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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사이에 ‘국정원법 해석'을 둘러싸고 거친 언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종걸 위원이 대통령과 국가기관장에게 상당히 거친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종걸 위원의 발언은 이렇다.

 

"10년 전에 부도난 국가를 넘겨받았다. 지금 정권은 8개월 만에 600억불 까먹었다. 한나라당은 반성해야 한다. 사람들이 지난 10년이 그립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참회해야 한다. 정권 잡자마자 주가 3,000 얘기했다. 그러긴커녕 8개월 만에 40%를 삼켰다. 정권이 사기극 벌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디 나와 웃을 자격도 없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낙하산 대기자들, '이명박의 휘하들, 졸개들'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해자들이다."

 

앞서 있었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관광부 차관의 “국정원 직원의 정부관계회의 참여가 적법하다”라는 답변과 맞물려, 여야가 서로 사과를 요구하면서 국정감사는 중단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감정이 폭발했다. 아마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정회가 선언된 순간 유인촌 장관은 허리에 손을 얹고 고흥길 위원장을 향해 “위원장님 이게 뭡니까. 저희 정말 겸손하게 감사받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하십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4명의 신문기자들이 이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유인촌 장관은 기자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기자들 찍지마...이씨, 찍지마" “성질 뻗쳐서 정말~", “사진 찍지마!"라며 반말로 소리를 질렀다.

 

유인촌 장관의 이러한 행동에 국민과 야당의 비난이 빗발쳤으며, 급기야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인촌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기자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은 과장되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YTN을 통해 유인촌 장관의 욕설과 반말 및 삿대질 장면이 음성과 함께 여과 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의 해명은 야당과 네티즌을 더욱 더 자극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해명은 이렇다.

 

"단지 인격 모독적 표현에 대하여 정회(停會) 직후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일부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일부 언론보도와 같이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격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드러낸 것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

 

물론 이번 사건의 발단은 민주당 이종걸 위원이다. 그렇다고 유인촌 장관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유인촌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증인에 대한 위원들의 비인격적 대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다고 하지만, 위원들이 증인을 대하는 태도는 그들의 자유이다. 즉 국정감사위원이 증인을 대하는 태도는 위원의 권한이라는 의미이며, 증인이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해 달라는 것은 자신의 희망사항이라는 것이다.

 

의무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희망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상대방을 비난할 수 없다. 국회는 곧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인촌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유인촌 장관의 삿대질과 욕은 장관으로서 기본 자질의 부재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행정권 일체를 위임한다. 대통령은 행정권 집행을 위해 자신과 이념 및 노선을 같이하는 인사들을 장관과 국가기관장으로 선발한다. 비대한 행정부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은 또한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이들에게 입법권, 감사권, 예산심의권을 부여한다.

 

이번 국정감사는 바로 국회의 고유권한인 감사권의 발동이다. 그러므로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이고, 증인으로 나온 장차관과 국가기관장은 대통령이 선발한 일개 종복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증인으로 출석한 장차관과 국가기관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국정감사위원인 국회의원에게 공손하게 대해야 하며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곧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인촌 장관은 장관의 위치와 의무에 반하는 행동을 저질렀다. 그러므로 유인촌 장관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한나라당과 일각에서, 이종걸 위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이종걸 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장차관 및 국가 기관장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했음은 틀림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으로 호칭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는 지적은 올바르지 않다. 이 부분은 대통령과 국회 중 누가 더 큰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는지의 문제와 관련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국회다. 국민이 대통령에게는 행정권을, 국회에게는 자신의 권한 자체를 위임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호칭했으면 부드럽고 좋겠지만, 이명박으로 호칭했다고 해서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종걸 위원에게도 국회의원으로서 자질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차기 선거에서 유권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유인촌 장관이 넘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국정감사는 국민이 자신이 위임한 행정권을 행정부가 올바르게 행사하고 있는지를 감사하는 행사이다. 단지 국민이 국회에게 그 권리를 위임하여, 국회가 이 권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국회는 곧 국민이다”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관과 국가기관장은 한결같이 권위주의 시대의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고압적인 자세와 불성실한 태도로 국민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더욱 더 큰 원인은 행정부가 민주주의 국가의 행정부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국회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고 행정부도 민주국가의 행정부로 변해야 한다. 이제 공은 우리 국민에게 넘어왔다. 두 눈을 부릅뜨고 두 기관의 행태를 지켜봐야 하며, 차기 선거에서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실하게 행사해야 한다.


태그:#유인촌, #유인촌장관, #유인촌 사퇴, #유인촌장관사퇴, #유인촌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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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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