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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입대하려고 처음에 간 곳은  의정부가 아닌 102 보충대였습니다.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연병장으로 뛰어 들어 가던 녀석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시도 때도 없이 울컥울컥 목이 메고, 밥상을 대할 때 마다 밥  술 뜨기도 전에 뜨거운 눈물부터 펑펑 쏟아져 밥상을 물리곤 하던 지난 해 팔월 하순께였지요.

어찌된 일인지 보충대에 입대하면 전화는커녕 전화기 옆에도 가지 못할 터인데 수화기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분명히 내 아들의 음성이었습니다. 아이가 입대한지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빡빡머리를 쓱쓱 문지르며 눈앞에 나타난 아들은 택배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내게 소포 대신 ‘귀가증’ 을 힘겹게 내보였습니다. 폐결핵으로 의심이 되니 해당 병원으로 가서 다시 진료를 받으라는 내용이었지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역시 폐결핵 의증이라고 하더군요. 기관지 내시경 촬영까지 한 후에야 비로소 진단이 내려 졌습니다. 균이 검출되지 않고 본인 또한 아무런 증상을 느낄 수 없다고 해도 엑스레이 상으로 이상소견이 보이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여 6개월간의 긴 치료여정에 들어갔습니다.

'귀가증' 들고 다시 돌아온 아들... 폐결핵 의증 치료후 다시 입대

기침도 안하고 감기 증상 하나 없이 멀쩡한데 내가 왜 결핵이냐며 분명히 아닐 것 이라고 우기며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던 녀석도 하는 수 없이 꼬리를 내리고 다시금 군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 했지요. 병무청에 가서 검사기록지를 제출하고 재검 일자를 받아 왔습니다. 재검일자가 6개월 후로 잡혀 있더군요. 다행히 학교에 알아보니 2학기 수강이 가능하다고 하여 곧바로 군 휴학을 취소하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약은 아침에 한 번만 먹으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복에 먹어야 했으므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지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약 챙겨 먹고, 잘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그렇게 바른생활에 힘쓰며 까까머리에 모자를 눌러 쓰고 학교에 다니던 아들은 6개월 후인 지난 2월 말 경에 드디어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제 군대를 갈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짧게 이발했던 머리카락이 보기 좋게 자라 있을 무렵 또다시 머리를 짧게 이발하며 입대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로 가게 되었답니다.

두 번씩이나 입대를 하니 저도 면목이 안 서는지 아들은 가까운 친지들에게 전화로만 인사를 드리고, 이번에는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고 가는 날 아침까지 당부를 하며 조용히 집을 나서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였습니다. 신체검사에 합격하고 곧 훈련소로 가게 될 것이라는 반가운 편지 한 장이 택배로 온 아들의 옷가지 속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빛나는 이등병 우리 아들, 건강하게 군 생활 마쳤으면

남들은 군대 간 아들에게서 소포가 오면 아들의 옷가지를 붙들고 눈물을 쏟는다고 하는데, 행여나 또 귀가조치를 받아오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이던 이 엄마는 어이없게도 웃음이 났습니다. 아들이 건강하다는 증거를 받았으니 기뻐서 웃음이 났고, 우리 아들도 국방의 신성한 의무를 다하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대견하고 고마워서 웃음이 났습니다.

첫 번 102보충대로 갔을 때, 동료 장정들이 사복을 벗어서 박스에 접어 넣으며 고향의 부모님을 그리던 그 시간에 여기저기 불려가 검사만 받았다고 쪽팔려 하던 녀석, 군용버스를 타고 훈련소를 향해 가는 동기들이 그럴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며 놓친 차를 아쉬워하던 녀석이 5주간의 훈련을 무사히 잘 마치고 이제 자랑스러운 육군 이등병이 되어서 선임들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임하고 있답니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 진짜 사나이, 진정한 대한의 남자가 되기 위하여 군인의 대열에 들어 선 이등병에 빛나는 우리 아들!  “강한 친구” “푸른 육군”으로 날마다 거듭 날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형탁이에게, 그리고 나라의 부름에 당첨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군복무에 여념이 없을 대한민국의 모든 국군 장병들에게 군 생활 건강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 내남카 육군 이벤트에 응모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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