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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언론 관련법 상임위 날치기 상정에 항의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박성제 MBC본부 위원장, 정영하 MBC본부 사무처장, 최성혁 MBC본부 교섭쟁의국장 등 4명에게 26일 경찰이 출두명령을 보냈다.

 

지난 18일 라이트코리아 대표 봉태홍씨가 작년 12월 '언론 악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 총파업 때 MBC본부 파업으로 업무방해를 당했다고 고발했다는 이유에서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경찰이 봉태홍씨의 고발 대상도 아닌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을 출석하라고 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어 보인다.

 

지난 25일 MBC노조에 이어 27일 CBS노조가 파업을 결정했다. 이렇게 언론노조 사업장에서 파업이 번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출두사건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언론노조 지도부를 압박해 '언론 악법' 저지 파업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노동자 탄압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듯하다. 경찰의 이번 출석요구는 언론노조 지도부의 발을 묶어 파업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술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설령 이번 조치에 고의성이 없다고 해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27일 오후 2시까지 출석을 요구하면서 하루 전인 26일 오후 5시경에 팩스 공문을 보내 출석 요구를 한 사실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도리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봉씨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날이 지난 18일이다. 그런데 봉씨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하자마자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언론노조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명백한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봉씨의 고발사건이 시급하고 중대한 사건도 아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서둘러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이겠는가. 사정이 이러하니, 겉으로는 경찰이 이 사건을 조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윗선에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진보한다. 언젠가는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노조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 아니라 정당한 파업이다. 이들은 누차에 걸쳐 국민 여론조사에서 65~70%가 반대하고 있으니 언론관계법을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좀 더 폭넓게 논의한 후 처리하자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언론 악법'을 불법으로 직권 날치기 처리한다면 강력한 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회 상임위 날치기 직권상정을 무효화하고 야당과 성실한 교섭을 통해 언론 관계법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중대한 사건이 아닌 민원성 고발사건은 파업이 끝난 후에도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 촌각을 다투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은 출두명령을 거둬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야당과 성실히 대화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에 충고하고 싶은 명언이 있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에 나오는 늙은 소의 지혜를 염두에 뒀으면 한다. 천천히 인내하면서 언론법을 풀어가도 시간이 조금 더딜 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태그:#언론노조 파업, #미디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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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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