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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스피치와 토론 II' 2008년 2학기 기말고사 시험 문제
 

국민대학교에서 교양과정 '스피치와 토론 II' 강의를 담당했습니다. '소통하는 화술 기르기'를 학습목표로 설정한 2008년 2학기 강의가 12월 10일 기말고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시험에서 수강생 26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월 1일에 행한 라디오 연설을 듣고 평가할 것'을 문제로 제시받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게다가 1일 연설은 취업 준비생에 대한 메시지였습니다. 당사자이기도 한 대학생들이 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 평가가 '소통하는 화술'에 대해 학습한 학생들의 수준을 분별할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항을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2008년 12월 1일 자 라디오연설 듣기 / 읽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강생 중 1명을 제외한 25명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상중하 중 상(上) 평가를 받은 학생들이 낸 답안 내용 중 일부를 간추려 소개합니다.

 

'청년실업에 대한 책임 나 몰라라'에 실망

 

"이명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개인의 의지와 용기가 부족해 청년 실업 문제가 확대됐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 '자신도 중소기업에 입사했다'라는 식의 발언도 했다. 그러나 이는 청년 실업 문제가 마치 당사자들 개인의 나약하고 게으른 근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다. 이런 식의 상황 인식은 국가와 구직자 사이에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A학생)

 

"우리 국민은 경제 대란 속에서 어떤 해법을 통해 젊은 인재들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엉뚱하게도 청년의 도전 정신 부재를 거론하며 모든 책임을 청년에게 전가하고 있다. 마치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이왕이면 유학을 가서 외국에서 공부하라'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실업에 관한 책임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의도가 보인다."(B학생)

 

"우리나라 20대들의 월 평균 소득이 88만 원에 그친다고 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취업하는 청년의 80%이상이 비정규직 신분이라고 한다. 취업준비 - 비정규직 - 해고(실업) - 취업준비 - 비정규직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럴 바에야 취업 준비 기간을 늘여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청년 구직자는 절망한다. 상황이 이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실업의 원인이 '눈높이가 높은 취업지원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타당한가. 이는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다'라는 내용의 현실 도피에 불과하다."(C학생)

 

줄 도산하는 중소기업에 지원하라니... 현실성 있는 이야기인가

 

"10~11월에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지금 청년 실업 문제의 핵심은 '어떤 회사에 지원하느냐'가 아니다. 채용 인원 규모가 작다는 것에 있다.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채용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근본적인 답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실효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년 인턴제, 글로벌 리더 양성과 같은 대책을 세웠다지만 취업문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해법이 될 리 없다."(D학생)

 

"황당하다. 청년 구직자가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편하고 쉬운 일자리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잡았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 같아서이다."(E학생)

 

부실한 탓에 커지는 불신... 청년 실업 대책 이게 전부인가

 

"정부가 내놓은 정책 대안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미래 산업 분야의 청년 리더 10만 명 양성을 위해 7500억 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10만 명에게 돌아가는 비용이 750만 원 정도이다. 장학금에 준하는 금액으로 핵심인재를 키운다니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지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에게 기업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고득점 외국어 능력자들이 서류 면접조차 통과하기 힘든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F학생)

 

지금이 박정희 시대인가... 그 시절 중소기업 취업 자랑은 설득력 반감시켜

 

"'일부 청년들이 임시직으로 일할망정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하려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사실을 소개했다. 적절치 않은 예시이다. 당시(박정희 정권 시절)는 약소국으로서 보호무역을 취하던 때였고, 국가기반산업에 의한 고도 압축성장이 이뤄졌고,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완전 고용을 이루던 시기였다. 지금과 비교할 게재가 못 된다."(G학생)

 

중구난방식 논리로 과연 설득이 되겠나

 

"주장하려는 것이 이렇게 배열돼 있다. '세계로 눈을 돌리자' → '정부가 돕겠지만 스스로 나서자' → '힘든 직업을 기피하지 말자' → '해외에서 힘든 일을 통한 값진 경험을 쌓자' →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겠다' → '뜻을 갖자'. 그러나 이는 일관성 없는 배열이다. 차라리 이 연설문의 서문에 '청년 실업의 현실'을 지적하고 그 뒤에 '기피 직종에서의 경험이 값짐'을 강조하며 그 뒤에 남미 순방 내용을 언급한 뒤 그 순방을 통해 '세계로 눈을 돌리자'라고 역설했어야 했다."(H학생)

 

"남미 이야기가 나왔다. 그 다음에는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더니 '다른 나라의 청년 실업률보다는 낮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부딪혀라' '도전하라'를 언급한다. 호소력은커녕,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간하기도 힘들다."(I학생)

 

청년 실업 문제 걱정하기 전에 정부나 잘하라

 

"이번 금융 위기 및 실물경제 파탄을 통해 국가 기반이 흔들렸다. 이런 한국의 위기를 국제 사회 모두가 겪고 있는 현상이라며 책임을 피해 가려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4배 이상의 환차손을 입고 있고, 우리나라에 비해 100분의 1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와 맞먹는 위기를 맞고 있다. 소비자 물가 및 가스 가격 폭등 등 여타 국가와 비교할 수 없는 타격이 연발한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자임했지만 이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놓고 청년 실업 문제를 이야기하다니 자격이 있나."(J학생)

 

"청년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나 잘했으면 한다. 외교 관계를 망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얘기이다. 일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는 자원이 많기에 우리가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라며 언급했다가 러시아로부터 반발을 산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광구 개발권을 박탈당하는 여파를 입었다. 이런 식의 말 실수로 대리(大利)를 도모할 수 있을까. 정부 스스로의 앞가림 능력이 아쉽다."(K학생)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시사평론가로서 국민대에서 '스피치와 토론 II'를 강의했습니다. 이글은 기자의 홈페이지(http://newstice.tistory.com)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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