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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한 학생이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 사진).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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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삐리리~"

16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D학원 상담실 전화기가 부지런히 울리고 있었다. 상담원들의 손길도 바빴지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전화벨 소리를 잠재우기에는 벅차 보였다.

"사실 이 전화 중 절반은 국제중 관련 문의라고 보면 됩니다."

D학원 직원은 전화를 받는 상담사들을 쳐다보며 살짝 귀띔했다. 15일 서울시교육위원회가 국제중학교 개교를 보류하고 다음날인 16일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를 강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D학원은 바쁜 하루를 보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혼란스러워 하는 학부모들의 쏟아지는 문의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시 교육위원회의 보류 결정에도 다시 국제중 설립 심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은 듯 했다. 되레 국제중이 계속 추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주저앉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어 혼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수업 그만두겠다는 학부모 아직 없다"

입시 전문가들인 학원 관계자들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로선 곤혹스럽죠…. 정책적 문제긴 하지만 교육위가 전격 결정을 내려버렸으니…."

D학원 관계자는 "지금은 학부모들에게 며칠 더 두고 보자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뱉었다. 이 학원은 국제중학교를 대비하는 4개반(1개월 코스, 50명)을 운영해 왔다.

"그래도 우리 학원은 오로지 국제중학교만 목표로 교육한 게 아니라서 낫죠. 학생들 사고력을 높이는 수업 위주로 했으니까. 수업을 그만두겠다는 학부모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 학원의 다른 직원은 "지금 수업 과정이 거의 끝났지만, 서울시 교육위가 내린 결정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학부모가 있다면 전액 환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학원 직원들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치동 학원가는 믿었던 국제중 개교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속만 부글부글 태우고 있다. 정책이 번복될수록 학부모들에게 학원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인근 M어학원 원장은 "사실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해온 대형학원들은 '패닉(공황)'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바로 어제까지 국제중 입시대비 설명회를 하던 학원들이 있었는데, 보류된다니 큰 일 아니냐"고 학원가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가 강남 아닙니까. 속된 말로 '아빠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이 아이를 만든다'고들 하는데 강남 아줌마들이 국제중 보류 소식을 듣고 가만 있을 리가 있나요?"

그는 "어제 밤에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기위해 몰려있던 학부모들이 모두가 국제중 보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국제중에 관심을 보이던 학부모들이 빠져나간다면 학원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을 강행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으나 그는 "글쎄, 그걸 믿을 수 있을까"하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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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어학원 원장의 말대로 학부모들의 걱정은 깊었다. 지하철 대치역 인근 학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진숙(주부·45)씨는 "초등학생 딸이 국제중학교에 관심이 있어서 상담받으러 나왔다"면서도 "일단 알아보긴 하겠는데 어찌 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국제중학교 개교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하자 김씨는 "솔직히 학부모들이야 정책이 결정된 대로 돼야 안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면 학부모들이 불안해서 살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옆의 다른 학부모도 "정부가 차라리 내년이면 내년, 내후년이면 내후년이라고 못박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 학부모들도 계획을 잡고 대처할 것 아니냐"고 맞장구를 쳤다.

국제중 보류 예상 못한 학원들 '속앓이' 

실제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들은 지금 말을 아끼는 중이다.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빚어진 혼란이지만 "학생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소문나서 좋을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입시전문 학원이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채 학생들을 모집했다는 것이 학원으로선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교육 혼선 불만'에도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였다.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대치동 P학원은 "우리는 국제중에 갈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목만 가르쳤을 뿐 종합적인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원 역시 쏟아지는 문의 전화에 숨 돌릴 틈 없는 상황이었다.      

초등학생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T학원도 "원래 국제중 대비반을 준비했지만, 이번이 아니라 다음에 개교할 가능성도 있어 설명회를 열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는 일단 '내년 3월 국제중 개교 강행' 뜻을 밝힌 서울시교육청의 다음 조치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 완전한 결론이 내려진 게 아니므로 현재 운영되는 국제중 대비반은 다른 과목 등을 포함해 폭넓게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수업 내용을 살짝 바꿔 국제중 대비반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D학원 관계자는 "일단 국제중 결정이 확고해질 때까지는 기다려 보겠다"면서 "지금 운영하는 수업은 중학교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심화력을 높이는 수업으로 하고, 면접 연수 등을 하는 과정으로 바꿔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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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제중, #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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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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