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제고사 대신 현장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대상이 된 전북 장수중학교 김인봉 교장이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교장은 또 2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도 학교 전체가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교장은 지난 10월 교과부가 시행한 일제고사에 반발하며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한 8명의 학생들에게 이를 허락했다는 이유로 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전북 장수중 김인봉 교장 "중징계되면 행정소송 불사"

 

그는 현재 교육청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교장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23일 실시되는 일제고사도 학교 구성원 간 회의를 통해 학교 전체가 응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제고사는 모든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지를 통해 서열화하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파괴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들의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와 교육당국의 태도에 대해 "100%의 찬성을 바라는 유신시대를 보는 것 같다"면서 "겨우 1만분의 1의 반대도 포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인봉 장수중학교 교장과의 전화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현장체험학습 허가, 교직원회의 통해 결정" 

 

- 어떻게 해서 일제고사 대신 현장체험학습을 허락하게 됐나?

"현장체험학습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8조 5항에 '학교장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8학년도 장수중 학업성적관리규정 제23조'에는 현장체험학습으로 인해서 출석하지 못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적법한 규정에 따라 지난 10월 일제고사 당시 체험학습실시 여부에 대해 교직원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고, 그 결과에 따라 실시하게 됐다.

 

당시 우리학교 3학년 61명 중 15명이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신청한 학생들에 대해 일일이 학부모 동의를 확인했고, 그 중 명확치 않은 6명은 시험을 보게 했고, 1명은 중도에 마음이 변해서 총 8명만이 체험학습을 하게 됐다."

 

- 일제고사에 대해서 반대하나?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그러나 나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제고사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맡겨야 한다.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 왜 반대하나?

"일반적으로 일제고사가 서열화를 유발하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킨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의 본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얼굴과 이름, 성격, 특기, 적성 등 모든 것이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을 통해 한 줄로 세우는 것이 바로 일제고사다. 교육의 본질을 파괴하는 행위다. 모든 학생들을 똑같은 시험지를 통해 서열화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잠재적인 소질마저 모두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반대한다."

 

"수능시험도 빠지는데 왜 일제고사만 징계하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교육당국은 일제고사를 강제로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보니 올해 수능 결시생이 2만 9000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시생 담임교사나 그 학교 교장을 징계하지 않는다. 고입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북에서만 이번 고입시험에서 100명이 넘게 시험을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학생들 담임을 징계하나? 학생과 학부모들의 응시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모두 존중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일제고사만 응시여부에 따라 징계를 해야 하나? 정말 납득할 수가 없다. 일제고사가 그러한 시험들보다 중요한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고입시험이나 수능시험이 일제고사보다 몇 배는 중요하다. 일제고사는 내신에도 반영이 안 된다. 학생에게 불리한 것도 없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 일제고사를 거부한 학생들 중에는 결석으로 처리된 학생들도 있다. 자신들의 불이익을 스스로 감수한 판단이었는데, 왜 교사를 징계하나?

 

(정부의 태도는) 유신시대나 다름없다. 100% 찬성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전체 학생 대비 일제고사 거부 학생은 1만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겨우 그 정도의 반대도 포용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우리 학교 학생들만 봐도 61명 중에서 53명이 시험을 봤으니까 87%가 응시한 것이다. 거부한 학생 8명, 겨우 13%다. 13%의 반대도 포용하지 못하고, 이를 허락한 교장을 징계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

 

이러한 징계를 통해 유지하는 일제고사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들의 저항에 부딪쳐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

 

- 징계 통보는 받았나?

"지난 12일경에 교육청으로부터 나를 중징계 요구했다는 통보가 왔다. 또한 장수교육청에서 4번이나 조사하러 나왔다. 처음 왔을 때 경위서를 써 주고, 나머지 3번의 조사는 거부했다. 이 후 도교육청 감사담당관실에서 두 번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 거부 이유는?

"법적 근거에 의한 학교장의 정당한 직무행위는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어도 징계의 대상은 될 수 없다. 근거가 명확한데 왜 징계를 받아야 하나? 그래서 협조할 수 없다."

 

- 그래도 징계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다."

 

"2학기에만 12번, 시험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 내일(23일) 있을 일제고사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

"학생들은 이미 많은 시험을 보고 있다. 우리학교 3학년의 경우 이번 2학기에만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도학력평가, 모의고사, 일제고사, 고입선발고사 등 적게는 7번, 많게는 12번까지 시험을 봤다. 결코 시험이 부족하지 않다.

 

내일의 일제고사는 학교 구성원 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서 학교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래서 학교 운영위원회의 간담회와 교직원회의를 거쳐 이번 시험은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전체가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면도 있다. 왜 학교별로 응시여부를 결정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몇 명이라도 시험을 보고 싶은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그 들의 선택을 보장해 줘야 하지 않겠나? 희망학생을 조사해서 실시하도록 하면 될 텐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적법한 규정에 의해 현장체험학습을 허락하고,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생들을 출석 처리한 게 왜 잘못인가? 왜 징계를 받아야 하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석 처리한 교장은 징계대상이고, 결석 처리한 교장은 일을 잘한 교장인가? 납득할 수 없다."

 

[최근 주요기사]
☞ [인터뷰] 강기갑 "국민이 원한다면 진보정당도 허물겠다"
☞ [현장] '널 기다릴께 무한도전×2' 4096명 미션 성공?
☞ [MB시대 악법] 정보정치 부활법? '철벽수비' 넘을 수 있을까
☞ 1000원권 반 잘라 타는 승객...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
☞ [엄지뉴스] 이명박 대통령의 연하장을 소개합니다
☞ [E노트]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패러디 '뉴라이트편'


태그:#일제고사, #장수중, #김인봉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