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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대로 걸었는데…. 대형급이에요 대형급~!"

배 맨 뒤에서 채비를 내리고 있던 임창순씨가 낮게,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전동릴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거리고 있다. 김흥용 선장도 대형급임을 직감했는지 어느새 뜰채를 들고 옆에 서있다. 갈색 얼룩무늬가 수면에 어른거리다가 이내 거대한 몸체를 드러낸다. 마치 작은 보트 한 척이 물 위에 떠 있는 듯 하다.

 “사진 빨리 좀 찍어요. 무거워 죽겠어~!” 임창순 씨가 자신이 걸어낸 1m 18cm 짜리 대형 대구를 들어 보인다.
 “사진 빨리 좀 찍어요. 무거워 죽겠어~!” 임창순 씨가 자신이 걸어낸 1m 18cm 짜리 대형 대구를 들어 보인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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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조심조심~! 천천히 끌어 올려요 천천히~!"

김흥용 선장도 흥분했다. 꼬리 쪽으로 뜰채를 갖다 대다가 여의치 않자 다시 대가리 쪽으로 뜰채 망을 덮어씌운다. 작은 보트만한 놈은 제 삶이 여기까지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 뜰채 안으로 들어간 후에는 얌전히 뱃전으로 끌어올려졌다. 갑판 위에 들어 올려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녀석의 큰 눈이 순간적으로 슬퍼보였지만 왕대구를 위한 추념은 여기까지로 충분하다.

김 선장이 선실에서 가지고 나온 줄자의 눈금은 주둥이 끝에서 꼬리지느러미까지 정확히 118cm를 가리킨다. 그때까지 그 비싼 메탈지그(대구낚시용 루어미끼)를 네개 째 바다 속에 수장시킨 임창순씨는 이 놈 한 마리로 그 모든 걸 다 보상받은 거다.

 점심 식사 후 오후로 넘어가자 마릿수 대구 입질이 붙었다.
 점심 식사 후 오후로 넘어가자 마릿수 대구 입질이 붙었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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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 방향과 바람 방향이 서로 부딪혀... 오전에는 저조한 조황

본격적인 대구 지깅낚시 시즌을 맞은 지금, 이처럼 울진 후포항 앞바다에는 왕대구 출몰이 심심찮다. 지난 12월 3일 임원 앞 바다는 구미에서 온 '배스사냥(대표 임창순)' 팀에게 118cm 짜리 초대형 왕대구 한 마리를 비롯해서 70~90cm급으로 모두 23마리의 대구를 안겨줬다. 초대박 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터급이 한 마리 섞여 나와줬으니 나름대로 흡족한 출조였다.

그러나 이날 출항 직후인 오전 7시 경부터 점심 먹기 전까지 우리는 거의 입질을 받지 못했다. 뱃고물에 앉아있던 진영문씨만 80cm 급 대구 3마리를 낚아올렸을 뿐 나머지 6명은 그 때까지 거의 전멸상태였다. 특히 팀을 인솔해 온 임창순 구미 배스사냥 대표는 오전에만 4개의 메탈지그를 바닥의 암초 등에 뜯기면서도 전혀 입질을 받지 못했다.

 경북 의성에서 온 진영문 씨는 오전 7시 30분 경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경북 의성에서 온 진영문 씨는 오전 7시 30분 경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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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의 흐름은 좋습니다. 그런데 제법 강한 바람이 조류 방향과 반대로 불고 있어요. 이 때문에 배가 조류를 타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게 문젭니다."

바닥권에 내린 메탈지그가 조류를 타면서 대구의 먹성을 자극할 만한 베이트 피시 액션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는 게 임창순씨의 설명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의성에서 온 진영문씨는 심심찮은 마릿수를 올리고 있다. 첫 포인트에서 오전 7시 30분 쯤 80cm급으로 스타트를 끊은 진 씨는 출항한 지 4시간만에 4마리의 대구를 낚아올린다. 진씨가 낚아올린 대구의 씨알은 70~80cm급. 비록 대형급은 아니지만 한 시간에 한 마리 꼴로 묵직한 손맛을 본 셈이다.

오후 2시 10분 경 118cm 짜리 초대형 왕대구 잡아올려

어느덧 시계바늘은 오후 12시 반을 넘겼다.

"지금 낚힌 이걸로 회 떠서 점심부터 먹고 다시 합시다."

진영문 씨가 자신의 아이스박스에서 막 낚아낸 80cm급 대구를 꺼집어낸다. 곧바로 배 위에서 즉석 대구회 파티가 벌어졌다. 큼지막한 대구 한 마리를 썰어내자 회는 세 접시가 넉넉하게 나왔다. 이쯤 되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적어도 이 배 위에서는 지금 초고추장과 김치 한 보시기면 아랍 어느 나라 왕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배 위에서 즐기는 대구회 만찬. 갓 낚아 올린 80cm급 대구 한 마리로 8명이 푸짐하게 입맛을 즐겼다.
 배 위에서 즐기는 대구회 만찬. 갓 낚아 올린 80cm급 대구 한 마리로 8명이 푸짐하게 입맛을 즐겼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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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회 맛은? 그때까지 내가 먹어본 대구 요리라야 맑은탕이나 매운탕 정도였고, 좀 더 호사를 부렸을 때 볼찜 정도가 최고였다. 그래서 나는 사실 대구의 살이 무르기 때문에 회도 맛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막 낚아내 바로 쳐낸 대구회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대구 특유의 두툼한 살이 졸깃한 맛을 내며 아래 위 어금니를 탱글탱글하게 밀어냈다. 맛도 맛이지만 급기야는 가지고 온 초고추장이 먼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대구 한 마리로 썰어낸 회의 양은 많았다.

 “들채가 너무 작아~!” 미터급 대구가 수면에 떠오르고, 뜰채를 가져다 댔는데……, 꼬리부터 밀어 넣으니 대가리가 남는다.
 “들채가 너무 작아~!” 미터급 대구가 수면에 떠오르고, 뜰채를 가져다 댔는데……, 꼬리부터 밀어 넣으니 대가리가 남는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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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릿수 입질은 점심식사를 끝내자마자 터져나왔다. 후포항에서 북쪽으로 10km 정도 올라간 지점의 기성면 앞바다. 오후 1시 반쯤부터 구미배스사냥 팀 7명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70~90cm급 대구를 걸어 올리기 바쁘다.

잔챙이(?)를 솎아내다 보면 언젠가는 대형급이 사고를 치는 법. 118cm 짜리 초대형 대구는 기성 앞 바다의 암초지대에 숨어있었다. 그때까지 4개의 메탈지그를 뜯긴 임창순씨가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갑다…" 중얼중얼 혼잣말을 내뱉으며 고패질을 할 때 대왕대구가 덜커덕 안겨온 것이다.

 나도 직접 대구 지깅에 도전해 봤다. 채비를 넣자마자 바로 입질을 받았다. 김흥용 동훈호 선장(왼쪽)이 뜰채를 들면서 웃고 있다.
 나도 직접 대구 지깅에 도전해 봤다. 채비를 넣자마자 바로 입질을 받았다. 김흥용 동훈호 선장(왼쪽)이 뜰채를 들면서 웃고 있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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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장, 그거 집에 가져가면 동네잔치 한번 하소. 한 50명은 실컷 먹겠네."

70~90cm급으로 가장 많은 마릿수 입질을 받은 진영문 씨도 118cm 왕대구의 위용에는 어쩔 수 없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



대구회 맛 보신적 있나요?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대구회’라면 생소해 할 사람이 많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는 회보다 탕이나 볼찜 같은 익힌 음식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구는 살이 물러서 뱃전을 떠나면 회로 먹기가 힘들다.

따라서 대구회는 배 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구 지깅꾼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무엇보다 갓 낚아올린 대구회는 다른 바닷고기 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쫄깃한 육질이 특징이다.
대구 회 뜨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깨끗한 접시에 갓 썰어낸 대구회를 담아냈다. 80cm급 한 마리면 이렇게 세 접시 분량의 회가 나온다.
 깨끗한 접시에 갓 썰어낸 대구회를 담아냈다. 80cm급 한 마리면 이렇게 세 접시 분량의 회가 나온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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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가미 아래부터 꼬리 쪽으로 칼을 넣어 포를 떠낸다.
2 흘러나온 내장과 간 등을 뱃살과 분리한다. 내장과 간은 나중에 대가리와 함께 맑은 탕을 끓여낸다.
3 반대쪽에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가미 아래 쪽으로 칼을 넣어 포를 떠낸다.
4 떠낸 포의 뱃살과 등살을 구분해 반으로 가른다.
5 뱃살과 등살의 껍질 쪽으로 칼을 비스듬히 넣어 밀어내듯 껍질을 벗겨낸다.
6 깨끗하게 떠낸 뱃살과 등살을 키친타올로 감싸 물기를 빼낸다.
7 물기를 빼낸 대구의 등살과 뱃살포를 알맛은 크기로 썬다. 등살은 도마와 수직으로, 뱃살은 비스듬히 썬다.
8 깨끗한 접시에 갓 썰어낸 대구회를 담아낸다. 70cm급 한 마리면 이렇게 세 접시 분량의 회가 나온다.

대구 지깅낚시의 기본 채비와 테크닉

심해를 노리는 대구 지깅낚시는 의외로 기법이 간단하다. 350~400g 짜리 메탈지그를 바닥까지 내린 후 릴을 서너 바퀴 감았다가 다시 바닥에 내리는 고패질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일단 걸린 대구는 80~100m 수심의 바닥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동안 서너 번 쿡쿡 처박는 저항을 하지만 그 저항은 그리 심하지 않다.

 한 꾼이 장구통릴을 이용해서 100m 아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심해대구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 꾼이 장구통릴을 이용해서 100m 아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심해대구를 끌어올리고 있다.
ⓒ 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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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대 / 5~7피트 길이의 지깅전용 낚싯대
릴 / 중대형 장구통릴이나 전동릴
원줄 / 3~4호 PE합사
쇼크리더 / 40파운드(10호) 굵기의 나일론 줄로 7m 정도 길이로 연결
루어 / 350~400g 무게의 메탈지그. 메탈지그의 아래 위 부분에 어시스트 훅을 2~3개 달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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