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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여인을 잔혹하게 살해, 암매장한 어떤 이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충동에 따라 아무런 죄책감이나 동정심도 느끼지 못한 채 살해하고 쾌감을 맛보는 ‘사이코패스’라고 하지요.

 

한편에서는 5명의 생목숨이 무너지는 양철 망루 속 불길에 갇혀 타죽었습니다. 혹 불에 탄 시신을 본 적 있으신가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까맣게 쪼그라든 처참한 몸뚱아리를 두고 생명의 존귀함이나 인간의 존엄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들은 여전히 기세등등합니다. 마치 길가에 버려진 헌 궤짝인 양 ‘누가 이런 걸 여기 버렸어’하는 식으로 냉큼 던져버리고 두 손 털면서 너무도 당연한 일을 하였다는 투지요.

 

그래도 앞의 범인은 머리를 뒤집어쓰고 얼굴 가린 채 고개 숙이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이른바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공권력과 엠비‘씨’ 정권의 어느 누구에게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애도의 기미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들의 작태에서 ‘사이코패스’의 또 다른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섬찟합니다.

 

(불타 숨진 또 다른 희생자인 경찰관은 동료대원들의 애도와 울분과 그 우두머리인 경찰청장의 눈물 속에 장례를 치렀지요. 경찰청장은 불법시위에 대한 보다 철저한 법치를 강조하였고, 동료대원들의 분노 역시 불법 농성의 철거민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경찰청에서 시위하던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합법적 폭력으로 이어졌구요.)

 

그런데 이런 엠비‘씨’에 대한 지지율이 30%를 웃돈다고 합니다. 아무리 ‘경제 살리기’에 코가 꿰이고, 제 코가 석자라 옆을 돌아볼 처지가 아니라도 지난 1년간의 악정과 악행을 이처럼 ‘나몰라라’ 할 수 있는지요. 1% 부자를 위한 정권이라는데 30%가 넘는 지지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혹 돈놓고 돈먹기 식의 극단의 경쟁과 야바위 시대에 어느새 경쟁의 기계가 되어 제 울타리만 쌓는 무관심과 무자비의 막가는 삶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요.

 

어쩌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지난 기간 동안 돈에 대한 충성서약에 순종을 강화해온 것은 아닌가요. 이 또한 숨어있는 ‘사이코패스’의 얼굴은 아닌가요.

 

비단 이들 뿐이겠나요. 추모제를 열고 규탄대회에 참가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끔찍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의 멀쩡한 영정 앞에서 무엇을 기리고 어떻게 명복을 빌어야 하나요. 공권력의 살인진압에 희생된 열사요, 1천만 도시빈민의 동지로 기리면 되나요. 한 송이 흰 국화꽃으로 떠나는 길 사뿐히 즈려밟고 가기를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빌면 되나요.

 

그이들은 열사도 동지도 죽음 속에 부활하는 한 송이 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한 집의 가장이요, 아버지요, 남편이요, 아들일 뿐이지요. 어제까지 멀쩡하게 웃고 떠들고 화내고 싸우던 살아있는 사람이었으며 아마도 더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 속에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시꺼멓게 불에 타죽은 생목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혹 우리는 너무 쉽게 추모하고 너무 자주 명복을 비는 것은 아닐까요. 열사니 민주니 동지니, 진상규명이니 책임자 처벌이니 하는 타성화된 호칭과 구호 속에 말라가고 졸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알게 모르게 ‘나는 결코 불에 타죽을 일 없을 거’라며 저만치 돌아와, 거울 앞에 앉은 자신의 온전한 모습에 안도하며 따뜻하게 몸뉘일 한칸방에 위로받으며 또 다른 추모와 명복의 자리를 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이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음을 추모하고 애도해야 하는 건 아닌지요. 어쩌면 우리 스스로 주위의 ‘사이코패스’를 조장하고 가슴 속 저 밑바닥으로부터 ‘사이코패스’를 키워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요.

 

뒷글, 글을 써놓고 몇 번이나 망설였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의 기만과 위선을 되돌아보면서 또 다른 기만과 위선을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지, 너그럽게 읽어주시길.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등 블로그에 올릴 글입니다.


태그:#용산 참사, #추모대회,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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