 있어 약간 가린다. 조금 높은 곳에서 찍으려고 사다리까지 준비해 갔는데, 촬영하려는 찰나에 "빠앙 빠앙~" 하고 기적을 심하게 울리는 바람에 놀라서 중심을 잃어 하마터면 사다리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리고 이내 기차가 뱀이 또아리를 틀듯 몸을 비비꼬며 미끄러져 들어온다. S라인 위를 지나는 기차 역시 S라인 몸매를 뽐내며 지나간다.

벚꽃이 활짝 핀 원북역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벚꽃이 활짝 핀 원북역으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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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또 한 대의 기차가 진주 쪽에서 들어올 시간이라 원북역으로 이동했다. 원북역에도 두 그루의 벚나무에 꽃이 만개해 절정의 봄을 보여준다. 기차는 잠시 섰다 떠나지만 내리는 이도 타는 이도 없다.

이제 원북역 최고의 풍광인 청풍대 벚꽃 앞 S라인 기찻길 포인트로 향한다. 서산서원 앞 도로변에서 군북역 방면으로 몇발짝 걷다보면 철길 옆으로 가드레일이 이어진다. 그 가드레일이 끝나갈 즈음 뒤돌아보면 영락없는 S라인 기찻길과 만난다.

S라인 위를 기차가 지나는 가운데 바로 옆 청풍대에 벚꽃이 만개해 더없이 아름답다.
 S라인 위를 기차가 지나는 가운데 바로 옆 청풍대에 벚꽃이 만개해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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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촬영포인트는 가드레일 끝에서 서산서원 방면의 6번째 기둥으로 필자가 열쇠 끝으로 십자가(+)표시를 해놓은 곳이 늘상 촬영하는 자리다. 열차 도착시간이 다되어 그 앞에 서자 이내 열차가 원북역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출발을 알린다.

가드레일 기둥에 올라서자 기차는 벚꽃이 만개한 S라인 위를 미끄러지며 빠져나간다. 갓길과 가드레일 간의 공간이 좁아서 지나가는 차와 충돌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드레일 위에 올라서서 촬영해야 S라인 윤곽이 더욱 확실하고 멋진 사진이 된다.

채미정 앞을 지나는 기차. 이 앞 철길 건널목에서 기차가 오는 방면으로 바라보면 S라인 기찻길이 보인다.
 채미정 앞을 지나는 기차. 이 앞 철길 건널목에서 기차가 오는 방면으로 바라보면 S라인 기찻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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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차시간에 여유가 있어 채미정으로 향한다. 채미정은 조선 단종 때 생육신의 한사람인 어계 조려 선생이 세조의 왕위찬탈에 격분하여 조정을 등지고 고향에 돌아와 여생을 보낸 정자다. 건물 가운데에는 채미정이란 현판이 붙어 있으며 오른편에 백세, 왼편에 청풍이란 현판이 있다.

채미정 연못 옆에 만개한 목련
 채미정 연못 옆에 만개한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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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정 안에 우뚝 선 500년생 은행나무는 아직 새잎이 나지 않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서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랏빛 자목련이 반긴다. 만개한 자목련 뒤쪽 언덕에 청풍대라는 현판이 있는 정자가 세워져 있다. 언덕으로 올라서자 자목련과 어우러진 연못 주변의 풍광이 시원스럽다.

언덕 아래에는 대여섯 그루의 벚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으며 그뒤로 철길과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 만개한 벚꽃 너머로 서산서원도 보인다.

만개한 벚꽃 뒤로 보이는 서산서원
 만개한 벚꽃 뒤로 보이는 서산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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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철길건널목에서 렌즈를 바꾸어 대기한다. 기차는 열차시간표에 맞추어 정확하게 들어온다. 벚꽃이 만개한 S라인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비경이다. 오후 12시 6분에 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2시간 넘게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다. 오후 2시 56분에야 다음 기차가 있다. 다시 그 기차를 잡으러 진주쪽으로 달렸다.

갈촌역 근처의 철길 옆으로 배꽃이 만개한 곳이 있어서 그 장면을 찍으러 간 것이다. 그런데 철길 옆에 배나무가 없다. 2년 전에 왔지만 철길 옆의 복사꽃이 포인트라 정확히 찾아왔는데 보이지 않았다.

배꽃이 많이 피어있는 곳은 여러 군데 발견했지만, 기차길과 떨어져 있거나, 기차길 아래쪽의 한참 낮은 곳에 배꽃이 피어 사진이 안되는 곳이다. 진주시 문산읍은 배 주산지인데, 갈촌역에서 문산역으로 이어지는 기찻길 옆으로 4월 초순이면 배꽃이 많이 핀다. 예전에는 기찻길 옆으로 배꽃이 많이 피었는데 경전선 복선화 작업으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배밭의 규모가 많이 줄었다.

그렇게 찾는 사이에 아쉽게 기차는 지나가 버렸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자리에 다른 나무를 새로 심어서 2년전과 같은 사진은 다시 찍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주변에 다른 포인트가 있나 찾아봤는데 포인트는 없고, 할 수 없이 복사꽃을 배경으로 기차 지나가는 모습을 담고는 부리나케 다시 원북역으로 달려서 간신히 S라인 위로 지나는 기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원북역 한켠에 붙어있는 열차시간표-2009년 4월9일 현재
 원북역 한켠에 붙어있는 열차시간표-2009년 4월9일 현재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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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팁 : 2009년 4월 9일 현재 원북역에는 10차례 기차가 서며, 1차례 왕복하는 서울-순천행 열차는 원북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오전 10시 경 진주 방면으로 통과하고, 오후 4시 10분 경 마산 방면으로 통과한다. 오전 8시 53분에서 10시 사이에 기차가 3차례 지나가며, 오후 2시 56분에서 4시 40분 사이에 기차가 4차례 지나가는데 이 시간을 활용하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오후 12시 6분 기차가 지나간 후 2시 56분 사이에는 지나는 기차가 없으므로 점심을 먹고 채미정, 서산서원 등 주변을 둘러보면 된다.
자세한 열차 시간표는 코레일(www.korail.com) 참고

추천 맛집 : 군북우체국 맞은편의 종암쌈밥(055-585-4537)은 쌈밥정식과 오리요리를 잘한다. 군북면 소포리의 대부가든(055-585-5566)은 소갈비전골과 돌솥밥을 맛있게 내놓는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뉴스, 국제신문에도 보냅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영화 테마여행> 등을 썼다. 일본어 번역판인<韓國 ドラマ&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됐다.



태그:#원북역, #S라인, #채미정, #서산서원,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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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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