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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가 된 지 6개월, 우여곡절 끝에 도둑고양이가 아닌 집고양이가 되었고 이젠 새끼고양이가 아닌 중고양이가 되었다. 지난 해 10월, 세 마리 새끼를 낳은 어미는 한 달여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배신하고 새끼들을 데리고 가출했다. 새끼 세 마리의 이름도 붙여주었는데 이름대로 되느라 그런 것인지 '망설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놈만 어미에게서 떨어져 추운 겨울 계단 틈에서 밤새 울었다.

 

아마, 그때 거둬들이지 않았다면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놈이 쑥쑥 자라더니만 봄도 되었으니 이제 독립하라고 해도 옥상을 떠나질 않고, 심지어는 사람만 가면 와서 애교를 부리고 꼬리까지 친다.

 

"얼레 이놈봐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네? 이놈아, 네가 갠줄 아니?"

 

 

우리 식구, 그 중에서도 부모님께서는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우셨으며 중성화수술을 하려고 동물병원에 데려갔을 때에도 가장 반대하셨던 분은 아버님이시다.

 

"그것들도 자기들 인생이 있는데, 그냥 둬. 중성화수술하는 것을 고양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란 말이야."

 

그런데 그날, 하필이면 수의사가 자리를 비웠고 암놈이 아니라 수놈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혹시나 임신을 해와서 줄줄이 옥상에 낳으면 어쩌나 했던 걱정을 덜었던 탓도 있고, 아버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어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고양이방(?)을 만들어 주고, 하루에 두끼를 거르지 않고 먹여주었다. 집안에서 기르지 않아도 샴푸며, 예방주사며 적잖게 돈이 들어갔다.

 

그 정도까지만 고양이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고, 봄이 되면 알아서 스스로 나가기를 바랐던 것이다. 의견은 분분했다. 도둑 고양이었으니 나가 살 것이라는 의견, 잘해주는 집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는 의견. 현재는 옥상문을 열어놓아도 나가질 않고, 밖에 데리고 나가 땅에 놓으면  쏜살같이 옥상으로 뛰어올라간다.

 

어미가 데리고 나간 놈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 추운 겨울을 잘 보냈을까, 도대체 이 척박한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갔을까?

 

 

부모님을 모시고 '워낭소리'를 봤다. 생각해 보니 부모님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또 한편으로는 온 가족 온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그만큼 없었구나 싶었다. 영화를 다 보신 어머님, "야, 우리는 거 냐옹소리 하나 찍어야 겠다"하신다.

 

"냐옹 소리요?"

"그려, 니 아버지가 고양이한테 얼마나 잘해주냐? 그 놈은 복 터졌지."

"봄에는 내보내야죠. 이젠 자기 스스로 살게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도 정이 그러냐? 나가지 않으면 그냥 죽을 때까지 키워야지."

 

갑자기 걱정이 된다. 중고양이가 된 후 아이들은 무섭다고 하는데, 그리고 이놈이 언제까지 이렇게 순할지 알 수도 없는데 그냥 거두시겠다는 부모님, 미물이지만 한 식구로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이야 이해가 가지만 영 부담이 된다.

 

허긴, 고양이가 나보다 부모님에게 더 많은 웃음을 주었으니 그런 대접을 받을만한 가치는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정도 많이 들었다.

 

사람만 보면 다 좋아하나 했더니만 식구들이 아니면 쏜살같이 도망가서 숨는 것으로 봐서 내놔도 잘 적응하며 살아갈 것 같기도 하다. 집고양이로 살아갈지, 도둑고양이로 살아갈지는 자신이 선택해야할 문제지만 도둑고양이로 살아가는 것이 더 고양이답지 않을까 싶다.


태그:#도둑고양이, #집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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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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