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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업자' 얘기만 듣지 말라."

 

17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경제 위기를 맞이해 이명박 정부의 정책대응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며 "경제 정책을 이렇게 놔둔 점에 대해 반성을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대응에 대한 비판은 비단 유종일 교수만의 몫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진보개혁 성향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한국경제정책연구회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연 '심화되는 경제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는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들은 저소득층보다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 등의 재정정책, 임금삭감·비정규직법 완화 등의 일자리 정책은 경기부양 효과는커녕 경기 침체 장기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고용보험 확대 등의 재정 지출을 경제 위기 극복책으로 제시했다.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효과적이고 재정 부담이 적다"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감세는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감세는 경기부양에 효과적이지 않고, 향후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인 재정 불균형을 가져오지 않도록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일시적 기간 확대, 신규 고용자의 사회보험료 일시적 지원 등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이는 자동안정장치로서 경기가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지출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안전망 확대는 감세보다 경기 부양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감세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긴 시차가 존재하고, 고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낮다"며 "경기 부양의 확실성이 낮은 소득세·법인세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권 지급·자동차 개별소비세 면제·부가가치세 일시 감면 등의 소비 진작책이 필요하다"며 "또한 투자 확대·고용증진을 위해 투자세액공제 실시와 고용·건강보험 부담 한시적 감면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계 계층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급속한 경기 위축이 발생하고 있고, 위축된 상태가 지속되면 한계계층(저소득계층·청년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회복이 어렵다. 경기 위축으로 피해가 큰 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계 운영에 심각한 위기에 놓일 저소득층과 고용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층·소규모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정책은 거품 지탱수단"

 

이에 대해 홍종학 경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구조조적인 것이다, 구조적·제도적 경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서민·중산층·중소기업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소득층의 적자 상태가 10년간 지속됐다, 경제위기가 끝나면 저소득층은 저소득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1997년 'IMF 사태'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지 못해 벼락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 교수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거품 지탱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최고점에 비해) 40% 빠졌지만, 한국의 경우 20%밖에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완화를 하면 불확실성이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슈퍼 추경' 분위기에서 비효율적인 사업들이 추경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직 늘리고 임금 깎으면 일본 장기불황 온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전병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임시적·단기적·한시적 일자리 창출과 임금삭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재정부담의 증가와 경기침체 지속의 악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장기불황을 꼽았다.

 

이어 그는 "중소영세기업의 임시일용직·영세자영업자·비자발적 비정규직 등 저소득 한계근로자에게 경제 위기의 부담이 집중될 것임에도, 이들에 대한 고용 정책적 접근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이명박 정부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전 교수는 "2009년 1월 현재 전체 취업자 2286만명 가운데, 고용보험 사각지대(비적용대상·미가입자와 영세자영업자)에 800만명이 놓여있다"며 "실업부조를 도입하고 고용보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인 고용보험 비적용대상(200만명)에 대해 최저임금의 60%(50만원)를 지원하는 한시적 실업부조를 도입해야 한다. 실직확률·폐업률·평균 미취업기간을 감안하면 1조2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200만명에 달하는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경우, 사회보험료 면제를 위해 1조6천억원이 필요하다."

 

이어 전 교수는 "고용보험 가입자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안전망 제공을 위해 실업급여 기간 연장과 수급률 확대 등이 필요하다"며 "1조8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고용보험료 인상과 정부의 기금 출연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태그:#한경제정책연구회,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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