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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시대에 진입했다.

가끔 가다 솔루션에 비치는 학대당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우울하다.

그리고 황혼이혼과 자살노인에 대한 소식도 자주 접한다. 하지만  암에 걸리거나 독거노인이거나 뇌졸증이라도 나름대로 하루를 알차게 살아가시는 어르신들도 많다,

금방 6학년, 7학년, 8학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내려왔다.

잠시 쉬는 참을 활용해서 신노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쓴다.

 

고령화시대가 시작되면서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져서

60대는 6학년이라고 젊은 축에 들어 심부름들을 도맡아 하고

70대는 한창 활동이 정점인 때라 각 평생교육의 반에서 반장이나 실장 등을 맡는다.

그리고 80대는 이름 그대로 어르신, 영감님 대접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7학년 어르신 한 분이 사무실에 들어와서

간이 안좋아 수술을 해야 해서 한 달동안 결석해야 한다고...

당연한  결석을 아주 송구하다는 듯이 말씀하시고 가셨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 아마 너무 열심히 사셔서 침대에서 좀 충전하는 기회가 되시라고 그런 것 같으니 마음 평안하게 치료받고 오세요.." 했다.

 

그리고 밖에 외근을 하고 들어오다가 골목에서

저 멀리 어떤 아저씨가 빵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몰고 열심히 오는것을 보았다.

나를 향해 반갑게 모자를 벗어 흔들면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아주 능숙하다.

누군가...? 가까이 오시는 것을 보니 아저씨가 아닌 복지관 서예반 8학년이다.

나도 덩달아 두 손을 흔들면서 어르신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빼빼마른 8학년 어르신은 나이보다 20년은 젊게  보이신다. 일주일에 지역어린이집에 3일씩 어르신일자리사업인 내리사랑 노인강사를 하시고, 그리고 지역사회 봉사도 하러다니시고 내가 가르치는 서예반에서도 무엇이든 프린트물이라든가 간식을 배분하면

6학년, 7학년을 제치고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신다.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 ....혼자 끼니를 끓여 먹고 사시는데 내색이 전혀 없이 밝으시다.

그런  모습에 감화를 받고 어르신의 쉰 넘은 자녀들도 사회봉사를 시작했다.

 

20여 명 가까운 서예반에서 암에 걸렸다 수술하고 투병하시는 어르신들이 5명 정도

되고 뇌졸증으로 사경을 헤매고 1급 장애판정을 받고도 투병하여 반신불수의 몸으로 간신히 거동하면서 왼팔로 붓글씨에 몰입하시는 분도 있고, 반 정도가 그렇게 투병생활이거나 앞으로도 어찌 될 지모르시는 어르신들이다.

 

그리고 기러기아빠로 평생을 사시다 독거노인이 되신 어떤 전직선생님은 

주말이면 호스피스 임종의 집에서 봉사하고, 동네 사람들이 집단쓰레기를 몇 년동아 투기하여 악취가 풍기는 공터를 틈만 나면 손질하여 그 곳을 꽃밭과 채마밭으로 나누어

지나가는 이웃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하신다.

전직군인이신 어떤 8학년 어르신은 2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신다. 그리고

다시 퇴원하면 서예실로 나와 학생처럼 손주뻘인 내게 네, 네 하면서 열심히 배우신다.

 

강의를 하고 내려오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와 비슷하게 생긴 할머니가 잽싸게 따라 내려와

내 주머니에 뭔가 부끄러운 듯 찔러주고 올라가신다.

손수 만든 고운 주머니에 박하사탕과 홍삼사탕을 넣으셨다.

어떤 때는 한 분이 오랫동안 안 보여서
"어디 잠깐 가셨나보아요?"하고 결석한 분을 물었는데,

"네, 선생님, 먼저 갔어요.." 하셨다.

잘 못듣는 나는 다음 주 다시

 " 아직 안 오셧나봐요?" 하고 물었고

그제야 8학년 어르신이 목을 넘기는 시늉을 하셔서 돌아가신 줄 알고 마음이 절로

서늘하면서도 애련해져서 아무생각도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담담하다. 아직 젊은 우리들에게 죽음이란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거나 준비하지 않아서 불안하기도 한 것일 수 있는 감이 닿지 않은 것이지만 어르신들은 생을 다하고 돌아가야하는 길에 대해 이미 생각을 하고 또 해서 마음준비를 해놓고 사시는 것인지.... 

 

고령화 시대의 신노인상들은.. 많은 사회활동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잘 사는 것이 아닌

혼자 살든, 병에 걸렸든, 현실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아름다운 웰 다잉의 순간들,

마지막 돌아가는 길에는 멋진 골인을 위해 하루 하루를 아낌없이 알차게 땅 속 깊이 내리는 나무뿌리처럼 소리없이 지내시는 분들이 아닐까...


태그:#신노인상, #고령화시대, #투병어르신들, #독거어르신들, #어르신들의 알찬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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