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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무원'이 복직했다. 지난 2일 마산시청 행정과 총무담당 부서에 배치된 임종만(49)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2007년 1월 29일 해임되었다가 최근 법원에서 '징계처분 취소' 판결을 받고 복직했다.

 

<오마이뉴스>는 2007년 2월 16일 "이런 공무원을 파면하다니"라는 제목으로 임씨가 공직사회를 떠나게 되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가 해임되자 그가 벌였던 '선행'과 '공적'이 알려졌던 것.

 

그는 2005년 9월부터 마산의 한 쌀가게를 통해 어렵게 사는 두 명의 할아버지한테 매달 쌀 1포대씩 보냈다. 쌀가게 주인이 신문에 보도된 공무원노조 간부의 해임 기사를 보고, 평소 쌀값을 온라인으로 보내주던 임종만씨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오마이뉴스>에 그의 선행을 알려왔던 것.

 

해임되기 전 마산시 푸른도시조성사업소 녹지담당(옛 계장)으로 있었던 임씨는 마산시 자산동 솔밭공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앞장섰는데,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그의 공적을 인정해 2005년 그에게 '녹색환경인상'을 수여했다.

 

임종만씨는 2006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으로 있었다. 당시 공무원노조 본부는 김태호 경남지사가 '인사교류협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반발하면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런 속에 경남도는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조치를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임종만씨는 '집단행위 금지와 복종의 의무' 등으로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파면 처분을 받았고, 소청심사를 통해 '해임'되었다. 그 뒤 임씨는 법원에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2008년 12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마산시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되어, 임씨가 복직한 것.

 

임씨는 현재 마산시 행정과 소속이지만 원직에 복직할 예정이다. 임종만씨는 12일 저녁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받았던 정신적 고통과 공직사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과정 밟아... 유니세프에 후원"

 

- 해임되기 전 두 명의 할아버지께 정기적으로 쌀을 후원했는데, 그 일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지?

"해직된 뒤 1년간은 했다. 한 할아버지의 경우 아들이 마음을 잘 먹고 결혼도 해서 일거리도 생겼는데,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해임 뒤 1년 정도 쌀을 보내다가 그만 두었다. 마산 신포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한테는 1년 정도 쌀을 보내다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동안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조만간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다 보니 개인이 불쌍하다고 해서 도움을 줄 경우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공동모금을 하거나 적당한 곳에 사회복지의 시혜가 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즘 국제적으로 기아문제가 심각하다. 1년여 전부터 유니세프에 기금을 보내고 있다. 그 단체에 매달 쌀 두 가마니 값을 보내고 있다. 유니세프 같은 공동모금에 참여하는 게 마음으로는 더 안정적이다."

 

- 해임된 2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소송 준비도 하고, 공무원노조 활동도 했다. 해임 기간 동안 공무원노조에서 임금을 대신 받았기에 그 의무를 다해야 했다. 공무원해고자원상복직투쟁위원회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서울에서 집회가 열리면 참석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농장이 하나 있는데, 시간이 있을 때 가서 나무도 심고 조경하는 일을 했다."

 

- 공무원노조를 하지 않았다면 승진할 기회도 있었을 것인데 후회하지는 않는지?

"억세게 욕심도 없다. 노조를 하기 전에는 다른 공무원과 같이 승진도 하고 싶었다. 공무원노조 할 때부터 공무원으로 성적을 잘 받아서 승진하겠다는 마음은 비웠다. 사심 없이 공직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열정은 나이가 들다보니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주어진다면 그 일로 통해서 시민들에게 나름대로 봉사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이다."

 

- 경남도가 공무원노조와 관련해 해직되었다가 복직한 공무원에 대해 재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데?

"법원 판결로 최근에 복직된 공무원이 몇 명 있다. 재징계 절차를 밟는 자치단체가 있으며, 마산시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징계 자체가 부당했다. 보복성 징계였다. 공직을 떠난 2년 동안 고생했다. 무엇보다 정신적 고통이 컸다. 그런데도 또 징계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경남도지사가 공무원노조와 맺었던 인사교류협정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재징계 절차를 밟는 것을 보니 경남지사의 감정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까지 풀리지 않고 초기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부정부패 공무원은 사면하면서 노조는 왜 안 해주나?"

 

- 자치단체가 복직한 공무원에 대해 재징계 절차를 밟는 것은 지난 해 10월 행정안전부에서 지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왜 부당한가?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해 8․15 때 공무원들도 사면을 해주었다. 그 속에는 술 먹고 사고 치거나 간통, 금품수수 공무원도 포함됐다. 쉽게 말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해소해 주었다. 그런데 유독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행위는 작은 것 하나라도 해소가 안 됐다. 공무원노조의 색깔을 입었다면 하나도 풀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정부도 지난 정권에 버금갈 정도로 공무원노조를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지금은 공무원노조가 현 정권에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런 속에 재징계 요청이 있었다고 본다."

 

- 행정안전부에서는 재징계도 정직 3개월 이내 조치를 취하도록 했던데?

"정직이면 중징계다. 재징계를 한다고 해도 획일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정황이 다 다르다. 무조건 획일적으로 하라는 것도 부당하다. '해임취소 판결'을 내린 법원의 판결문에 보면, 저에 대해서는 중징계 감이 아니라고 했다. 법원에서도 저의 행위 자체가 경하기 때문에 해임은 부당하다고 직접 판결문에 표시해 놓았다. 사안이 중하지 않고 경한 사건인데도 해임까지 처분한 것은 직권남용이었다. 그런데 중징계를 한다면 계속 끝까지 붙어보겠다는 것이며, 보복성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제 공무원노조도 합법화되고 여러 앙금도 해소되는 시기가 되었다."

 

- 재징계 절차에 대해 전국 상황은 어떤가?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저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해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경남도지사는 중징계를 해야 하느냐. 앞으로 경남도가 저에 대해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이번 재징계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반론도 제기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재징계를 하지 않은 곳이 더러 있다. 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같은 시기에 판결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재징계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 해임취소 판결로 복직됐다면 해임 기간 동안 임금은 보전 받게 될 것인데?

"해고 기간은 2년 정도다. 법원 판결문에 보면, 2007년 1월 29일자로 해임을 취소한다고 되어 있다. 이후부터 복직된 날까지 임금을 보전해 줄 것으로 알고 있다. 공무원이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아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2년간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을 놀린 셈이다. 마산시에서 임금을 보전해 준다면, 그 돈은 국민 세금이다. 개인감정으로는, 복직된 공무원에 대한 해임 기간 동안의 임금은 부당한 해임을 결정했던 자치단체장이 져야 한다고 본다. 자치단체장이 부당하게 징계해 생긴 일이기에, 그 부담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 해임되기 전과 후에 시민들을 만나보니 느끼는 감정은?

"해직된 뒤 만난 사람들은 시민이라 할 수 있다. 보통 보면 사람들이 공무원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 속에는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 특히 공무원노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었다. 공무원노조에 대해 설명해 주면 이해를 하더라. 공직사회에서 공무원노조가 있기 전과 후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 일반시민들은 그런 분위기를 잘 못 느낀다. 공무원노조가 생긴 뒤부터 공직사회가 더 투명해지고 부조리가 없어진 게 사실이다. 그런 부분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설명해 주면, 대부분 사람들은 공직사회에 공무원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더라."

 

- 그런데 지금은 공무원노조가 분열돼 있지 않나?

"그러게 말이다. 공무원노조가 이렇게 쪼개지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기조가 유지됐을 것이다. 분열되다 보니 초창기에 닦아 놓은 기반이 무너졌다."

 

"쪼개진 공무원노조는 단일화해야"

 

- 쪼개진 공무원노조를 단일화하는 움직임이 있던데?

"공무원노조가 하나로 돼야 한다. 공무원 중에 사심 없이 투쟁하다 희생된 사람이 많다. 그 분들은 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한 것도 아니고 조금이라도 공직사회를 바꾸어 보고자 하는 뜻에서 나섰다. 정부 관료나 자치단체장이 공직사회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일하는 공무원들이 잘 알기에 내부 관행을 고쳐보고자 해서 만들어진 게 공무원노조이며, 노조가 그 역할을 해왔다. 정부의 탄압 속에 공무원노조가 선명성을 갖고 부정부패 척결에 나섰던 것이다. 정권 입장에서 보면 그런 기조의 공무원노조가 위협일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권력을 잡으면 항상 부정부패가 있다. 심하게 말해 부정부패를 조장하기 위해 공무원노조를 탄압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든다. 공무원노조가 분열되다 보니 공직사회에서 부정부패가 더 많아졌다."

 

- 공무원노조가 힘이 커지면 해직 문제도 해결된다고 보는지?

"그렇다. 희생자들은 빨리 원상복귀 되어야 한다. 전교조도 탄압을 받고 엄청난 희생이 났지만, 10년 이내에 복직됐다. 정부에 대응력 있는 힘을 길러야만 된다. 납작하게 죽어 있는 상태에서는 정부도 해줄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다. 우리 힘을 키워야 한다. 어떻게 보면 복직 문제는 부수적이다. 현재 이 정부에 대한 견제세력이 없다. 국회도 여당이 절대 다수 아니냐. 경제도 어렵다고 하지 않나. 지금 상황은 견제 세력이 없는 일방통행이다. 이런 속에 공무원노조만 거대세력이 되어 우뚝 선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무원노조 단일화는 언제 가능할 것 같나?

"전국공무원노조든 전국민주공무원노조든 서로 위기감을 갖고 있다. 노조가 분열된 부분에 대해 모두 안타깝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단일화 시기가 빠르면 좋다. 마음만 있다고 해서 금방 되는 문제는 아니나 계속 논의해야 한다.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5월 1일이 노동절인데, 일부에서는 그 날짜를 기점으로 통합하는 게 상징성도 있고 힘도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두 조직이 그 정도 시일을 정해놓고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을 맡았을 때, 기자실 개편이며 명절 떡값 안받기운동 등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떤가?

"지금은 나이도 들어서 그런지 열정이 식었다. 하하. 그동안 해직까지 되어 마음적인 고통도 심하다. 겉으로는 늙어 가나 그런 부분을 들먹이면 또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치밀어 올라오는 게 있다. 공직사회를 맑게 만들자고 벌였던 몇 가지 사업들은 당시 과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지금 신규 공무원들은 그런 분위기를 잘 모를 것이다. 그 때는 경남도청의 경우 간부들이 더 조심할 정도였다. 도청 간부들은 택배로 선물이 오면 엄청나게 불안하게 여겼다. 노조에서 계속 출처도 따지고 내용물도 따지고 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덜한 것으로 안다. 부정부패를 없애자고 노력하기 이전의 시기로 회귀했다는 생각도 든다."

 

- 이명박 정부 들어 공직사회가 맑아 질 것이라 보는지?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이 정부가 그것을 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2002년 공무원노조에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내걸었을 때, 자치단체의 감사 부서에서는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노조가 활동을 벌여 언론에 발표하면 감사 부서에서는 그 뒤에 쫓아왔다. 당시 공무원들도 감사 부서는 겁을 안 내고, 오히려 공무원노조를 겁낼 분위기였다. 그런 개혁을 이 정부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부정부패 척결은 정부에서 구호성이나 전시성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관련기사] "이런 공무원을 파면하다니"(2007년 2월 16일자) : 윤성효


태그:#임종만, #공무원노조,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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