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생폴의 골목, 12월 중순 무렵이었지만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생폴의 골목, 12월 중순 무렵이었지만 우리나라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 맛객

관련사진보기


칸에서 17km정도 내륙 쪽에 위치한 생폴 드 방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성벽은 이곳이 중세시대 요새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재는 구멍가게 같은 규모지만 감각적인 갤러리와 공방, 아틀리에가 밀집된 예술촌으로 발달되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가이드는 말한다. "생폴은 아무데대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사진이 된다"고. 파주 헤이리마을의 모델이기도 한다니 기대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하지만 먼저 식사부터 해야 했다.

생폴 드 방스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 비외 물랭(Le Vieux Moulin). 프로방스식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생폴 드 방스 초입에 있는 레스토랑 비외 물랭(Le Vieux Moulin). 프로방스식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 맛객

관련사진보기


마을 초입 삼거리에 있는 레스토랑. 원래는 올리브유를 내던 방앗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부에는 아직도 일부 구조물이 남아있었다. 레스토랑 상호 역시 비외 물랭(Le Vieux Moulin)인데 우리식으로 해석하자면 '오래된 방앗간'이란 의미쯤 되겠다.

프랑스 요리여행 중 여러 레스토랑에서 빵을 먹었지만 이곳의 빵은 수준급이었다. 굽기도 잘했지만 발효 상태가 최상이다. 숙성의 향취가 으뜸이었다. 그간 빵의 상태로서 그 집의 요리수준을 가늠해보았는데 여긴 기대해도 좋을 성 싶다.

프로방스 지방의 전통요리 토마토 파씨와 키쉬
 프로방스 지방의 전통요리 토마토 파씨와 키쉬
ⓒ 맛객

관련사진보기


전채(前菜)는 토마토 파씨와 키쉬(TOMATES FARCIES ET QUICHE). 파씨(FARCIES)는 속에 무엇인가를 채운다는 뜻을 지녔다. 양파 파씨, 호박 파씨, 토마토 파씨가 나왔다.

토마토 파씨(TOMATES FARCIES)는 토마토 윗부분을 잘라 속을 파내고 소를 채워 오븐에 굽는데,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요리다. 이날의 토마토 파씨 '소'는 돼지고기와 양파였다.

키쉬(QUICHE)는 프랑스식 파이의 일종. 사진상에서 왼쪽 위 사각형 모양이 그것이다. 파이껍질 위에 구운 베이컨이나 양파, 달걀 물, 치즈를 얹어 굽는다. 시금치나 호박을 넣기도 한다. 마치 우리나라 모둠전 한접시처럼 보이는 전채요리는 약간 넉넉한 듯하였다. 하지만 양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맛은 있었다.

예상외로 달지 않고 삼삼한 편이라 느끼하지도 않았다. 프랑스 역시 한국처럼 남부지방으로 내려올수록 인심도 후하고 맛도 있었다. 거기다가 간이 센 것 역시 닮았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나보다.

아티초크를 곁들인 에스파동(ESPADON ET ARTICHAUT)
 아티초크를 곁들인 에스파동(ESPADON ET ARTICHAUT)
ⓒ 맛객

관련사진보기


메인요리는 아티쵸크를 곁들인 에스파동스테이크(ESPADON ET ARTICHAUT)였다. 에스파동은 황새치를 말하며 뱃살(메까도로)은 한국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횟감이다. 몸통살은 참치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스테이크로 애용한다. 에스파동만 먹으면 싱거운 감이 없잖아 있다. 이때 아티초크를 곁들이면 한결 나아진다.

아티초크는 국화과의 다년생 초본이다. 지중해가 원산지로 프랑스, 벨기에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아티초크는 국화과의 다년생 초본이다. 지중해가 원산지로 프랑스, 벨기에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 맛객

관련사진보기


아티초크는 지중해 서부와 중부가 원산지로 국화과의 다년생 초본이다. 덜 자란 꽃받침을 식용한다. 현지에서는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호텔이나 양식당 등에서 고급요리에 쓰인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도 시험재배 중이다. 온화한 기후의 해안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앞으로 보급화 될 가능성이 큰 작물이라 할 수 있겠다.

아티초크에 허브를 첨가해서 올리브유에 볶아서 나왔다. 생각보다 간간한 게 염장식품 같기도 하다. 담백하고 싱거운 감이 없잖아 있는 에스파동과 곁들였더니 딱이다. 개인적으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라 에스파동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프랑스 식탁에서 와인이 없다면 향기없는 꽃과 같다
 프랑스 식탁에서 와인이 없다면 향기없는 꽃과 같다
ⓒ 맛객

관련사진보기


좋은 요리일수록 술을 필요로 한다. 프로방스 지방에 왔으니 와인 역시 프로방스산으로 골랐다. 선택은 탁월했다. 산미와 감미가 참으로 조화로운 게 애착이 생길 정도이다. 한모금 마시니 요리로 인해 자칫 무뎌질 수 있는 미각을 산뜻하게 정리해준다. 덕분에 더욱 섬세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잔이 아쉬울 정도로 입에 맞았다
 마지막 잔이 아쉬울 정도로 입에 맞았다
ⓒ 맛객

관련사진보기


프랑스에서 와인 없는 식탁은 꽃에 향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잔을 아쉬워 했다.

디저트로 나온 티라미수(TIRAMISU)
 디저트로 나온 티라미수(TIRAMISU)
ⓒ 맛객

관련사진보기


디저트는 티라미수(TIRAMISU)였다. 이탈리아 디저트의 하나로 마스카포네 치즈와 커피, 깔루아(커피맛 술), 쉬폰케잌 등을 이용하여 만든다. 내가 맛본 것은 깔루아대신 럼을 사용하였다. 색다른 맛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프랑스, #생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