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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정기적으로 벗들과 함께 시설로 가서 아이들을 목욕시키거나 산책, 또는 식사들을 보조했다. 지금은 지적장애인이라고 이름이 바뀐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보호하는 곳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개인이 운영하던 곳이었고, 문제가 많이 발생해서 감사를 받고 종교재단법인으로 운영주체가 바뀌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느라 모두들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다리를 뻗고, 산들거리는 미풍속의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며 담소했다. 노란 개나리가 막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때였다.

 

좀 떨어진 운동장 모퉁이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시설장애인들이 몰려나와 모두 원을 그리며 무엇인가 지켜보고 있었다. 호기심에 무슨 일인지 뛰어 가보았다. 10대로 보이는 장애인들끼리 싸움이 붙어 있었고, 모두들 지켜보며 웅성웅성거렸다.

 

잠시 지켜보며 말리려고 했는데 언뜻 싸움의 양상이 이상했다.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한 쪽은 일방 멱살을 잡고 때리고 있고,  한 쪽은 그냥 일방 맞으면서 때리는 아이의 신발끈을 매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심한 정신지체처럼 서로의 손, 발을 제대로 콘트롤하면서 움직이는 것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쪽이 때리면, 다른 한 쪽도 주거니 받거니 해야 싸움이 되는 것이지, 그냥 맞기만 하고 참는다는 것은 싸움이 아니었고, 참는다는 것은 인내심이 무엇인지 아는 정신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정신지체가 아닐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수화통역사를 불러 가만히 맞기만 하는 20살 같이 보이는 아가씨를 조용히 한 구석에 데리고 가서 대화를 했다. 자신의 이름과 나이가 29세라는 것을 바로 말하고, 시를 좋아하고, 취미가 기도하는 것이라는 마음이 소녀같은 해맑음이 뭔가 작은 무지개를 보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그 아가씨는 정신지체가 아닌 뇌성마비였다. 뇌성마비는 외향적으로 신체기능을 통제할 수 없어서 고개짓, 말억양, 손짓, 걸음 모두가 어긋난거처럼 장애정도가 드러나지만,

감성은 일반인보다 더 깊고 섬세하다. 외국에는 뇌성마비 유명한 학자와 예술가도 많다.

 

그 후로 전보다 자주 그 곳에 들렀다. 어릴때는 엄마와 살았는데 엄마가 죽자 동네사람들이 그 곳으로 넣었고, 한 방에 20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과 같이 10년 째 지내고 있다고 했으며, 자신은 같은 방의 동생들을 보살피라고 하느님이 그리로 보낸 것이라고 , 좋게 보면 긍정적인 자기 순응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생을 선택하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체념의 빛일 수도 있었다.

 

시설에 수용된 지적장애인들은 쉴 새없이 관리해주지 않으면, 공동체생활이 어렵다. 낮에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밤에는 자신의 머리를 벽에 찍거나, 자해하거나, 대소변을 못가려 한 밤중에도 씻겨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설은 저녁을 먹은 후면 수면제와 안정제 비슷한 약을 먹여 깊은 수면을 유도한다. 그리고 담당 사회복지사는 옆 방에서 문을 잠그고 잔다.

 

한밤중에 일어나는 20명의 지적장애인들의 돌발상황에 대한 모든 일들은 순이가 했다. 그리고 그것은 습관이 되어, 낮에도 돌보게 되고 싸운 것 같은 그 날도 순이는 동생의

신발끈이 풀어져 자꾸 넘어지니 바로 매어줄려고 한 거고 정신이 없는 동생은  자기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발을 잡은 순이를 마구 때리고 반항을 한 것이었다.

 

외출허가를 받게 해서 자주 바깥세상 나들이를 했다. 비슷한 여성장애인친구들도 만나고, 혼자 버스도 타고, 함께 먹고 잠자면서 공부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그런 워크숍과 축제도 나누었다. 그러면서 물밑으로 조용히 지역의 인권단체활동가들, 지자체의 담당공무원, 신부님 등과 연계네크워크를 형성하여 자립준비를 했다.

 

그러길 3년, 순이는 정부임대아파트를 받고 기초수급자가 되었다. 그리고 운영주체가 바뀐 시설의 작업장으로 일 주일에 몇 번은 동생들의 일을 지도하며 함께 일하고, 어느 날은 공부나 알바를 하고, 어떤 날은 친구들을 초대해서 삼겹살파티도 하며, 갈 곳이 없는 여성장애인들을 재워주기도 한다.

 

가끔은 자립해서 살아가는 혼자의 삶이 밥도 해먹기 귀찮을 만큼 외로울 때가 있지만, 아침이 되면 씩씩하게 다시 풀꽃처럼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꾸준히 동시를 써서 지역사회글짓기에서도 대상을 타기도 하며 꿋꿋한 참솔상을 받기도 했다.

 

순이는 너무 마음이 좋아 갈 곳이 없는 여성장애인을 재워주다가 카드도 도난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돈 없이 지냈다면서 일반사람들처럼 상심하지 않는다. 

 

순이와 같은 시설안에 있는 많은 장애인들...스스로 신발을 사고 옷을 골라입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하는 일상의 작은 자유에서 소외돈 사람들.... 세상속에 살아가면서 조금만 찬찬히 마음의 눈으로 보면 꼭 손을 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마음의 눈이 뜨진만큼 현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순이처럼 자립을 하면,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추운 날 하룻밤이라도 재워주는 희망의 징검다리가 된다. 순이와 같은 자립여성장애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혼자 외로워 살기 어려우면 그룹홈이나 홈피스같은 것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장애인들의 숙원이었던 장차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쓸모없게 만들고, 더 많은 장애인들을 집단수용하는 시설을 늘리려고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 그러는 것일까?

자신들의 마음의 눈을 닫으면 결국 더욱 불행해지는 것은 누구일까?

장애인들은 육신이 더욱 현실에 구속되어 몸이 불편해지겠지만

마음의 눈이 닫혀 영혼이 비명을 지르는 것은 누구일까?


태그:#여성장애인의 자립, #마음의 눈, #시설확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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