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딸아이 요가일래가 리투아니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학교에 다닌 지 꼭 한 달이 되었다. 9월 1일 입학식 때 졸업반에 다니는 언니와 누나, 오빠와 형들의 손을 잡고 입학식이 열린 장소에서 교실까지 안내를 받아서 간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실 칠판에는 예쁘게 장식된 작은 카드가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이 카드는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4학년을 마치고 5학년에 올라가는 학생들이 준비하는 입학 축하카드였다. 리투아니아 초등학교는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 참 좋은 제도인 것 같다.

 

한 달 사이에 또 하나 인상적인 일이 지난 주말 생겼다. 담임선생님이 예쁜 곰인형을 마련해 교실의 수호신 친구로 삼고 있다. 교실에는 모두 23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곰인형을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가져가도록 한다. 그리고 월요일 가져와 그 아이에게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하게 한다.

 

지난 주말 요가일래가 받아오는 차례였다. 이 곰인형을 교실 밖으로 가져나오는 요가일래를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요가일래는 이 곰인형과 함께 어떻게 주말을 보낼 것인지 얘기했다.

 

집에 오자마자 요가일래는 꼭 친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대화를 나누면서 집안 곳곳을 소개했다.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인터넷 하고, 함께 그림 그리고, 함께 닌텐도 했다. 잠을 잘 때 꼭 껴안고 함께 잤다. 주말을 그렇게 행복하게 보냈다. 마치 이 곰인형이 없으면 슬픔에 푹 빠질 것 같아 몹시 걱정스러웠다.

 

곰인형을 교실로 돌려주어야 할 월요일이 되었다. 슬퍼할 것 같은 요가일래는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곰인형과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 이야기할 기쁨으로 가득한 듯했다. 이렇게 23명 아이들은 차례차례 보살피는 곰인형으로 인해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내 것'이어야만 행복해 하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것'에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교실의 곰인형이 아주 돋보이는 주말이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


태그:#리투아니아, #학교, #곰인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