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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의 원래 이름은 '진보정치연구소'였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분당과 함께 연구인력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가 최근 명칭을 '새세상연구소'로 바꾸고 새로 출발했다.    

 

그렇게 새로 출발한 새세상연구소가 18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명박 정권 1년 평가'였고, 다른 하나는 '민주노동당의 역할'이었다.

 

"국민들은 진보정당의 분당을 냉소하고 있다"

 

이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 2월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를 먼저 입에 올렸다. 

 

박 위원장은 "진보정치세력의 분열에 국민적 냉소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운동권 근처를 30년간 얼쩡거리면서 최근처럼 속상한 때가 별로 없다. 어느 술자리에 가든 말발이 먹혔는데 민주노동당이 깨진 다음에는 어디 가서 할 말이 없어졌다. 약이 없는 상황이다. 대중은 그걸 냉소한다."

 

박 위원장은 "분당이 안 됐으면 촛불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이 떴을 텐데 제 발등을 찍어서 엄청난 기회를 놓쳤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민주노동당은 분당하기 전에도 소수세력이었다. '마이너리그의 기대주' 정도였다. 그런데 마이너리그 기대주도 깨먹어서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 집권 비전도 가져야 하겠지만 실사구시해야 한다. 운동권의 악폐인 거대담론에 매몰되다가 실사구시 못한다. 민주노동당도 그런 악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 위원장은 "집권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이저리그로 진입하기 위한 이행전략을 준비하고 내공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후보단일화는 필수... 후보로만 접근하면 백전백패"

 

또한 박 위원장은 "그런 점에서 2010년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계기"라며 "민중경선이나 국민경선을 거치는 후보단일화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선거연대론'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야당들만으로 잘 안 될 것이다. 별로 파괴력도 없고 한계가 있다. 지역사회,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또 후보로만 접근하면 백전백패다. 정책공조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해야 남는 장사가 된다."

 

이어 박 위원장은 "민노당은 인적 풀(pool)이 너무 협소하다"며 "올스타가 다 출동해도 인적 풀이 약한데 (분열해서) 끼리끼리 나눠먹기 수준으로 판을 협소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울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을 두 명이나 배출했는데 진보정당이 집권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보여주지 못했다"며 "양심적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했을 때 하는 정도의 일만 했다"고 말했다.

 

"중앙정치 말고 지방자치에서 정책적 풀을 만들어야 한다. 인적 역량을 쏟아부어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노동당 집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초단체장 가망성이 높은데 모범사례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광역자치단체장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진보정당도 먹고살 만하니까 쌈박질을 하더라"

 

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정파구도'까지 거론했다.

 

박 위원장은 "정파구도를 극복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 폐해가 극단에 달해 민주노동당을 깨먹었다"고 지적했다.

 

"먹고살 만하면 쌈박질이다. 공직후보 맡는 데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따지다 깨먹은 것이다. 국회의원도 되고 하니까 쌈박질을 하게 된 것이다. 공직후보 선출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대선후보 선출하는 과정에서 민중경선제를 안 받는 걸 보면서 '어떻게 당원들만 선거하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수 야당조차도 국민경선을 하자고 날뛰는데 민중진보세력이 그 좁은 틀을 고수하더라"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정파 구도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 있어 파탄 직전의 상황"이라며 "민주노동당 분당의 파도가 민주노총에 곧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동당 대표가 잘생기면 지지율 올라간다"

 

박석운 위원장 외에도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박노승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황준호 <프레시안> 기자, 김경환 <민중의 소리> 기자 등도 '쓴소리 대열'에 동참했다. 

 

성한용 기자는 "2008년 2월에 있었던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가장 큰 사건이었다"며 "이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를 입증해주었다"고 지적했다.

 

성 기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정당정치가 정착되지 않아서 국민들은 정당을 인식할 때 사람으로 인식한다"며 흥미로운 비유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자장면만 맛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장면도 맛있어야 하지만 배달하는 사람도 잘생겨야 한다. (정치에서는) '어떤 말 하는가'보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걸 보고 표를 찍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대표도 잘생긴 사람이면 지지율 올라간다. 선하게 생기면 믿어주지만 인상이 안 좋으면 (표를) 안 찍는다. 이게 (정치) 현실이다."

 

성 기자는 이어 "민주노동당은 좌파 기득권자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조중동 보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 스스로 젊은 층으로 외연을 확대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 기자는 "진보신당이 1석도 없어서 정당으로서 존재감이 소멸되고 있는데 진보신당이 의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진보정당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성 기자는 "장기적으로 '반이명박연합'에 매몰될 경우 민주노동당은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며 "외부로는 연대를 추구하되 내부로는 사람을 키우고 역량을 쌓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주노동당이 언론탓만 해서는 안 된다"

 

박노승 논설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한국의 경제적 지형을 많이 바꾸어 놓을 것"이라며 "이는 민주노동당에게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논설위원은 "이럴 때일수록 (진보정당이)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며 "빈곤층, 실업 등의 문제에 더 깊이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 논설위원은 "민주노동당의 정책으로는 '무상의료-무상교육', '부유세'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며 "의미있는 집권세력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정책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대중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논설위원은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언론탓만 해서는 안 된다"며 "정책기능을 강화하면 교육, 환경, 노인, 아동 등 다루어야 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 논설위원은 "이를 위해 많은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온-오프에서 대국민 접촉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또한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 비준을 민주노동당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민주당 내 진보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의원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진보진영과 시민사회가 외교영역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외교통상쪽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미국의 진보적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공공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는 "17대 국회에서는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에서 이슈를 주도했지만 18대 국회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통일외교안보 관련 상임위에 의원도 배치하지 않았고 북한을 한번 갔다오고 열심히 성명전 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황 기자는 "정책개발을 열심히 하고 생각의 외연도 넓혔으면 한다"며 "자주파-평등파 논쟁 구도를 좀 더 넓혀 민주노동당이 협력세력을 묶어낼 센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환 기자는 "울산 북구 재보궐선거는 민주노동당의 미래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민주노동당이 울산 북구 선거에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의석 숫자를 하나 더 늘리냐 마느냐의 차원으로 볼 수 없다"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맞서는 대안으로서 민주노동당이 설 수 있느냐 하는 시험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태그:#새세상연구소, #민주노동당, #박석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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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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