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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남 함안 원북역과 처음 마주한 건 지난해 4월 초였다. 벚꽃이 만개한 간이역의 풍경에 매료되었는데, 사계절을 다 담으면 정말 멋진 그림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의 350년생 이팝나무에 꽃이 핀 모습하며, 철로 옆의 논이 황금빛으로 물든 풍경, 500년된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모습 등 계절마다 마주할 아름다운 풍경들이 스쳐갔다.

 

그 이후 이미 10여 차례 다녀오면서 원북역에 매료되었다. 올해 1월에는 함안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에 서둘러 출발했지만, 해가 나면서 다 녹는 바람에 아쉬움이 컸다.

그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 중에서도 간이역과 철로 주변이 황금빛으로 물든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철로 주변의 넓은 들판이 온통 황금빛으로 뒤덮힌 풍경에 눈이 시리다. 그림같은 풍경 앞으로 기차가 들어서면서 절경에 마침표를 찍는다. 기차와 황금들판이 어우러진 풍경은 그 어떤 풍경화보다도 매혹적이다.

 

간이역인 원북역 옆의 철길 건널목으로 발길을 옮긴다. 철길 건널목 옆에는 채미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500년생 은행나무가 이제 약간 노란물감이 들었다. 정자 건너편의 들판 역시 온통 황금빛이다.

 

그 들판 앞에 서서 기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기차와 어우러진 풍경화를 건졌다. 황금빛 들판과 정자, 은행나무가 만들어낸 자연과의 조화가 감동적이다. 11월 중순 경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또 다른 감동으로 나그네를 맞이할 것이다.

 

채미정 안으로 들어서자 노부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통 안에는 도토리가 한가득이다. 야산이라 하기에는 작은 정자 뒤로 조그마한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 주변에서 제법 많은 도토리를 모았다.

 

언덕에 오르자 철로 뒤로 황금들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뒤로 바람에 넘실대는 황금벼가 들어온다. 역광을 받은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황금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정자 너머의 철길 건널목도 여유롭다. 역시 건널목 뒤쪽으로는 온통 황금물결이다. 농부들이 열심히 땀흘리며 가꾼 결과물이 이토록 눈부시고 아름다운 자연이 되어 나그네를 감동시킨다.

 

이제 S라인 기찻길이 보이는 서산서원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서산서원을 조금 지나 채미정 쪽으로 뒤돌아보면 기찻길이 S라인을 만들며 황금들판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S라인 위로 기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차가 뱀처럼 몸을 비비 꼬며 역동적인 모습으로 철로 위를 미끄러져 나간다.

 

기차가 지나간 후 선로 위로 올라갔다. 선로 뒤쪽의 서산서원과 황금들판이 어우러진 풍경도 카메라에 담지 않으면 후회할 풍경이다.

 

원래 황금들판 뒤쪽의 야산에 올라 기찻길과 들판 전경도 함께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들판 주변에서만 촬영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11월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영화 테마여행> 
등을 썼다. 일본어 번역판인<韓國 ドラマ&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됐다.


태그:#간이역, #원북역, #채미정, #함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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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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