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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말하고 나면 스트레스는 풀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라고 말하고 싶어 글줄께나 적으려 합니다. 세월은 흐릅니다. 누가 뭐래도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습니다. 현재가 있으면 현재를 현재이게 한 과거가 있는 법. 현 정부가 있으면 전 정부가 있는 법.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요? 그렇죠. 그 뻔한 진리를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니까 문제지요. 그런데 현재는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아셔야 합니다. 완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정부도 그렇죠. 예수님이나 공자님을 들추지 않아도 그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문제입니다. 그들이 풀어야 합니다.

쌀소득보전직불금 문제가 불거지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전 정부가 잘못한 것이라는 식의 태도는 어디서 기인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작금, 농민이 받아야 할 쌀소득보전직불금(이하 직불금)을 고위 공직자나 고소득자들이 부당 수령했다지요.

부재지주들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효과를 노려 직불금을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실제 농사를 짓는 이들이 받아야 할 돈을 땅 주인이 받은 것이죠. 이 사건이 터지자 일파만파 화산폭발과도 같은 위력을 가지고 온 나라에 퍼지고 있습니다.

성난 민심, 성난 농심은 거리로 나가고 있습니다. 일 년 쌀농사를 갈아엎으면서까지 농민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한농연 박의규 중앙연합회장은 "농민에게 쌀은 자식보다 더 소중한 것인데 논을 갈아엎는다는 것은 그만큼 농민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18일 밤 촛불문화제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쌀 직불금 부당수령 사태가 보여주듯 이 땅에는 부도덕한 특권층이 많고, 정부 또한 '강부자'들을 위한 정책만을 쏟아내고 있다"며 질타했습니다. 말 안 해도 정말 그런 것 같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심과 도덕을 팔아먹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라느니, ‘1%정부의 1% 가진 자들의 만행’이라느니, ‘사회의 구조적 병폐 중 일부가 드러난 것’이라느니, ‘투기 공화국의 현주소’라느니….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노무현 탓이라고요?

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런데 이런 말들의 근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아니다. 모두 네 탓이다’란 뜻이 들었어요. 더더욱 가관인 것은 현 정부가 사사건건 작금에 벌어지는 문제 사안들을 전 정부를 끌어들여 물타기 작전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하긴 그런 말도 있다고요? “매도 같이 맞으면 덜 아프다” 정말 그런가요? 그래서 ‘물귀신 작전’을 펼치시는 건가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온 나라가 뒤숭숭할 때도 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것을 가지고 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느냐는 식의 ‘설거지론’이 대두해 한바탕 읍소를 자아내기까지 했습니다. “미 측이 OIE 권고(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조치)를 시행할 경우, OIE 기준을 완전 준수”한다고 이미 노무현 정부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되었던 사안이라는 거죠.

‘OIE 기준’이란 ‘모든 연령의 쇠고기 중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를 모두 수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것으로 볼 때 이미 노 전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월령 구분 없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던 것이라고요. 이명박 정부는 가서 서명만 했을 뿐이라는 거죠.

이런 말을 들은 노 전 대통령은 그것은 서명한 사람 책임이라고 했고요. 그렇잖아요? 현 정부와 여당의 말을 백분 이해하고 접어둔다 해도, 사인한 사람은 책임이 없고 ‘사인하면 어떨까?’ 라고 한 사람이 책임이 있다고요?

직불금문제도 노무현 탓이고요?

이런 웃지 못 할 사태가 기어이 직불금 문제에까지 번지는군요.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직불금문제에 대해 보고받고도 파장을 우려해 비공개 지시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은 “참여정부시절 농림부가 청와대에 허위보고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모럴해저드이며, 이러한 은폐행위가 지금의 직불금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습니다. 주성영 의원 또한 “당시 인기가 바닥이던 참여정부의 실정을 덮고 통합민주당 후보의 열세 만회를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7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쌀소득 등 보전 직접지불제도 운용실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이상욱 감사관은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0일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 김조원 감사원 사무총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을 질책하면서 빨리 제도개선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신문들은 일제히 전 정부를 향해 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청와대는 쌀 직불금 감사 보고 받고 뭐라 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 보고 한달 뒤 ‘직불금 감사’ 비공개 결정”이라는 기사를, <동아일보>는 “盧정부 직불금 개정안 미적미적 왜?”라는 기사에 뜬금없이 이봉화 차관의 사진만을 덩그러니 올렸습니다.

<국민일보>도 지난 18일, “참여정부 시절 농림부, 사태 은폐해 직불금 부실 키워”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정부와 현 정부를 옹호하는 매스컴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지 않습니까? 그럼, 이명박 정부는 무엇 하는 건데요? 노무현 정부 설거지요? 그럼, 깨끗하게 묵묵히 잘하시던지.

전임자 흉보고 헐뜯어 잘되는 현직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전직의 공과 과는 그의 것으로 놔두고 당면한 현재의 문제는 현직이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IMF사태는 김영삼 정부 때 발생했지만 그 설거지는 김대중 정부가 했습니다. 잘하지 않았습니까?

작금의 직불금 사태가 백보 양보하여 전 정부 탓이라고 인정을 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귀신 작전’ 그만하고 ‘설거지’라도 잘하면 어떨지요?


태그:#직불금, #노무현, #참여정부, #책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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