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8 MBC 가요대제전에서 공연 중인 손담비(자료사진)
 2008 MBC 가요대제전에서 공연 중인 손담비(자료사진)
ⓒ MBC

관련사진보기

새해를 맞으면서 거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희망'을 얘기했다. 기축년 소띠 해를 맞아 소가 복을 불러 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라며 경제난 속에서도 희망의 날개를 펼치자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밑부터 몰아쳐온 'MB 악법' 입법전쟁의 회오리가 불어 닥치면서 과연 소가 희망을 가져올지 의구심이 든다. 입법전쟁은 1라운드가 끝났지만, 2라운드로 넘어가면 더욱 소란스러워질 것이 뻔하다. 국회는 또 다시 난장판으로 변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MB악법'에 반대하는 촛불이 밝혀질 것이다.

<교수신문>은 지난해 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다.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사자성어 후보에 들었던 말 중에는 '토붕와해(土崩瓦解, 흙이 붕괴되고 기와가 깨지는 것처럼 사물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궤멸되는 상태)'와 '욕속부달(欲速不達,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 '일엽장목(一葉障目, 나뭇잎 하나로 눈을 가리는 것처럼 자질구레하고 단편적인 현상에 가려 사물의 전모나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에 서리가 덮인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남)' 등이 후보로 올랐다.

<교수신문>의 혜안일까. 후보 사자성어들은 하나같이 올해를 예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된 강부자와 고소영을 창과 방패로 삼은 ‘삽질 경제’와 반민주·반민생·반인권으로 상징되는 'MB악법'의 강행처리 시도는 한국의 소띠 해 청사진이 이들 사자성어가 함축하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 사회를 과거 군사독재 시절도 되돌리려 는 역주행 자동차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난달 23일 'MB 1년 독재부활- 나라걱정 시국대회 참가자'들이 발표한 '민생·민주·인권·평화 회복 국민선언'에 나타난 MB 정권 1년의 실상은 참말로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해직당한 선생님을 부르며 아이들이 다시 우는 지금, 안 하겠다는 대운하를 사실은 파고 있는 지금, 그래서 안 하겠다던 징계로 다시 양심적 박사 목을 조르고 있는 지금, 멀쩡한 교과서를 갑자기 때려잡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지금, 먹고 살 수 없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더욱 깎겠다는 지금, 직장인의 2/3 가까이가 비정규직인데도 그것을 더욱 확대하도록 법을 고치겠다는 지금, 경제 민생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데도 1% 특권층 강부자를 챙기는데 여념이 없는 정권이 그를 더 가속화하는 지금, 민주주의와 민생을 파괴하는 온갖 'MB 악법' 강행처리를 눈 앞에 둔 지금은 현대사 그 어느 순간보다 참담하고 심각한 비상시국이다."

이러한 비상시국에서 8일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신년하례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올해 우리 사회의 전망을 암울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시 한밤중이 오고 있다." "암울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백낙청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으로 20~30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기반과 성과가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시민단체에 많은 공부를 시키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면 전도가 양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참석자들은 올해의 희망을 얘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2009년 시민운동 새해다짐'을 통해 "국가와 정당이 민의를 왜곡하고 이명박 정부는 독선적이고 시대역행적인 국정운영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시민의 근심과 걱정을 대변하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며 삶 속에서 대안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한반도 운하사업의 중단과 MB악법을 막고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목표가 올해에는 반드시 성취돼야 한다.

이날 신년하례회 마지막 행사로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율동이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손담비의 '미쳤어'를 개사한 'MB 미쳤어'란 노래를 불렀다.

이들의 지적대로 아무래도 올해는 미친 소의 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역주행은 미친 소가 앞뒤를 살피지 않고 국민을 향해 질주하는 꼴을 닮았다. 자칫하면 올해에는 '광우병'이 창궐할 지도 모르겠다. 광우병은 촛불로는 막기 어려울 것 같다. 이제 횃불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연대만이 희망입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진정한 연대는 하방연대(下方連帶)입니다." 신년하례회 걸개그림에 쓰여있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는 암울한 새해를 맞는 시민사회단체의 다짐이었다.

덧붙이는 글 | 김주언씨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기자협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현재 시민사회신문의 공동대표이사 겸 편집인이다.



태그:#김주언, #시민단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