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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사태 촛불 차단에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이 터진 직후 직접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1주일 만에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회의 일정이 바빠서 브리핑에 나서지 못했다"고 '고백'(?)한 이 대변인은 19일 "이성호 행정관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으로 사건은 끝났다"며 "지휘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김철균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이성호 전 행정관의 지휘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실조사' 의혹과 '사건 축소·은폐'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분 만에 춘추관 떠난 대변인 "그만 하자, 다 나오지 않았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자료사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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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춘추관 1층 브리핑실을 방문해 8차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에 집중됐다.

이 대변인은 먼저 지휘책임론과 관련 "지휘책임을 물을 만한 경중을 가려야 하는데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논의했는데 그런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이성호 행정관이 사표를 냈으면 그것으로 끝난 것 아닌가"라며 "밑에서 잘못했다고 (무조건) 위에서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경위를 파악해서 본인이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확인됐고, 본인이 사표를 냈고, 이를 행정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추가 의혹들을 일축했다. 또한 이메일 발송 시점이나 서울경찰청 인사청문회팀 발송 여부 등과 관련해서도 "2월 3일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냈고, 서울청 청문회팀에는 보낸 적이 없는 걸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대변인은 재발방지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 돌출행동은 어디에나 있다"며 "재발방지대책이란 그야말로 근무기강을 세우는 것 이상 뭐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한 사건인데 사후대책까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만 하자, 다 나오지 않았냐"며 "여기서 끝내고 정쟁하는 것은 정쟁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팩트(fact) 가지고 얘기하자"고 응수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실을 방문한 지 20분 만에 춘추관을 떠났다.

다음은 청와대 이메일 지침 사건과 관련, 이동관 대변인과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행정관이 사표 냈으면 그것으로 끝 아닌가?"

- 그동안 왜 안 나왔나?
"(두문불출을 비판하는 보도와 관련) 선의의 비판으로 받아들인다. 뭐 '미필적 고의'라고 얘기해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어제 그제는 회의 때문에 굉장히 바빴다. 그저께는 대통령 모시고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러 갔다. 하루에 세 번이나 서면브리핑을 했는데 안 나타났다고 하면 섭섭하다. (오늘은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예고기사 써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 청와대가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는데 지휘책임은 묻지 않고 정리하는 것인가?
"지휘책임을 물을 만한 경중을 가려야 하는데 그런 게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보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했는데 그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대체로 알려진 사항 외에 더 나온 게 없지 않나. 언론에서도 판단하고 있을 것이고…."

-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청와대에서 아무런 책임 없이 정리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나?
"그래서 (이성호 행정관이) 사표를 낸 것 아닌가. 그 정도로 견책했으면 끝난 것 아닌가? 밑에서 잘못했다고 위에서 책임지라고 한 것은 무리한 얘기다."

- 이메일 지침을 보낸 정확한 날짜는 언제인가. 2월 3일보다 빠르다는 주장도 있고, 서울청 인사청문회팀에도 전달됐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제 아침 (일부 신문) 보도에 보니 청와대 측에서 부인한 걸로 나와 있더라. 청와대 관계자의 멘트가 붙어 있던데 그 관계자는 어디에서 온 관계자인지 모르겠다. (이메일 지침을) 청문회 팀에 보낸 적도 없다. 2월 3일에 보낸 걸로 돼 있지 않나. 그렇게 확인됐다."

- 실제 경위를 파악했던 과정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이미) 밝히지 않았나? 경위를 파악한 결과, 본인이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일로 확인됐고, 본인이 사표를 냈고, 이를 행정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 그런 경위를 언제 파악했나?
"엄청난 대형 음모사건도 아니고 기억을 못하겠다. 그런 정도의 경위파악이라면 하루 이틀 하는 것 아닌가. 금방 파악이 됐다. '위에 보고 했냐?' '안 했다.', '왜 보냈냐?'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에서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다."

- 이성호 행정관을 조사한 정확한 시점은?
"김유정 의원이 문제 제기한 (11일) 이후다. 김 의원이 발표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지 않았나? 그만 하자. 그만 여기서 끝내고, 정쟁하는 것은 정쟁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팩트 가지고 얘기하자."

"이게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인가? 대변인도 언급을 잘 안하는데..."

- 언론에 보도된 이메일과 실제 보낸 이메일은 동일한가?
"언론에 보도된 이메일은 전언을 재구성한 것 아닌가? 그러니 똑같을 수 있나? 다만 취지는 비슷하다."

- 재발방지대책을 언급한 적이 없는데.
"개인적 돌출행위는 어디나 다 있다. 재발방지대책이란 게 그야말로 근무기강을 세우는 것 이상 뭐가 있겠나? 그만하자. 다 나온 걸."

- 대통령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나?
"이게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인가? 대변인도 언급을 잘 안 하는데…."


태그:#청와대 이메일 지침사건, #이동관, #이성호, #박형준, #김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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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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