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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통신1 - 햇살같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3월 2일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 아이들만큼 저도 떨렸습니다. 두렵다고 해야 할까요? 저 사랑스럽고 초롱초롱한 아이들에게 난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하나? 첫 출근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진 못할지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가슴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는 말은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아야 할 귀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몇 배 힘들지만 매 없이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사랑의 매라 해도 매는 아이에게나, 교사에게나 상처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헤어지는 날이 되면 제가 먼저 눈물이 나는, 아이들이 제 곁에 있기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선생님입니다. 책 읽는 것,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꽃, 나무, 새, 물고기 같은 자연과 생명들을 만나 사랑하고 그 이름을 알아가는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배우고 자랍니다. 스스로 걷기 시작한 그날처럼, 매일매일 그렇게 몸도 마음도 커갑니다. 敎師는 보리를 가꾸는 농부와 같습니다. 씨를 뿌린 농부는 그 씨가 고이 싹트기를 빌며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그리고 뿌리가 튼튼해지도록 보리를 밟아줍니다. 보리를 밟는 농부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보리를 사랑하는 탓입니다. 이 농부의 마음은 바로 敎育者의 마음입니다.

 

농부처럼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아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물이 잘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이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도토리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큰 참나무가 되듯이 아이들은 올 한 해도 커가겠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햇살 같은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 한 해 저와 함께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있게 된 우리 아이들 모두 자유롭게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교육은 학부모님과 교사, 그리고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아이 얘기를 들려주시는 것을 행복하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가정방문을 나가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바쁘시더라도  잠시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 아이 문제로 상담이 필요하시면 연락바랍니다. (01*-60*-****)

 

가정방문이 시작되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가정방문을 가기 위해 그룹을 짰다.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부터 가야 일이 수월하다. 그래서 반장을 길라잡이 삼아 가까운 곳부터 가기로 했다. 한 가정에 10분 이내로 머물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범준이네는 할아버지가 슈퍼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임신 8개월로 무거운 몸으로 맞아주었다. 순박하고 정겨운 가족이었다. 범준이는 성격이 내성적이면서도 자기 할 일을 잘 하는 아이다. 엄마를 보니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시작하여 14집을 도는데 도는 동안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더니 점점 심해져 깨질듯이 아팠다. 긴장하고 신경을 쓴 탓일까. 교사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학부모와의 관계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가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집을 못 찾아 몇 번을 헤매야 하는 곳도 있었다. 빙빙 돌다가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가려고 돌아가는 순간 한 아이가 다행히 기억해내서 찾기도 했다. 미리 집 앞에 나와서 맞아준 고마운 학부모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부모는 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녀 시간을 내기 어려웠을 텐데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기다려준 성욱이 부모였다. 두 분이 함께, 따뜻하게 맞이해주어서 참 행복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에 대한 두 분의 사랑이 얼마나 극진한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부담 없이 나섰는데 아마도 긴장하고 신경을 많이 썼던 모양이다. 너무 어렵게 사는 모습들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내가 할 일이라곤 이 아이들을 사랑해주는 것뿐이었다. 알면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길잡이 해준 아이 셋을 데리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수고했으니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했더니 좋아했다. 구름이 많이 끼어서 바다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는지 무척 좋아했다. 바다를 보고 나니 조금 나아졌으나 머리는 여전히 아팠다. 내일은 *** 마을로 간다.

 

***마을은 교회에서 부모가 없거나 헤어진 아이들을 모아 사회복지사인 한 엄마가 7~8명을 가족처럼 돌보는 곳이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학교 버스가 데려오고 데려다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얼굴에 그늘이 없어 다행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조금 쓸쓸해보였다. 한 아이는 거짓말을 잘해서 나를 힘들게 해 엄마와 자주 상담을 해야 했다.

 

제일 먼저 이름을 외우게 했던 아이, 민욱이네 집으로 갔다.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민욱이 집은 비어있었다.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날 수가 없으니 바쁘시더라도 기다려주기를 바란다는 편지도 보냈었는데 아쉽다. 아이가 공부하는 방을 들여다보고 영준이네 집으로 갔다. 영준이네는 식당을 하고 있어 아버지랑 할머니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영준이 어머니도 순박한 모습이 호감을 주었다. 학부모라는 어색한 관계가 아니라 친근감을 주는 얼굴이었다. 소현이는 작년에 오빠가 우리 반이어서 쉽게 찾았다. 성호도 작년에 누나가 있어서 친근감을 더해주었다.

 

시골길을 지나 멀리서 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제일 부지런했다. 혼자서는 갈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였으니 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등하교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의 버스 시간을 맞춰주기 위해 항상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그렇게 한 집 한 집 모두 마치고 나니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교사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학년에 섭섭함이 남아있었는지 교사에 대한 불신을 보이는 학부모도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 그런 아이들은 더 많이 이해하고 어루만져주어야 할 것 같다.

 

학부모 통신2 - 가정방문을 다녀와서 드리는 글

 

오늘은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아마도 봄을 시샘하나 봅니다. 그러나 봄은 이 추위를 당당하게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들을 찬란하게 피워낼 것입니다. 바쁘신 중에도 함께 해주셨던 학부모님의 협조 덕분에 가정방문을 모두 무사히 마쳤습니다. 첫날 가정 방문을 하고 나서는 그 기분으로 사택에 혼자 있을 수 없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학부모님께서 주신 말씀들 잊지 않고 기억해서 아이들 보살피는데 초석으로 삼겠습니다.

 

아이들을 눈물로, 정성으로 키우고 계시는 모습들이 얼마나 제 가슴을 아프게 했던지요. 모두 보석처럼 소중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제가 1년 동안 정말 잘 키워야 할 텐데 싶어 가슴도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고이 키운 아이들 제게 맡겨주셨으니 최선을 다하여 돌보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잘 자라도록 지켜보겠습니다.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요. 아이들이 지금 좋아하는 선생님도 좋겠지만, 저는 지금보다는 훗날 아련하게 기억되는, 아이들의 가슴에 담기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저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의 모습이, 하신 말씀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가슴 설레었던 기억은 지금도 행복하고 소중합니다. 상처를 주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저로 하여금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도록 채근합니다. 모두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기억되는 초등학교 선생님 역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제 삶을 통해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정방문을 하고 나서 아이들의 태도가 알아보게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교육은 부모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끝까지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이들과 주말, 휴일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학부모 통신으로 보냅니다. 학부모와의 소통인 셈이지요. 


태그:#가정방문,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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