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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25일 방송한 EBS <한반도의 공룡>은 시청률 2.79-2.9%를 기록했다. EBS 다큐 사상 최고 기록이자, 성인 대상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재방송을 했으며, 최근 다시 앙코르 방송을 했다.
 지난 11월 24-25일 방송한 EBS <한반도의 공룡>은 시청률 2.79-2.9%를 기록했다. EBS 다큐 사상 최고 기록이자, 성인 대상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었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재방송을 했으며, 최근 다시 앙코르 방송을 했다.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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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25일 방송한 EBS <한반도의 공룡>은 시청률 2.79-2.9%를 기록했다. EBS 다큐 사상 최고 기록이자, 성인 대상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록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엔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다.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나네요."
"수개월 전부터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지금 당장 스크린에 걸어도 1500만 관중은 거뜬히 넘을 듯. 스필버그가 보고 놀라서 뇌졸중 걸리는 것 아닐지 모르겠어요."

각종 시상식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12월 19일 제3회 좋은 방송 프로그램상 시상식에서 시상·교양 부문상을 수상했다. 한국PD연합회가 시상하는 105회 이달(2008년 11월)의 PD상을 두고 CJB청주방송 휴먼기획 '호스피스에서 삶을 만나다'와 경합을 벌였으며,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가 뽑은 '2008년 올해의 좋은 방송'에는 <한반도의 공룡>을 편성한 EBS <다큐프라임>이 교양 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러한 호응 가운데는 컴퓨터그래픽(CG)이 있었다. 올리브스튜디오 민병천 감독이 그 주인공. 영화 <유령> <내추럴시티>가 그가 만든 작품이다. MBC 드라마 <궁> CG 작업을 한 민 감독은 TV방송용 애니메이션 <코코몽>으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우수기술상을 받았다. 다큐는 이번이 처음.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한창 축하인사를 받고 있을 민병천 감독을 23일 올리브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눈 내린 뉴질랜드, 후반작업 때 일일이 눈 지워

<한반도의 공룡> CG를 맡은 민병천 감독. 영화 <유령>과 <내추럴시티>를 만들었다.
 <한반도의 공룡> CG를 맡은 민병천 감독. 영화 <유령>과 <내추럴시티>를 만들었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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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열자 각종 캐릭터들이 먼저 맞이한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보았음직한 자동차와 '코코몽', 이름을 알 수 없는 인형과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장난감 나라에 온 것 같다.

정신없이 장난감을 구경하다 제일 안쪽 방에 이르렀다. <로버트태권V> <마징가Z> <이겨라 승리호> 등 어린 시절 본 만화영화 주인공들이 책장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자세다. 여기가 민병천 감독 사무실이다.

이 같은 반응을 예상했는지 물었다. "전혀" 예상 못했단다. 단지 한국에서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뿐이었다. EBS가 4억1천, 올리브가 12억 제작비를 댔다. 투입인원도 65-68명에 이르는 대규모였다. 모험이었다. 민 감독은 "회사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도박은 성공했다. 그는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했을까.

"공룡 제작은 그 나라 CG 기술 척도입니다. 전 세계에 만들 수 있는 곳이 손가락 꼽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한 번 승부를 보자는 생각이 있었죠. 적어도 6개월 내 BBC 정도 작품을 만들면 분명히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다행히 목표를 이뤘습니다."

민 감독에 따르면 <한반도의 공룡>은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어졌다. 각 캐릭터와 배경 조합을 위해 자체 플러그인을 개발해 만들었다. 영화 <트로이> 제작 당시엔 마야(3D 그래픽 제작 프로그램) 플러그인 '시티 버클러(City Bukler)'가 사용됐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기술 수준은 한 단계 높아졌다. 똑같은 작업을 한다면 절반 수준인 3개월에 가능하단다. 할수록 기술력은 높아진다는 뜻. 이번에 모험을 건 이유기도 하다.

지난 10월 세계방송콘텐츠마켓(MIPDCOM)에서 <한반도의 공룡>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년 4월 칸 미디어콘텐츠박람회 밉티비(MIPTV)를 통해 제대로 해외진출을 할 예정이다. 약 30-40개국 수출을 예상한다. 아직까진 인지도가 약한 게 흠. 최소 비용으로 세계 정상급 작품을 만든다면 많이 팔릴 것이라는 게 올리브측 전망이다.

지금은 모두들 환하게 웃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백악기 생태계 장면을 찍기 위해 3월에 뉴질랜드를 찾았다. 예상치 않게 폭설이 내렸다. 눈을 배경으로 공룡을 찍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하루 이틀 기다렸지만 셋째 날까지 눈은 녹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작업을 강행하고 후반 작업할 때 일일이 눈을 지웠다. 엄청난 '노가다'였다.

교통사고도 일어났다. 고된 노동에 졸음운전이 빚어낸 사고였다. 민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과연 찍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메이드 인 공룡'이 대박 인기 비결

민병천 감독과 <코코몽> 캐릭터.
 민병천 감독과 <코코몽> 캐릭터.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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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공룡>에서 최고 스타는 주인공 점박이였다. 작품은 타르보사우르스인 점박이가 태어나서 사냥을 배우고 싸우다 죽는 장면까지 전 생애를 담았다. 다소 무섭게 보일 수 있는 육식공룡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죽이지 말아 달라" "너무 슬프다"는 글을 게시판에 도배했다.

지금까지 선보인 공룡 다큐멘터리와 달리 감정선을 넣은 게 <한반도의 공룡> 특징. 민 감독은 이 점을 처음부터 노렸다고 말했다. 캐릭터마다 특별한 느낌이 들도록 감정을 넣었다. 점박이는 "애처로워 보이게"였다.

아무리 그래도 점박이에 쏟아진 인기는 예상 밖이다. 민 감독에게 또 다른 인기비결을 물었다.

"전세계 우리나라 사람처럼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 없을 거예요. 한반도 공룡을 다뤘다는 데 사람들이 열광한 거라고 봐요. 그 중 점박이는 토종 공룡을 대표하는 캐릭터죠. 이미 순수 '메이드 인 공룡'을 보면서 자긍심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민 감독은 점박이를 만든 아버지다. 점박이가 죽었을 때 당연히 그도 슬펐을 터. 왜 굳이 죽여야만 했을까. 민 감독은 "공룡을 통해 자연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모든 생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처음부터 점박이는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어린이들과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게 만든 다큐였지만 고증에 충실했다. 공룡전문가인 전남대 허민 교수를 통해 작은 부분까지 조언을 받았다. 공룡은 이럴 때 어떤 동작을 할까, 울 때 눈물이 흐를까 등 여러 점을 고려했다.

<한반도의 공룡> 애청자 중엔 민 감독 딸과 아들도 있었다. 딸은 8세, 아들은 4세. 4년 전 민 감독은 딸을 위해 애니메이션 <코코몽>을 만들었다. 4세용으로 만들었지만, 작품이 완성되고 나니 딸은 이미 훌쩍 커버린 상태. <코코몽>을 보여줬더니 "유치하다"는 반응이었다. 학교에서도 "시시한 작품 만든 아빠"로 통했다. 혜택은 둘째가 누렸다.

두고 두고 찜찜했던 기분은 <한반도의 공룡>을 통해 한꺼번에 되찾았다. 딸이 다큐를 보면서 무척 즐거워했다.

2010년 45억짜리 극장판 입체애니 제작

애니메이션은 여러가지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민병천 감독은 <한반도의 공룡>을 이용한 책을 비롯 전시회, 뮤지컬을 기획 중이다.
 애니메이션은 여러가지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민병천 감독은 <한반도의 공룡>을 이용한 책을 비롯 전시회, 뮤지컬을 기획 중이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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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민 감독에게 물었더니 "공룡이 땅을 밟을 때 생기는 일체감"을 말했다. 공룡 무게만큼 땅이 파이고, 속도만큼 먼지가 날려서 실제 같은 느낌이 드는 기술을 말한다.

단시간에 해결할 순 없고,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단다. 아쉬워했지만 말 어투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세계 최정상급으로 올라가는데 어느 정도 기간을 예상하는지 물었다. 내심 10년, 20년 정도를 생각했다. 깜짝 놀랄 답이 나왔다. "5년"이란다. 이유를 물었다.

"미국 최정상급 CG 스튜디어 연구개발쪽 수석디자이너 35%가 한국계예요. 카이스트 노준영 교수도 최정상급 전문가인데 이번에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그 분들 기술력과 노하우가 합쳐지면 가능하죠."

민 감독은 "CG쪽이 상당한 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다"면서 지금 연구개발쪽에 적극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이 분야를 외국에 내주면 우리 문화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감독은 벌써 내년을 준비 중이다. 내년 10월에 10분짜리 한반도 공룡 입체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2009 경남고성 공룡세계엑스포> 기간 동안 상영된다. 2010년엔 1시간20분짜리 극장판 입체영화를 계획했다. 실제작비가 대략 45억이다. 

<한반도의 공룡>을 이용한 책, 체험전,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2008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그는 벌써 2010년까지 계획표를 짜놓았다. 5년 뒤엔 세계 최고 스튜디오로 올라간다는 목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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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병천, #한반도의공룡, #컴퓨터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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