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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최근 재벌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신문법과 방송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언론 관련 단체들은 이를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포기하는 정책이자, 민주주의의 기반인 여론 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적극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과 공동으로 이른바 '언론장악법'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긴급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한국의 '수구반동복합체'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는 영화감독으로 유명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그는 세계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언론인이다. 그가 쓴 책 중에서 <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원제: Dude, Where is My Country?)에는 패권주의 미국의 온갖 범죄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가 만든 영화들도 한결 같이 충격적이다. <식코>(Sicko)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국내에서 개봉되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이는 의료, 상수도, 전기, 가스 산업 등의 사영화(privatization)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영화 <식코>에서 나오는 처참한 현실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내다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전에 무어 감독이 만든 영화 <화씨 9·11>도 전 세계적으로 파문을 불러일으키긴 마찬가지였다. <화씨 9·11>에 '할리버턴'(Halliburton)이라는 미국 회사가 등장한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유전개발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할리버턴은 1990년대 1차 걸프전 이후 중동지역의 전후 복구사업까지 싹쓸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시 정권의 딕 체니 부통령이 바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CEO)를 지낸 바 있다. 한편으로 이것은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미국의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생생한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에 군산복합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수구반동복합체가 있다. 국내에 끼치는 정치·경제·사회 영향력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수구반동복합체가 미국의 군산복합체보다 훨씬 위력적이다. 수구반동복합체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력, 재벌권력 그리고 족벌언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이 복합체를 '3각동맹'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든 것은 장기집권에 닿아 있다

전국언론노조 등 20여개 언론단체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개정안은 방송을 족벌신문과 거대재벌, 외국자본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언론장악 7개 악법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등 20여개 언론단체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 언론장악 7대 악법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개정안은 방송을 족벌신문과 거대재벌, 외국자본에게 넘기는 것"이라며 언론장악 7개 악법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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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60%를 훨씬 넘는 국민들의 반대와 현업 언론인들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언론장악 7대악법'을 금년 말까지 날치기를 해서라도 처리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바로 집권 연장이다. 단순한 집권 연장이 아니라 방송만 장악하면 일본의 자민당처럼 30~50년 장기집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야권에서 흘러나오는 주장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보수우익이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얘기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방송만 장악하면 이명박 정권이 지난 1년 동안 추진하려다 주춤하고 있거나 추진하려는 정책이나 사업들을 전부 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대표적인 것들만 10가지로 추려본다.

(1) 4대강 정비사업으로 위장한 한반도 운하 사업
(2) 의료, 물, 전기, 가스, 철도 등과 기타 공기업의 사영화
(3)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철폐 혹은 규제 완화
(4) 사이버모욕죄 도입, 인터넷 실명제 확대와 실명 정보 기록 의무보존 및 수사기관 제공, 포털을 포함한 모든 통신사업자들의 감청시설 의무화 등 이른바 사이버 공간 장악과 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억압하는 '3대 사이버 악법' 개정
(5)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통한 정보의 개념과 범위 확대 및 국내 정치사찰 부활
(6) 헌법 개정: 1948년 제헌헌법 이래 9차례의 개헌을 통해서 단 한 번도 부인당하지 않았던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인하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한 국가의 개입 근거로 흔히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의 폐지
(7) 헌법 전문 수정과 관련된 건국절 채택 등을 통한 이승만·박정희의 재평가와 친일부역 세력의 '역사적, 헌법적 사면' 
(8) 역사교과서 왜곡을 통한 총체적 역사 뒤집기
(9) 종부세 폐지와 빈곤층과 노약자에 대한 복지 예산 및 서비스 축소 및 삭감
(10) 현재 시간당 3770원에 불과한 최저임금의 삭감

이상과 같은 모든 것들이 방송만 장악하면 추진 가능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장기집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수를 십분 활용하여 경제와 서민살림이 파탄 일보직전인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헌작업을 잠시 들여다 본다. 국회에 여야 모든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래한국헌법연구회라는 단체가 있다.

경제파탄 속에서도 개헌 준비작업은 착착 진행돼

미래한국헌법연구회는 1백만 밤샘 촛불시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6월 11일 오전 출범하자마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역별 토론회를 포함해 10여 차례의 토론회를 마쳤다. 이름이 '연구회'지 실질적으로는 개헌 조문 기초작업반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 3명 중 한 사람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경남 마산시 갑)과 김형오 국회의장은 18대 국회 전반기, 즉 2010년 상반기까지 개헌작업을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까지 마쳐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한까지 못 박은 바 있다.

경제위기와 서민살림 파탄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22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독일 정부 형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고, 오는 29일(월)에는 포르투갈 정부 형태가 토론에 부쳐진다. 방송마저 장악하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그들이 장악한 방송과 조중동 등을 통해 개헌안 발의와 처리의 칼을 빼들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노리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나 4년 연임제,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같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재벌들이 지난 20년 동안 집요하게 폐지하려고 노력해 온 헌법 119조 2항이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멍청한 일부 야당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들러리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꿍꿍이 속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것일까, 아니면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이나 정파들 사이에 무슨 밀약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방송장악이라고 보고, 조중동과 재벌들을 짝짓기 하도록 만들어 KBS-2 TV와 MBC를 민영화해 KBS-1 TV와 교육방송(EBS)를 제외한 모든 지상파 방송을 통째로 이들에게 넘겨주려는 것이다. (주)태영이 30%의 지분을 가지고 지배, 경영하고 있는 SBS도 조중동 중 어느 한 곳과 제휴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문과 사이버 공간은 이미 장악, 남은 것은 지상파 방송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케 하는 자유'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지금의 한나라당 정권은 YS의 이 말을 절묘하게(?) 활용해 '언론만 장악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런 확신은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인다. 지난 10년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을 지배해 온 한나라당 세력은 바보가 아니다. 권력의 위력과 단맛, 그리고 권력 행사 방법을 너무나 잘 안다. 그들이 갖고 있는 확신의 근거를 이해하려면 우리나라 언론 전반의 현주소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언론하면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이다. 신문 분야는 구독, 광고, 발송, 판매, 광고전단지 등 모든 분야를 조중동 등 세 족벌신문이 완벽하게 장악한 지 오래다. 지난 10여 년 이상 특정 정파와 대통령 후보의 기관지 노릇을 한 세 족벌신문들의 신뢰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족벌신문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과 한나라당에 대한 족벌신문들의 영향력은 별개다. 지상파 방송 진출이라는 사적 이익과 정파적 이익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세 족벌신문들은 마치 '세 지붕 한 가족'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둘째가 촛불시위를 통해 위력이 드러난 인터넷과 1인 미디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사이버모욕죄와 게시글 임시삭제(blind) 제도 도입, 인터넷 실명제 확대, 포털을 포함한 모든 통신사업자의 감청설비 의무화 등은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통제·감시·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방송이다. 그런데 케이블 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즉 케이블 방송망을 독과점하고 있는 것이 씨제이그룹과 태광그룹 등 재벌이다. 이제 지상파 방송만 재벌과 족벌신문에 넘기면 되는 상황이다.

혼맥으로 촘촘히 얽힌 정치권력자들, 재벌, 족벌신문 사주들

한나라당, 재벌과 족벌신문 사주 등으로 구성된 복합체가 방송만 장악하면 한국 사회를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는 그들의 확신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조선일보 사옥, 한나라당 당사, 전경련 회관
 한나라당, 재벌과 족벌신문 사주 등으로 구성된 복합체가 방송만 장악하면 한국 사회를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는 그들의 확신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조선일보 사옥, 한나라당 당사, 전경련 회관

한나라당이 방송만 장악하면 장기집권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믿는 두 번째 근거는 바로 혼맥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사회를 수십년 동안 지배해 온 재벌 가족과 정치(관료)권력과 족벌언론 사주(社主)와 가족들은 이중삼중의 결혼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일종의 '결혼동맹'이자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 빙산의 일각만 소개한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장남 방준오의 장인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다. 허광수 회장은 한때 조선일보사 주식을 5% 정도 가진 적도 있다. 그것이 사위인 방준오의 주식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광수 회장의 아들은 홍석현 회장의 사위다. 말하자면 허광수 회장의 아들과 딸을 통해 방상훈 사장과 홍석현 회장은 사돈이 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필립모리스 담배의 한국 내 판매 사업 등을 하고 있는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외무부장관을 지낸 김동조씨다. 김동조 전 장관의 둘째 딸은 손원일 전 국방장관의 아들 손영원씨와 결혼했고, 그 사이에 난 둘째딸의 남편이 남궁원(예명)씨의 아들인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서울 노원구 병)이다.

홍정욱 의원은 헤럴드미디어를 인수해 경영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의 의혹을 산 바 있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을 가까스로 이긴 바 있다. 홍정욱 의원과 방준오 기자는 동서뻘인 셈이다. 방준오는 방응모 조선일보 사주의 4세 중에서 가장 많은 조선일보 주식(7.7%)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인 방상훈 사장이 30.03%로 가장 많은 조선일보 주식을 가지고 있다.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셋째 딸이 허광수 회장의 부인이고, 넷째이자 막내딸인 김영명씨가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부인이다. 방준오씨와 홍정욱 의원이 정몽준 의원의 처이모부인 셈이다.  

동아일보는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재호 사장이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사위다. 김재호 사장의 동생 김재열씨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로 제일모직의 상무다.

촘촘히 얽히고설킨 혼맥도를 따라가면 끝이 없다. 한나라당, 재벌과 족벌신문 사주 등으로 구성된 수구반동복합체가 방송만 장악하면 한국 사회를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는 그들의 확신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우리 국민이 이를 용납할 것인가다. 그 첫 시험대가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7대악법 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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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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