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김은희 MBC < PD수첩 >'미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 메인작가
 김은희 MBC < PD수첩 >'미 쇠고기 광우병 안전한가' 메인작가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MBC <피디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체포됐던 이춘근 PD가 27일 밤 석방됐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검찰쪽에서는 '본사 압수수색' 얘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송일준·조능희· 김보슬 PD는 '사수조'의 보호 아래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겨누고 있는 대상은 이들만이 아니다. 고소 대상에는 네 명의 PD 외에 이례적으로 두 명의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도 역시 수사대상, 체포대상이다. 프리랜서 신분이어서 '조직'의 비호를 받을 수 없고 정보에도 취약하다.

해당 프로그램 메인 작가였던 김은희 작가 역시 25일 밤부터 MBC 사옥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이메일과 통신내역은 이미 압수수색 당했고 최근에 출국금지까지 당한 상태.

"이춘근 PD 체포 소식에 웃었다... 너무 어이없어서"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작가 생활 10여 년만에 '작가 사상 초유의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코미디"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고소대상이 되고 체포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 작가를 이용하려는 의도로 본다"며 "더불어 작가들도 다시는 이런 방송을 만들지 말라는 일종의 보복이고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눈물을 쏟아가며 만들었던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시간 제약상 담지 못한 것이 많아 오히려 절망했었다"면서도 "작가로서 '필이 꽂히는' 제작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 김은희가 아닌 작가 김은희로서 절대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면서 "시사 프로그램 작가들의 존재 의미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진 촬영을 꺼렸다. "시사프로그램 작가는 원래 방송으로 말하는 사람"이란 이유였다. 

- 이춘근 PD가 체포되던 25일 저녁, 어디 있었나?
"MBC 방송국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최근 맡고 있던 프로그램 마무리 작업 때문에 밤새고 집에도 못 가고 있었다. 이춘근 PD가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너무 어이없어서..."

- 웃었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는 시대이긴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다. 최근 프로그램 제작이 두 개나 걸려 있어서 한창 바빴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코미디 아닌가."

- 방송 일정에 차질도 생기고 있나?
"어떤 PD와 작가가 이런 상황에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겠나. 그러다보니 일정이 자꾸 늦어지고... 결국 프로그램 하나를 다른 작가에게 넘겼다. 작가 시작하고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빼곤 이런 일 없었다. 방영일 코앞에 두고 방송 놓는 건 작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잘못 나가면 안 되니까...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말 사실인가라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 회사에서 숙식하기로 마음 먹은 것인가?
"일 때문에 밤새고 집에 못 간 적은 많았지만 회사에서 숙식을 하려니 불편하다. 밤새 일을 했더라도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옷도 갈아입고 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최근 일이 많아 며칠 편히 잠을 못 잔 터라 몸이 상해 있다. 김보슬 PD도 지난해 한 달 넘게 회사생활 하면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여자들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보조작가 집까지 뒤지는 검찰 모습, 상상이 되나?"

- 자택 압수수색도 당했나?
"현재 집에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확인이 안 된다. 나도 집에 못 들어가고 있고.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 거라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집에 갔을 때, 아무도 없는 빈집을 검찰이 뒤진 그 현장을 보게 되면 기절할 것 같다. 보조작가 집은 이미 압수수색 당했다. 그 친구 충격이 크다. 상상이 되나? 보조작가 집까지 뒤지는 검찰의 모습이?"    

- 작가 2명이 고소대상에 올랐다.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
"다들 어이없어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 연출한 PD들 이름이 맨 마지막에 올라가지 않나?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영광도 명예도 PD들의 것이다. 당연히 법적인 문제도 PD들이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작가들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참고인 신분이었는데 올해 영광스럽게도 PD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웃음) 난 그렇다고 치자. 우리 서브 작가, 작가 경력도 길지 않은 그 친구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 작가라고 해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이번 수사가 비상식적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 PD들은 집단적으로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사수대를 조직하기도 했다.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외롭게 쫓기고 있는 것 아닌가?
"외롭지 않다. 이춘근 PD 체포 소식 들리자 여러 후배 작가들이 와서 '사수대' 자처하고 함께 밤 지내줬다. 문자 격려도 많고... MBC 구성작가협의회는 물론 방송 4사의 시사 프로그램 구성 작가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시사교양 작가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대단하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사안으로 연대 서명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며칠 전 'PD수첩 작가 소환 반대' 성명을 냈는데 공중파 시사 교양작가들 대부분이 서명했다. 그 작가들이 모두 <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또 김은희가 누군지를 알아서 그랬겠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단 이유만으로 탄압받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는 거다."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가 지인들로부터 받은 격려 문자메시지. "작가님 힘내세요. 상식밖의 일들이 계속 일어나 마음이 무겁지만 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가 지인들로부터 받은 격려 문자메시지. "작가님 힘내세요. 상식밖의 일들이 계속 일어나 마음이 무겁지만 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메일 압수수색, 참을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

- 작가 생활 하면서 유사한 사례를 겪은 적 없나?
"10년 넘게 일하면서 <우리시대>,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과나무>, <MBC 스페셜> 등 많은 프로그램 맡았다. 항의받은 적도 많았고 소송 걸린 적도 있었지만 어떤 부도덕한 개인도 작가까지 언급한 경우는 없었다. 2006년도에 <PD수첩>에서 한미FTA 문제 다뤘을 때 당시 청와대와 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취한 방법은 신문에 광고 내는 것이었다. 그간 정부 부처와 빚은 갈등은 언론중재 등 다른 방법으로 풀어왔다. 그런데 이 시대에 공권력 동원해서 체포를 한다?"

- 작가를 수사 대상에 넣은 이유는 뭐라고 짐작하나?
"수사에 작가들을 '이용'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책임은 PD가 진다'는 방송가의 상식과 불문율을 몰랐을까? 그렇다면 작년엔 왜 작가들을 '참고인'으로 불렀나? PD들은 작가까지 건드렸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어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작가들이 검찰에 끌려가는 걸 막겠다고 한다. 동료작가들은 검찰이 작가를 부당한 수사과정에 '볼모'로 사용한다며 분개했다. 결과적으로 이춘근 PD가 먼저 잡혔지만, 만약 작가가 먼저 잡혔다면 어땠을까? 또 PD들을 공격했겠지, 작가들 앞세우고 PD들은 뒤로 숨었다고."

- 이메일 압수수색도 당하지 않았나? 
"이 점이 바로 '작가 강제수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난 그 소식도 다른 사람 통해 듣고 알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참담했다. 거기엔 사생활도 다 들어있는 것 아닌가. 그걸 저들이 다 들여다봤다는 것 아닌가. 한동안 잠이 안 왔다. 검사실에서 그들과 마주앉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치욕이라고 치자. PD, 작가들은 흔히 이메일로 취재 관련 자료를 주고받는다. PD들은 회사 계정을 쓰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으로도 접근할 수 없다는 걸 검찰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작가들은 개인 계정을 쓴다. 검찰이 왜 굳이 무리해 보조작가까지 고소하고 강제수사하는지 짐작이 되나? '취재원 보호', '취재원본 공개 불가' 등 언론 자유의 기본 요건 따위 무시하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수사하겠다는 거다. 이번 수사가 용인된다면 검찰은 언제든 필요하면 작가들의 이메일을 뒤져 '수사 자료의 보고'쯤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 서브작가까지 고소 대상에 들어간 건 아무래도 '번역 오류' 때문인가?
"정지민씨가 등장한 후부터 서브작가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건 맞다. 정씨에게 번역을 의뢰하고 감수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던 사람이 보조작가다. 검찰은 작년부터 정씨 발언에 전적으로 의존해 '번역 오류' 부분을 집중 수사하지 않았나. 그러나 보조작가 역시 지난해엔 참고인이었다. 이번에 정식 고소 대상이 된 건 역시 강제수사를 하기 위해서고, 이메일을 노린 것이라고 본다. 아니면, 제작진 중 가장 막내인 보조작가를 전 장관과 차관보가 형사고소하고 검찰이 체포 운운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할까? 단순 보복인가?"

- 검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됐는데, 여전히 출석 안 한다는 자세인가?
"안 한다. 만일 잡혀가도 묵비권 행사하겠다는 게 개인적 입장이다. 내 발로 절대 안 간다."

-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시작됐나?
"원래는 총선 관련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작진 중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료를 읽는데 '아 심각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전(노무현 정부 시절) 기사에서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한 것은 대부분 '조중동' 기사였다. 나를 '학습'시킨 신문들이다. 보면서 많이 놀랐다. 30개월이 풀리느냐 안 풀리느냐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이 30개월 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중 협상 결과처럼 다 풀어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고... 일단 한 PD가 미국으로 취재를 떠났고 그 무렵에는 접을 수도 있으니 다른 아이템도 준비하자고 했다. 협상 결과가 나왔는데,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처음에는 안전성 문제로 잡고 있었는데 너무 전면적으로 열어버려 놀랐다.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 집중적으로 취재하기 시작했다."

"번역 오류, 뼈에 사무치지만... 원본 제출 요구는 정치 검열 의도"

- 하지만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번역오류', '아레사 빈슨의 사망'으로 더 인식됐다.  
"<PD수첩> 핵심내용이 아레사 빈슨 사망사건이었나? '아레사 빈슨 사인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전면적으로 미 쇠고기 수입을 개방한 정부 협상의 문제점'이었다. 그와 관련해 정부가 미국과 미리 협상 날짜 정해놓고 총선에 영향 끼칠까봐 국민에게 속이고 문서도 그렇게 꾸몄다는 등의 '특종'들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정부 협상 과정의 의혹은 사라지고 아레사 빈슨의 MRI만 남았다. 교묘한 물타기로 '졸속협상'은 가리고 '번역 오류'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세뇌시키고 있는 거다. '<PD수첩>=왜곡 조작 편파 방송'이라고."

- '번역 오류'가 아쉬울 것 같다.
"뼈에 사무치는 실수다. 충분히 인정하고 사과도 했다. 하지만 초벌 번역을 검토한 작가로서 당당하다. 문맥상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상적으로 제작과정에 통용되는 의역 외에는 의도적으로 오역하지 않았다. 편집 구성안 보면 다 안다. 의도적으로 내용을 바꿨다면 내가 다 알 수밖에 없다. '긴급 취재'였다 보니 후반작업에서 실수를 거르지 못했고, 그것이 이런 엄청난 빌미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나중에 번역 전문가에게 재번역을 의뢰해서 그때서야 알게 된 문제다."

- 고소한 측에서는 '의도적'이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정지민씨 말만 듣고 그리 확신하는 것이다. 그 반박은 이미 지난해 해명 프로그램에 다 나갔다. 하도 답답해 내가 직접 반박하는 매체 기고도 했다. <PD수첩> 진위 여부에 '진정으로' 관심 있는 검찰이라면, 못 봤을 리 없다. 둘 중 하나겠지. 관심 없어 안 봤거나, 보고도 무시했거나. 만약 오역부분과 나머지 실수들을 다 정정해서 방송 다시 하면 프로그램 핵심 내용이 달라지나? 미국 도축 시스템이 100% 안전해지고 정부 협상이 잘한 게 되는 건가? 솔직히 그렇게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 검찰은 "나와서 그 사실을 다 밝히면 되지 않냐. 당당히 출석하라"는 의견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당한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없다. 방송작가의 생명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다. 프리랜서 작가는 신분이 불안한 대신 모든 외압이나 조직에서 자유롭고, 오직 자신의 상식과 양심에 따라 일한다. 그런데 분명하게 드러난 정부 실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것도 몇 가지 실수를 빌미로 수사를 받는다면 앞으로 모든 시사프로그램이 다 걸릴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소송이 수십 건씩 이어지거나 아니면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난데, 둘 다 인정하지 못하겟으니 수사에 응할 수 없다."

- 검찰은 원본 회수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다.
"원본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둘 중 하나다. '아 <PD수첩>이 옳았구나' 알게 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집어내어 '이 부분이 프로그램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편파 왜곡으로 모는 것. 과연 어느 쪽일까?

전자든 후자든 원본 제출 거부하는 건 '검열'에 대한 저항이다. 특정 부분만을 콕 집어서 이 부분은 왜 넣었냐 이 부분은 왜 넣지 않았냐... 왜 찬성과 반대가 5:5 공평하지 않냐... 그것은 '정치 검열'이다. 편집권과 제작 자율성 침해다. 기자들이 한 번이라도 취재수첩 깐 적 있나?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과연 검찰이 우리 원본을 가지고 편집해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PD수첩>에 책임 전가해도 정부 실책 덮을 수 없다"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가 지인들로부터 받은 격려 문자메시지.
 MBC <PD수첩> 김은희 작가가 지인들로부터 받은 격려 문자메시지.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PD수첩>이 촛불을 불렀다는 지적이 있다.
"처음 촛불이 켜질 때 <PD수첩>이 일정 부분 계기가 됐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 몇 십개에 불과했던 촛불이 왜 몇 만, 몇 십만까지 늘어났을까? 만일 방송 초기에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잘못을 시정했다면 그렇게 됐을까?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그런 협상을 한 것, 그리고 국민들 목소리에 귀 닫았던 정부 때문 아니었나. 그 책임을 왜 <PD수첩>에 전가하나?"

- <PD수첩>은 뭘 짚으려고 했나?
"'새로운 협상 결과에 따라 수입하려는 미국산 쇠고기는 100%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것이다. 더불어 '검역주권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제기였다. <PD수첩>의 흠집이 몇 개가 되든 이 핵심내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제작진 체포한다고 해서 정부 실책이 덮어지나.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은 이미 그 전에 조중동이나 KBS스페셜 등에서 다 다뤘던 내용들이다. 그때와 달라진 거라면 오직 '정부의 새로운 협상 결과' 뿐 아닌가."

- 가족들의 걱정이 클 것 같은데
"아직 어머님은 모르신다. 충격 받으실까봐 말 못했다. 언니들은 내가 체포되면 바로 검찰청으로 쫓아오겠다고 한다. 큰 걱정은 안 한다. 동생을 믿으니까. 내가 그런 애가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 <PD수첩> 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 작가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PD수첩> 보면서 '아 공중파에서 저런 방송도 가능하구나. 저런 얘기 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MBC 작가 공채 거의 마지막 기수로 들어왔다. 연수하면서 맡고 싶은 프로그램 써내라고 해 1·2·3지망을 전부 <PD수첩> 써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 힘든 프로그램을 왜 하려 하냐면서. 시사프로그램 통해 우리 사회에 건강한 비판과 감시 역할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게 가능했던 것은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로 지금까지의 제작 환경이 깨진다면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겠나. 내가 당시 <PD수첩>을 맡지 않았으면 다른 작가가 맡았겠지만 그 작가도 마찬가지로 지금 탄압을 받고 있을 것이다. 모든 작가에게 지금 이 사태가 중요한 이유, 지금 작가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위험성 경고한 '카나리아'를 음정 몇 개 틀렸다고 끌어내나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불명예스럽게도, 정부 비판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 기관에 의해 수사, 체포 대상자가 된 '사상 최초의 방송작가'가 돼 버렸다. 그렇다면 '마지막 작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이 수사에 결코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또한 지금 나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고 있는 동료 작가들의 존재의의와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싸울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프로그램의 완벽하지 못한 완성도에 대해 가혹한 '비평'을 듣는 작가일지언정, 조작과 왜곡으로 시청자를 속이는 '부끄러운 작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함께 지켜가는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월간 방송문예> 8월호에 쓴 글에서 '시사프로그램의 본령'을 이렇게 정의했다.

"먼 옛날 탄광에 들어갈 때 광부들은 카나리아라는 새를 들고 들어갔다. 갱도 속에 유독가스가 스며들어 산소가 희박해지면 공기변화에 예민한 카나리아는 울음과 파닥거림으로 광부들에게 위험을 알려주곤 했다... <PD수첩>이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제목의 프로그램을 내놓았을 것이다. 그저 <PD수첩>이 한 박자 빨랐을 뿐, 동료 작가 누구라도 곧 공기 변화를 눈치채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2008년 봄, 광부들은 위험을 경고하는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갱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들을 막은 건 탄광 주인이다. 그는 갱도 속 유독가스가 산소라 우겼고 카나리아가 잘못 울었다며 광부들을 안심시켰다. 대신 끌려나간 건 카나리아다. '음정 몇 개 틀린 죄'라고 했다. 그 카나리아의 운명을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과연 광부들은 무사히 갱도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