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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씨가 경품으로 받은 각종 쿠폰과 상품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씨가 경품으로 받은 각종 쿠폰과 상품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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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표님, 이제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해 드려야겠네요."

이대표(33·'짠돌이 카페' 카페지기)씨는 최근 한 방송국에 들렀다가 작가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경품 블랙리스트'에 자신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경품 블랙리스트'란 한 사람이 계속 경품에 당첨될 경우 이벤트를 주최하는 측에서 그 사람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이대표씨는 "아마도 2003년경부터 방송가에서 유명한 블랙리스트로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며 "그동안에는 심증만 있었는데, 방송사 작가에게 그 말을 듣고 '아 그게 사실이구나'하면서 확인하게 됐다"고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경품으로 신혼살림 전부 장만했다"

그의 블랙리스트 등재는 어찌 보면 필연일 수밖에 없다. 2002년 9월에 결혼한 그는 "결혼을 하니까 사야 할 게 많더라"며 "그때 경품으로 신혼살림을 전부 장만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지금까지 상품권으로 받은 것만 3000만원이 넘는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짠돌이 카페'에 상품권으로 벽을 도배한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다른 경품족들이 주로 사연이나 퀴즈에 도전한다면 이대표씨는 콘텐츠로 승부했다. 2002년경 방송된 SBS <콜롬버스대발견>에 보낸 아이디어가 두 번이나 당첨된 것. 당시 이씨가 보낸 아이디어 중 하나는 '짠돌이의 도시락 만들기-김치말이밥'이었고, 이씨는 방청객이 평가해서 주는 현금 89만원과 상품권 등 250만원 어치의 경품을 탔다.

이대표씨는 "고수의 안목을 발휘하면 10개 중 9개는 당첨되더라"며 "지금은 그것들도 다 귀찮아서 아우님들께 (경품 당첨 비법을) 물려줬다"고 한다. 그는 "경품 정보를 주는 것은 내 지식에 대한 나눔"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다양한 경품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송경희(28·'알뜰족 카페' 운영자)씨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경품쟁이'다. 아직 '경품 블랙리스트'까지 오른 것은 아니지만 '요주의 인물'인 셈이다. 그는 "요즘 경품테크는 하나의 트랜드"라며 "제 돈 주고 안 사고 경품으로 많이 장만했다"고 말했다.

송씨의 경품테크는 라디오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서 의류상품권을 받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터 시작됐다. 그는 해외여행상품권 등 한 달 만에 400만원어치의 경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경품쟁이들은 매달 얼마나 경품을 받았는지 계산하는데, 지금까지 2800만원 어치의 경품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경품은 확실한 재테크로 자리 잡은 셈이다.

"다양해진 경품 종류, 경쟁자 많지만 즐겁다"

8일 저녁 서울 신촌에서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짠돌이·짠순이 좌담회' 참석자들. '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 카페지기인 김두환, '짠돌이 카페' 운영자 신태근, 카페지기인 이대표, <오마이뉴스> 최경준기자(왼쪽 두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8일 저녁 서울 신촌에서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짠돌이·짠순이 좌담회' 참석자들. '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 카페지기인 김두환, '짠돌이 카페' 운영자 신태근, 카페지기인 이대표, <오마이뉴스> 최경준기자(왼쪽 두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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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군대에 있던 남동생이 휴가를 나왔다. 제가 한 달에 쓰는 돈이 5만원 밖에 안됐다. 그 돈에서 조금씩 모아 동생에게 용돈으로 5만원을 줬더니, 동생이 '다른 친구들 누나는 용돈을 10만원 줬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경품을 받아 동생 휴가 나올 때마다 상품권으로 40만원씩 줬다. 그러니까 말이 없더라. 하하"

한 달 생활비가 5만원이라는 송씨는 동생의 용돈까지도 경품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는 경품 비법에 대해 "글(사연)을 쓸 때 자기 얘기도 쓰면서 약간 (가상의 스토리도) 가미를 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각하고 실천하면 얻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요즘엔 피부관리·치아·성형 등 경품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경쟁자들도 많아져서 경품 타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쟁자들이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야 (경품 타는) 재미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돈을 아끼고, 경품테크를 하다 보면 연애, 친구 등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단호히 없다. 오히려 친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더라. 경제 문제를 문의하는 친구들에게는 조언도 해주고 상담도 해준다. 받은 경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내 몸값이 더욱 상승한 셈이다."

아직 미혼인 송경희씨에게 1등 신랑감의 조건은 역시 '알뜰함'이다. 그는 "나와 같이 절약할 수 있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애인을 만드는 게 지금 최대 목표"라며 웃어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매일 스포츠신문을 산 까닭은?

'알뜰족 카페' 카페지기인 김두환씨가 자필한<알뜰생활백서>, '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씨가 경품으로 받은 각종 쿠폰과 상품권, '짠돌이 카페' 카페지기인 이대표와 운영자 신태근(사진 왼쪽부터)씨가 최근에 인터뷰 한 <주간 동아>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알뜰족 카페' 카페지기인 김두환씨가 자필한<알뜰생활백서>, '알뜰족 카페' 운영자 송경희씨가 경품으로 받은 각종 쿠폰과 상품권, '짠돌이 카페' 카페지기인 이대표와 운영자 신태근(사진 왼쪽부터)씨가 최근에 인터뷰 한 <주간 동아>를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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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28·'알뜰족 카페' 카페지기)씨는 어려서부터 경품계에 발을 디딘 '경품 신동'이다. 요즘은 주로 인터넷에서 경품 정보를 찾지만, 예전에는 스포츠신문이 경품의 '보고'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스포츠신문에서 퍼즐 퀴즈를 봤다. 관제엽서가 뭔지 몰라, 어머니께 여쭤봤고, 옆서를 보냈더니 경품으로 사전을 주더라. 그게 시초가 됐다. 그때 경품 관련 주 정보원은 스포츠신문이었다. 스포츠를 전혀 안 좋아하던 어린애가 매일 400원씩 주고 신문을 사서 본 것이다. 엽서를 보낼 때는 눈에 잘 띄도록 컷팅 가위로 잘라도 보고, 엽서 테두리를 테이핑하기고 했다.  

만약 내일이 이벤트 마감이라면 오늘 30장, 내일 30장 정도는 엽서를 보냈다. 그래야 골고루 섞이기 때문이다. 그런 때는 엽서를 400~500장씩 사다가 옆에 쌓아놓고 썼다. 공부도 안 하고. 하하. 그 당시 어린 저에게는 꽤 짭잘한 수입이었다."

짠돌이 카페가 절약과 재테크 중심이라면 그가 만들고 운영하는 알뜰족 카페는 경품이나 쿠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다보니까, 안목이 생기더라. '이거 하면 되겠다'는 식으로... 고수들은 느끼는 게 있다. 딱 보면 '아 이것은 내 거다'는 게 있다. 야후에서 꽤 큰 이벤트를 했는데, 제가 2등에서 5등까지 휩쓸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는 몰라도 1등까지 먹을 수 있었는데, 왜 안 줬는지 모르겠다. MBC에서 했던 이벤트에서는 1등에서 3등까지 싹쓸이한 적도 있다."

그의 경품 당첨 노하우는 뭘까? 그는 "경품도 정보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남들 안 하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클릭품, 발품이 필요하다. 노하우도 어느 정도 가미가 되어야 하지만 정보가 없으면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많이 받은 경품을 집안에 쌓아두는 일은 없다.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특히 화장품을 경품으로 받으면 가장 먼저 부모님께 드리고, 그다음에 여자친구에게 준다고 한다.

"처음에 제가 경품을 하고 절약을 한다고 하니까, (여자친구가) 좀팽이 같고, 쪼잔해 보인다고 했는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지 않나. 그런데 제가 할인쿠폰이나 할인카드를 이용해서 아껴쓰면 여자 친구도 부담이 없어지고 미안해하지 않게 된다. 그런 면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고, 저도 당당하게 쓰게 되더라."

그렇다고 김씨가 '공짜'만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공짜에 현혹되지 마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전거 등을 미끼로 집어넣는 신문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우선 공짜로 경품 같은 것을 건네주고서 신문을 보라고 한다. 그 공짜에 안 넘어갈 수 없다. 그런데 그게 결국은 발목 잡히는 거다. 계약이 되는 것이라서 자기가 끊고 싶어도 못 끊는다. 일단 공짜라고 하니까, 이게 이득이겠다 싶지만 결과적으로 자기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인터넷상에서도 100% 당첨이라고 해서 보면 대부분 보험업체나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는 업체에서 하는 이벤트다. 100% 당첨이라고 하지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경품인가, 아니면 불필요한데 무조건 준다니까, 받고 보자는 식은 아닌가,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김씨는 "자기 생활에 직접 필요하지도 않는데 공짜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것에 대해 언제든 계산하고, 긴장하고, 방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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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불황, #짠돌이카페, #알뜰족카페, #경품테크,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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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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