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아듀 2008 아듀 MB!' '언론관계법 개악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피켓과 '선생님을 돌려주세요'가 적힌 노란풍선을 들고 있다.
 31일 밤 새해 보신각 타종식이 열리는 서울 종각 네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이명박 퇴진' '아듀 2008 아듀 MB!' '언론관계법 개악 철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피켓과 '선생님을 돌려주세요'가 적힌 노란풍선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KBS가 보신각 타종행사를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2008년 12월 31일 밤 11시 30분부터 KBS가 중계한 <특별생방송 가는해 오는해>는 예년의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밤 10시 무렵부터 모이기 시작한 수많은 사람들이 보신각 근처에 자리를 잡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을 제대로 비추지 않았다. 인파 속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한 해를 보내는 소감과 새해를 맞이하는 소망을 생생히 듣는 '현장 기자 리포팅'도 예년 같았으면 흔히 볼 수 있었을 꼭지겠지만 생략됐다.

KBS 카메라는 보신각 앞에 모인 인파를 철저히 외면했고 배경화면은 근처 광교와 청계천 부근의 야경을 훑거나, 광교 쪽에서 보신각을 클로즈업하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다른 해와는 달리 진행자들에게 카메라가 고정된 순간이 많았고 윤인구 김진희 아나운서는 예년의 진행자들보다 훨씬 많은 말을 해야 했다.

KBS 생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방송장악 저지' '한나라당 해체' '이명박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수천 개의 손피켓과 촛불, 풍선, 깃발 등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KBS가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심지어 조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일 현장에서 옥탑 대형 광고판을 보며 이 방송을 시청한 촛불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KBS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한나라당 해체' '명박 반대' 구호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타종 순간에는 노란 풍선과 풍등 1000여 개가 하늘로 날아갔지만 화면에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용 KBS"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도 했다.

"박수 소리가 마치 예술의전당 기립박수 느낌"



생방송이 끝난 후 KBS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집에서 이 방송을 본 누리꾼들은 KBS는 TV로 중계되는 일부 장면에 가상의 박수소리 음향을 처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함성과 구호소리를 묻기 위해 가상의 박수소리를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누리꾼 '라쿤'은 타종행사가 끝나자마자 KBS의 생중계와 인터넷방송인 아프리카(사자후TV)의 생중계를 비교해 'KBS 보신각 생중계가 보여준 2009 대한민국'이라는 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

'라쿤'은 "새해맞이 현장을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KBS와 사자후 TV를 동시에 시청했는데 조금 이상해 동시녹화를 했다"면서 "인터넷방송에서 보여준 폭넓은 앵글로 봤을 때는 많은 분들이 촛불을 들고 피켓을 들고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는데 그러한 시민들의 분위기를 KBS 생중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라쿤'은 "내 귀를 의심하게 한 것은 가수들이 노래할 때 그리고 중간 중간 삽입되던 음향 효과가 너무도 현장과는 달랐던 것"이라면서 "추운 날씨에 많은 분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장갑을 끼고 있었고 진행자 마이크에도 섞여 들어갈 정도로 구호소리가 거세게 외쳐지고 있음에도 박수 소리가 마치 예술의 전당 안에서의 기립박수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현장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치우친 모습을 보여준다고 가정할 때 2009년도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습은 과연 공정하고 믿을만할까라는 의심을 저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라쿤'이 오늘 새벽에 내놓은 이 영상은 벌써 수만 명의 누리꾼들로 부터 퍼 날라지고 있다. 다른 누리꾼들도 'KBS의 타종 왜곡 방송 실태'라며 현장과 KBS 중계를 비교하는 수십 개의 글을 작성해 인터넷에 내놓고 있다.

KBS 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의 비판 쇄도

KBS 뉴스 게시판에도 순식간에 10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타종 행사 생중계를 성토하는 내용이다.
 KBS 뉴스 게시판에도 순식간에 10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타종 행사 생중계를 성토하는 내용이다.
ⓒ KBS 뉴스게시판

관련사진보기



뿐만 아니다. 누리꾼들은 KBS 홈페이지 '시청자 상담실'과 KBS 뉴스 게시판을 방문해 1일 새벽 생중계를 성토했다. KBS 뉴스 게시판에는 1일 오후 4시까지 1000여 개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시청자 상담실' 게시판 역시 마찬가지.

누리꾼들의 비판은 KBS가 31일 밤 보신각 생중계를 시작한 시각부터 시작된다.

'tj***'는 31일 밤 11시 39분 첫 성토글을 올렸다. "시민들이 추위에 떨면서 울고 있는데 마이크 볼륨으로 목소리를 막냐"면서 "보신각에 사람들이 울고 있고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idet****'도 밤 11시 51분 "지금 보신각 모습 제대로 보여달라"면서 "KBS 화면에 보여지는 영상과 소리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조작방송으로 막으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생중계가 종료된 뒤 누리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jin****'는 "생방송에 방송조작하느라 진땀 빼겠다"면서 "언론악법 통과시키고 나면 이런 식으로 방송 나갈거라는 걸 미리 보여주는 거냐. 국민들이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yc**'는 "양심팔고 자존심 팔고 MBS 직원으로 남으면 뭐하나. 업계 동료들은 공영방송 지키겠다고 엄동설한에 덜덜 떨던데..."라며 "MBS가 아닌 KBS로 되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주문했다.

'lst****'은 "방송이 어떤 식으로 조작되는지 TV를 보는 동안 화난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다"면서 "생방송이 이 모양인데 다른 방송은 어떨지 참 대단하다. 더이상 국민에게 죄짓지 말고 올바른 방송 하라"고 지적했다.

1일 새벽 2시 무렵에는 현장에 다녀온 누리꾼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보신각 주변에 있었습니다. 10시30분쯤 부터 모여들었던 시위대가 보신각 앞 사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경찰들이 원천봉쇄에 가까운 무리수를 쓰면서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노란 풍선과 '아듀 2008, 아웃 이명박' 또는 'MB 악법 철회'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A4 용지 팸플릿을 들고 있었고, 여러 개의 깃발도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라면 올해는 유례없이 타종행사를 못 하고 시작하겠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대규모였습니다. 하지만 무대는 경찰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고, KBS는 그 무대만을 찍으면서 철저하게 주변의 시민들의 목소리는 배제하더군요."(woo**)

"보신각에 있었다. 어쩜 그렇게 조작할 수가 있나. 사장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어쩜 그리 다 땡박뉴스 제작자가 되었나. 새해 벽두부터 짜증 난다. 앞으로 국민의 방송이란 말 하지 마라"(cir***)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영방송 의무가 무엇인지 방송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국민들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방송은 필요 없다. 오늘 새벽 0시 방송은 거짓말이었다. 당신들은 국민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사기꾼들이다."(goa****)

'시청거부'와 '수신료 납부 거부'에 대한 경고글도 많다. hur***, mir***, twob**** tae**** cyber**** 등 수십 명의 누리꾼이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수신료 돌려달라" "수신료 1원도 아깝다"는 글을 올렸으며 1일 오후 4시 현재에도 항의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기사]
☞ '만수'의 해에 국민들은 '명박'했다... 소의 해에는 뚜벅뚜벅 우보로 가자
☞ 송강호나 설경구도 신인상 감이란 말야?
☞ 노란풍선 든 시민들 '아듀 2008, OUT 2MB'
☞ 이스라엘인들 "휴전은 무슨, 우리만 로켓포에 죽어가는데"
☞ "입학은 나홀로, 동기들은 전국에 있어요"
☞ [엄지뉴스] 민주당 의원들 "80년 광주도청 사수하는 심정"
☞ [E노트] '어륀지'에서 '찍지 마'까지... 정치권 말·말·말"


태그:#KBS, #보신각 타종, #라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