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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 보도블럭을 잘 살펴보면 어제는 찻길로 몸을 향해있던 잡풀들이 오늘은 그냥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거나 반대편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뿌리가 튼튼히 내린 나무들은 물가나 고분 쪽이나 다른 나무쪽으로 한 번 기울이면 계속 기울이지만, 아직 어린 묘목이나 풀들은 바람부는 대로 흔들린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뿌리가 튼실해지는 것이 마치 딸내미의 흔들리는 희망 같다. 딸내미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울었는지 쌍꺼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되어가지고 집으로 아주 늦게 들어왔다. 

 

항상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하던 딸인데 아무 연락도 없어서 내 딴에는 세상의 파도가 한창 심한 시절이라 많이 걱정을 했다. 그래서 한바탕 잔소리를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풀이 죽어 눈이 퉁퉁 부은 것을 보니 안쓰러워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다음날 문자메시지로 많이 미안하다고 하며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다스리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많이 미안했는지 퇴근해서 보니 집안이 너무 정갈하게 변했다.

 

스스로의 내면에서 자성의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좀 치우라고 잔소리를 해도 들은 척 안하던 막내가 장장 7시간동안 집을 치웠던 것 같다. 내가 먹고 있는 각종영양제를 비롯해서 잼과 소스 같은 것도 유통기한이 몇 달에서 몇 년이 지난 것과 요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암발병의 원인이 되는 석면이 들은 파우더도 치웠다고 한다.

 

대학 새내기 때는 6년 동안 나와 헤어졌다 사는 것이라서,  부엌에서 무얼 만든다고 설치면 맛있기 보다는 별난 맛들을 창출해내고, 나는 딸아기 보는 앞에서는 괜찮네 하면서도 아이가 학교가면 몰래 처분하기도 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무얼 만드면 제법 요리의 모양새를 띤 진짜 별미가 되어 종종 저녁 밥숟갈이 바빠진다.

 

여고때는 신나는 보컬을 하느라 공부를 등한히 하고, 경찰학교나 공사에 가겠다고 하더니, 성적이 심심찮아  일반대학에 들어갔다. 공부를 등한히 해서 가고 싶은데 못 들어가서 마음에 앙금이 진했던지  대학 다닐때는 내내 학교건물 지하의 고시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능력이 적은 여성가장인 내 짐을 덜어주게 전액장학금으로 전체수석에다 조기졸업을 했다. 목표는 ** 전문대학원에 가기위해서였다. 대학에서도 입학한 과를 3학년때 바꿨다가 다시 **전문대학원은 바꾼 전공과 무관하니 희망진로를 3번 바꾼셈이다 

 

졸업 후에도 1년을 계속 고시원과 스터디클럽 등으로 매진하더니, 어느 시점에서 심한 내면의 바람이 생기는 일을 겪게 되고 경제일선에 나섰다. 그렇게 사회경험을 1년 하더니 **전문대학원에 가겠다는 희망전선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생각의 변화를 진짜 마음으로 여기는 것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희망을 다시 설정하고 도전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우선 장기전에 진입하기 위한 체력보강부터 하는지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도블럭의 풀처럼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아주 다르고 낮과 밤의 모습 또한 다르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위로 어디로 향해 가지를 뻗을까 고민하고 마음을 쓰기 보다는 하루 하루 보이지 않는 내면의 뿌리에 힘쓰면 자연히 소망하는 쪽으로 다가가는 튼실한 나무가 될 것인데, 딸의 입장에서는 그게 간단하지가 않는 모양이다.

 

한 때 가르치던 문하생 중에 노처녀가 있었는데, 그 아가씨의 엄마는 따님이 조그만 학원을 차려서 원장을 하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 따님은 엄마의 바람대로 얌전히 3년을 공부했으나 마음속으로는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은 청춘의 꿈이 자리했다.

 

결국 엄마의 소망대로 학원원장은 하지 못하고 적당한 나이에 중매로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하니 아이를 낳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고, 아이를 낳으니 한 칸 원룸에서 두 칸 소형아파트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원대로 아이를 하나 더 낳고 나니 이제는 남편의 승진을 꿈꾼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위로 향해 자라듯이 그렇게 희망과 소망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위로 또는 옆으로 가지를 친다. 어떤 나무와 나무는 서로를 향해 가지를 치다가 연리지가 되기도 한다고 하듯이 사람도 그런 것 같다.

 

9삭이 채 못되어 태어난 아이가 흔들리면서 성장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아무리 믿거니 한다하더라도 태평하지가 않다.  멀리서 보면 햇빛을 받아 보석인 듯 싶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돌멩이에 지나지 않는 우화를 아이가 깨닫기까지 많은 성장통과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기에….


태그:#딸의 희망, #변화하는 소망들,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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