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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도 YTN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오전 8시부터 사옥 후문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화기애애하고 웃음 많던 이전의 집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자유 발언 대신 사회자의 격한 연설이 계속됐다. 

 

구본홍 사장이 지난 24일 사원 월급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그 책임을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돌리는 한편, 같은 날 발표한 실·국장 인사에서 조합원 33명을 대량 징계한 김백 인사위원을 경영기획실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이 YTN 사장으로 선임된 후 출근저지 투쟁이 100일 넘게 진행됐지만, 사원 월급이 나오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집회에 모인 조합원들은 격앙됐다. 한 조합원은 "월급 결재를 보류함으로써 노노갈등을 유발시키는 한편 사장 권위를 세워 국면 전환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월급 갖고 장난치는 것은 구씨가 사장 깜냥이 없음을 또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사장은 이날 오전 9시에 나타났다. 지난 24일 발령을 받은 김백 경영기획실장·홍상표 마케팅국장(전 보도국장)·김사모 총무국장 등 20여 명의 간부가 구 사장 출근 전 사옥 후문 쪽으로 내려와 '영접 대기'를 하다가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구 사장이 차에서 내리자 조합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조합원들은 "학살자는 썩 꺼져라", "월급 장난 그만둬라"면서 구 사장을 사옥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홍상표 국장 등 일부 간부들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던 구 사장이 멈춰 서자 조합원의 비난이 쏟아졌다.

 

"당신은 가정파괴범이다. 당신 얼굴도 모르는 주부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월급 갖고 장난? 그러니까 당신이 사장 깜냥이 안 되는 것이다. 당장 돌아가라."

"해고시키고, 해고자 퇴직금 줄 때는 도장 잘 찍더니 월급 도장은 찍을 수 없다는 것이냐?"

"구본홍씨 뒤에서 병풍 서고 있는 간부들, 반성하고 들어가라!"

 

구 사장은 이따금 "말을 들어봐", "말을 조심해서 했으면 좋겠다", "지난달 월급도 내가 결재해서 지급됐다"고 대답했으나 이전과는 달리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손잡고 눈물 흘리며 "선배가 이러시면 안 된다"

 

 

이날 구 사장의 출근은 홍상표 마케팅국장과 김사모 총무국장이 적극적으로 도왔다. 평소 아침 '영접'에 잘 나오지 않은 간부들이지만 지난 24일 주요 보직으로 발령받은 후 첫 번째 출근날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홍 국장은 구 사장을 에워싼 일부 조합원들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국장은 구 사장을 에워싼 조합원들이 사옥 쪽으로 빠지자 구 사장 주위에 있는 간부들에게 "자~ 다시 한 번 가지", "자 또 한 번"이라면서 구 사장을 다시 사옥 쪽으로 접근시키기도 했다.

 

구 사장은 15분 정도 후에 "오후에 다시 오든지 하자"면서 발걸음을 염천교 방향으로 바꿨으며 골목 끝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분은 풀어지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김백 국장에게 "나도 징계하라", "도대체 선배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졌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홍상표 마케팅 국장을 가로막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여성 조합원은 구 사장과 조합원들이 대치하고 있는 순간에 홍 국장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선배가 이러시면 안 된다"고 애원하기도 했다.

 

 

태그:#YTN, #구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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