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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민(29)은 요즘 출퇴근 때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산다. 작년 가을 구입한 제3세대(3G) 이동통신 휴대전화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왕이 사용하는 중싱통신(中興通信) U980폰은 3G 휴대전화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인기기종. 왕은 "전에 사용하던 2G 휴대전화와 달리 고속 무선 인터넷 지원이 완벽하고 DMB로 TV 시청도 가능하다"면서 "메신저의 사용도 가능해서 무료한 출퇴근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도 3G 이동통신시대가 열리다

 

지난 7일 중국에서 3G 이동통신시대가 정식으로 열렸다. 이 날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 차이나유니콤(中國聯通),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 등 중국 3대 통신 사업자에게 3G 이동통신 서비스 영업허가증을 발급받았다.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네트콤(中國網通, CNC)이 합병 완료한 다음 날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TD-SCDMA(시분할연동 코드분할 다중접속, Time Division-Synchronous CDMA) 방식으로, 차이나유니콤과 차이나텔레콤은 유럽 방식인 WCDMA(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와 북미 방식인 CDMA2000으로 3G 서비스시장에 진출했다.

 

중국 3대 통신 사업자는 3G 사업권을 따자마자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작년 12월부터 3대 이동통신 사업자는 기존 고객을 붙들고 신규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료 인하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전화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지불하던 통화료 지불 방식이 거의 사라졌다. 이제 휴대전화를 받는 사용자는 통화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고속 인터넷, 양방향 영상서비스, 패킷네트워크 등도 속속 가능해졌다. 기존 2G 통신망보다 속도가 100배 빠른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왕은 "3G 서비스의 등장으로 통화료도 인하됐다"면서 "난청 지역이 많고 신호가 불안정하거나 화상통화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등 현재 나타나는 사용상의 문제점을 점차 해결하면 3G 휴대전화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리이중(李毅中)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3G 네트워크 건설, 단말기 설비제조, 운영서비스,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통신IT 서비스업 등 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내수 확대와 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면서 "2010년까지 3G 부문의 직접적인 투자만 최소 2800억 위안(한화 약 5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입자만 6억4100만 명...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 중국

 

중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 대국이다. 작년 12월 현재 중국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6억4100만 명. 2008년 한 해 월 평균 800만 명이 신규 가입자로 늘어났다. 1987년 첫 이동통신설비를 들여올 당시 가입자가 700여 명에 불과했던 것을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중국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001년 3월 1억 명을 넘은 뒤, 작년 6월 6억 명의 벽을 돌파했다. 2004년에는 유선통신 보급률을 능가했다. 이동통신 보급률도 48%로, 올해 상반기 내 50%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하다.

 

이동통신시장 규모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 2007년 중국 휴대전화시장은 1710억 위안(약 34조2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중국 내 휴대전화 판매량은 2억2200만 대로, 처음으로 2억 대를 돌파했다.

 

지난 2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iSuppli)는 2009년 중국 휴대전화시장이 7.7%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빈 왕 아이서플라이 중국연구부 매니저는 "올해 중국 내 휴대전화 판매량이 2억3900만 대로 예상된다"면서 "신규 가입자도 9000만 명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통신서비스시장은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이 거의 독점한 상태다. 2007년 현재 유럽 방식인 GSM을 서비스하는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은 각각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68.8%와 23%를 점유하고 있다. CDMA를 서비스하는 차이나텔레콤은 8.1%의 시장 점유율에 불과하다.

 

휴대전화시장은 노키아, 삼성,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독보적 선두인 노키아와 그 외 글로벌 기업은 각각 35%, 45%로 시장을 나눠 가지고 있다. 중국산 브랜드는 불과 2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톈진(天津) 등 주요 연해도시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70~100%에 달하지만, 중국 이동통신시장은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 소득이 낮은 중서부 지역은 아직 휴대전화 보급률이 20~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신 사업자가 밝히는 가입자 규모는 실제 이용자 수보다 10% 정도 허수가 있다.

 

아시아 시장조사기업인 ROA그룹은 이달 초 낸 보고서에서 "중국 인구가 현재 13억 명으로 향후 5년 안에 15억 명을 넘어서기에 이동통신 가입자 6억 명은 포화상태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도 2020년에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 기술표준의 독립선언, TD-SCDMA 서비스

 

이번 3G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중국이 독자 표준으로 정한 TD-SCDMA 방식이다. TD-SCDMA는 중국 제10차 5개년 개획의 5대 성과 중 하나로, 최대 정보통신 분야 국책사업이다. 중국이 3G 이동통신 서비스의 출범을 수차례나 연기한 데에는 TD-SCDMA의 완벽한 상용화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이 독자 표준을 개발한 이유는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로열티 문제 해결과 글로벌 산업에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994년 2G 서비스인 GSM이 출시된 이래 중국은 GSM 원천기술을 보유한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지멘스, 퀄컴 등에 8000억 위안(약 160조원)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3G 기술 표준인 TD-SCDMA 사업을 통해 중국은 국제시장에서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2001년 1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중국이 지멘스와 공동 개발한 전제를 깔긴 했지만, TD-SCDMA를 3G 표준 중 하나로 승인했다. 현재 GSM 계열인 WCDMA와 CDMA에서 발전한 CDMA2000이 양분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시장을 바탕으로 통신 기술력이 결집된 핵심 칩과 기지국 장비 등 연관 산업의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TD-SCDMA가 성공하면 향후 한국 기업을 포함한 다른 나라 업체들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4G 기술 표준의 개발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3G 이동통신 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중국은 통신서비스산업의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세계 최다 가입자 수를 보유한 차이나모바일은 중국 이동통신시장의 2/3를 점유하고 막대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앞선 브랜드와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가파른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은 차이나모바일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켜 왔다. 지난 2~3년간 중국정부와 통신업계는 차이나모바일의 독점이 이동통신 서비스산업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고 시장의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을 우려해왔다.

 

작년 5월 공업정보화부는 '통신체제 개혁심화 통고'를 발표하여 통신 사업자의 통합에 나섰다. 차이나모바일은 차이나톄통(中國鐵通)을 흡수 합병했고, 차이나텔레콤은 차이나세트콤(中國衛星通信)의 기간통신 서비스를 인수했다. 차이나유니콤은 유선통신 사업자인 차이나네트콤을 인수하여 GSM 사업부와 합병했고, CDMA 사업은 차이나텔레콤으로 이관했다.

 

6개였던 기존 국영 통신 사업자를 3개의 유무선 통합 대형 사업자로 재편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정부는 유무선 통합의 통신산업 구조개편을 통해 차이나모바일의 독점을 견제하고 경쟁 활성화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휴대전화 단말기는 한국기업이 주도... 우리만의 독자 역량 길러야

 

차이나모바일은 중국정부와 경쟁 사업자의 견제 속에서 TD-SCDMA 통신망 확대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이 서비스 확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작년 4월부터 베이징·톈진·상하이·선양(瀋陽)·광저우(廣州)·선전(深圳)·샤먼(廈門)·친황다오(秦皇島) 등 8개 도시에서 TD-SCDMA 상용화를 개시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작년 말까지 10개 도시의 통신망 건설을 끝냈고, 올해 6월까지 38개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1년까지는 중국 내 모든 도시에 TD-SCDMA 통신망 건설할 예정이다. 차이나유니콤도 앞으로 2년 동안 2G와 3G WCDMA 통신망 확충을 위해 약 1000억 위안(약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막대한 투자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중국 3G 시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대내외적 여건이 악화되어 중국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는 현실은 큰 걸림돌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3G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고가의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아이서플라이도 올해 3G 휴대전화 판매량을 800만 대로 낮게 추산했다.

 

3G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IT분야 조사기관인 CCID(賽迪顧問)가 TD-SCDMA 휴대전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3.7%만이 비교적 만족하고, 48.3%는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이는 통신망이 제한적이고 3G 휴대전화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 부가가치 서비스의 완성도가 예상보다 낮기 때문이다.

 

TD-SCDMA가 중국의 독자적인 기술 표준이지만 휴대전화 단말기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관련 기술 개발이나 시연이 곧 세계 최초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12월 세계 최초로 TD-SCDMA 모뎀칩을 탑재한 휴대전화를 개발, 통화에 성공했다. 2005년 2월에는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상용화 테스트용 휴대전화를 제공했다. 작년 4월에는 글로벌 휴대폰 제조기업 중 최초로 TD-SCDMA 휴대전화 'SGH-L288'을 시장에 내놓았고, 6월에는 'i688'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베이징올림픽 기간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의 공식 휴대전화로 사용되어 호평을 받았다.

 

LG전자도 2005년 10월 선전 첨단기술박람회에서 트라이-모드 TD-SCDMA폰을 공개하고 이를 이용한 동영상 통화시연에 성공했다. 작년에는 TD-SCDMA와 WCDMA, 2G 방식인 GSM 및 GPRS를 모두 지원하는 'KD876'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기업의 잇단 약진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밀고 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주력산업인 이동통신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중국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 3G 시장의 성공적인 공략과 함께 미래의 4G 기술 경쟁을 대비하여 중국의 기술 헤게모니를 견제할 힘을 길러야 한다.

 


태그:#이동통신, #휴대전화, #중국, #중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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