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홍대 앞에 장기하 같은 인물들 많아요"
ⓒ 김윤상

관련영상보기


"여기는 공간이나 스태프들이 너무 편하네요. 집에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느낌이에요. 이건 뭐 옷만 좀 갖춰 입었을 뿐이지···." - 강산에
"<오마이뉴스>에 오면 자세가 그렇게 돼요. 이런 이야기(사회비판)를 여기서 못하면 어디서 합니까. 여기까지 와서 방송사에서 하는 것처럼 해줄까요?" - 김C

탁현민 한양대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탁현민 한양대 문화컨텐츠학과 겸임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가수 강산에와 김C, 그리고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가 마주 앉은 자리. 무거운 대담 자리는 아니었고, TV 예능 프로그램의 가벼운(?) 토크쇼는 더욱 아니었다.

강산에의 말대로 "집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김C의 말대로 방송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회비판 발언을 소신껏 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8일 오후 <오마이뉴스> 방송실에서 이뤄진 한 끗 차이밖에 안 나는 '가수'와 '교수'의 만남을 한 마디의 말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재밌는 가사 속에 냉철한 사회성을 담은 가수 장기하의 노래를 닮았고, 장소에 빗댄다면 늘 생동감과 신선함이 넘치는 '홍대 앞'과 비슷한 자리였다고나 할까?

하긴 <오마이TV>로 생중계된 이날 세 남자의 대화 주제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낳은 홍대 앞 문화와 대한민국에서 독립 뮤지션으로 사는 의미 등이었으니, 세 남자는 주제에 딱 맞게 온몸으로 이야기한 셈이다.

한 교수가 묻고 두 가수가 답한, 중간에 노래도 부르고 또 급한 다른 일정 때문에 생방송 도중 한 사람이 퇴장하는, <오마이뉴스>가 아니라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형식으로 진행된 세 남자의 이야기. 그 내용은 이러했다.

#1. "홍대 앞에 가면 장기하 같은 밴드들 많다"

세 남자는 먼저 최근 <장기하와 얼굴들>에서부터 <크라잉 넛>과 <노브레인> 그리고 <자우림> 등을 낳은 홍대 앞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탁 교수는 역시 홍대 앞 출신인 두 가수에게 "그곳에서 음악의 모티브를 얻느냐"고 물었다. 김C가 시원하게 답했다.

가수 김C.
 가수 김C.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장기하를 봐라.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가사의 노래를 부르지 않나. 그런데 홍대 앞에는 그런 밴드가 많다. '쟤네, 뭐야? 골 때리네!' 하는 말을 절로 나오게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장기하는 빙산의 일각이다."

오, 정말? '장 교주' 혹은 '인디계의 서태지' 반열에 오른 장기하와 같은 인물이 홍대 앞에는 널려 있다니. 김C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인디 문화가 그렇다. 세상을 향해 '뭐 어때?'라고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가사를 쓸 때 종종 '심의 통과 못하면 어쩌나'하는 식의 자기 검열이 생겼다. 그게 너무 싫다. 그런데, 그 친구들(인디 뮤지션)은 그런 생각을 안한다. '방송에 못 나가?'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한다. 열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게 나온다. 그게 바로 홍대 앞 (인디 뮤지션의) 힘이다."

권력이나 권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이니 '검열'이니 하는 언어 자체를 생각하지 않는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홍대 앞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강산에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김C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을 좀 벌어서 혼자 사리사욕만 채우지 않고 뮤지션들의 작업 공간을 만든" 인물이 바로 강산에다.

그는 "나도 기존 메이저 시스템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뭔가 독자적이고 독립적으로 음악을 하고 싶은 이들이 홍대 앞으로 많이 모여 있다"며 "그런 공간이 있었기에 나도 많은 뮤지션들과 교류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산에는 "홍대 앞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음악적 영감을 받고 있다"며 "같은 무대에 서지는 않아도 장기하 같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교류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C 역시 홍대 앞의 강점으로 "음악 연습실은 그대로지만 주변의 클럽문화, 카페문화 등이 계속 생기면서 지역 분위기가 지루하지가 않다"는 점과 더불어 "그런 다른 문화를 보면서 새로운 음악이 계속 들어 온다"는 걸 꼽았다.

[에피소드 1] 김C의 자존심 - "누가 뭐래도 난 가수다"
김C가 노래 <소라를 줍는 여정>을 마친 뒤였다. 한 누리꾼이 <오마이TV> 생중계 창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노래 좋아요. '1박2일' 그만하시고, 음악에 전념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이 댓글을 이야기하며 탁현민 교수 역시 "이 노래 좋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C는 조금 '발끈'하며 당당하게 "내 노래 대부분 좋다, (내 노래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C는 "어떤 근거로 '음악에 전념하면 좋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미 전념하고 있다"며 "'1박 2일'은 2주일에 한 번 찍을 뿐이고, 작년부터 매달 공연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앨범을 쉬지 않고 냈고,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다"며 "나도 월요일 도쿄, 화요일 오사카, 금요일 뉴욕, 뭐 이런 식으로 월드투어라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쯤에서 강산에가, 가수로서 자존심을 한참 설명하던 김C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월드투어 하면 안 돼, 몸살 나."

 가수 김C, "내 노래 대부분 좋다, (내 노래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다"
 가수 김C, "내 노래 대부분 좋다, (내 노래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 김C의 노래 '조개를 줍는 여정'이 '소라를 줍는 여정'으로 바뀐 이유

김C는 불편하겠지만, 그가 가수이며 거의 매달 빠짐없이 라이브 공연을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를 개그맨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물론 이는 공중파TV가 만들어낸 잘못된 이미지일 뿐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김C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제목이 좋다. '소라를 줍는 여정'. 평소 이미지와 달리 그의 부드러운 음성을 타고 노래가 흘러 나왔다.

"아름다운 소라를 주우려 하지면 쉽지 않네. 깨진 소라가 내 손을 베고. 이젠 싫다고 가지고 있던 소라를 던지기도 하지만, 눈물이 마르고 나면 또 다시 줍고 있네. 밤이면 내 주머니 속의 소라를 꺼내 열어보네. 하얀 속살이 너무나 예쁘고 예쁘구나···."

애초 김C가 이 노래에 붙인 제목은 '조개를 줍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김C가 여러 차례 강조한 그 무시무시한 자기 검열이라는 덫에 걸려 '조개'를 '소라'로 바꿨다. 노래를 들었을 때 강산에도 "그냥 '조개를 줍는 여정'으로 하라'고 조언했지만 바뀌지 않았다.

어쨌든 김C는 대량 생산되는 '공산품 음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이야기했고, '수공업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이에 강산에는 "아직 작가적 양심이 남아 있다"며 역시 수공업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삶에는 질이라는 게 있다. 행복이라는 것도 결국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보여주는 대로 듣으면 (감각이) 마비된다. 그래서 창작하는 삶과 예술이 필요하다. 좋은 음악이 뭔지, 찾아 들어야 한다. 그 좋은 음악에 담긴 생각과 정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죽어 있는 게 아니다."

강산에는 "수공업 음악에 관심을 갖고 찾아 듣게 되면 삶의 질과 수준이 높아진다"고 강조하며 "공중파에서도 좋은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하고 전문성을 가진 음악 방송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C는 "방송 등 언론에서 뮤지션에 대한 존중심도 없이 '우리 때문에 너희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아니냐'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먼저 언론과 뮤지션의 관계가 평등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에피소드 2] 강산에의 순수함 - 사전 검열 반대 운동에 홀로 참여
가수 강산에,  "정태춘 선배가 좋은 일 하신다기에 갔고..."
 가수 강산에, "정태춘 선배가 좋은 일 하신다기에 갔고..."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가수들의 음악 사전 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탁현민 교수가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정부의 사전 검열이 문제가 되던 1990년대 어느날. 가수 정태춘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수들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가수는 아무도 없었다. 1시간쯤 지나서 강산에가 홀로 현장에 나타났다. '대선배' 정태춘을 본 강산에의 일성은 이러했다.

"무슨 일이에요? 오늘 무슨 일 있어요?"

강산에는 탁 교수의 이 이야기에 "왜 잘 나가다가 옛날 이야기를 하느냐"며 웃었다. 이어 그는 "정태춘 선배가 좋은 일 하신다기에 갔고, 사실 그 때는 사회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강산에는 그날 음악 사전 검열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단 한 명의 가수였다.

#3. "생각 다르다고 상대방 때리다니, 요즘 뉴스 보면 잠이 안 와"

"앨범에 꼭 건전가요를 넣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 지나면 지금 이 시대도 코미디 같을 거다. 하하하."

강산에는 호방하게 웃었다.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그룹 동방신기 노래 등에 대해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한, 이른바 '사전검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검열을 하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가수 강산에.
 가수 강산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어 그는 탁현민 교수가 "사전 심의는 창작의 자유를 빼앗는 문제인데, 가수들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가수들이) 배가 덜 고픈 것 같다"고 일갈했다.

김C 역시 "국가는 청소년들을 착하게 만들고 싶은 것 같은데, 나는 그들의 기준이 착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걸(유해매체로 지정된 곡) 안 들으면 착해지고, 그걸 들으면 나빠지냐"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두 가수 모두 "문화는 제발 그냥 놔두라, 청소년보호위원회 몇 분이 유해매체를 지정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강산에는 과거와 달리 최근 뉴스를 "달달 외울 정도로 많이 본다"고 했다. 홍대 앞 지하 연습실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본 그의 느낌은 이랬다.

"뉴스를 보니 세상 이야기를 저절로 알게 됐는데, 정말 놀랐다.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기운이 쫙쫙 빠지더라. 이런 세상에서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난 연말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던 김C는 "나는 물론이고 누구든 뭘 좋아하고 어떤 이를 지지하는지 자유롭게 말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적어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때리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요즘 세상과의 불화를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을 끝으로 김C는 자리를 떴다. 탁 교수 앞에 홀로 남은 강산에는 곧 열릴 콘서트와 음악 작업 등을 이야기했다. 탁 교수는 "<오마이뉴스>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이 계속 지속될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에 강산에다운 해법이 나왔다.

"사실 내가 이렇게 편안하게 방송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 걸 감안하면 존재할 수 없는 방송인 것 같기도 한데···.(웃음) 그냥 '네 집처럼 편하게' 뭐 그런 식으로 하면 되지 않겠어요? 난 진짜 집에 온 것 같다니까."

▲ 김C의 노래가사 '조개'에서 '소라'로 바뀐 이유는... 강산에 - 김C가 말하는 홍대앞과 대한민국 2부
ⓒ 박정호

관련영상보기


▲ 강산에 - 김C가 말하는 홍대앞과 대한민국 3부
ⓒ 김윤상

관련영상보기



태그:#김C, #강산에, #홍대 앞, #장기하, #인디음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