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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거침없다. 여론의 반발 따위는 크게 고려하는 것 같지 않다. 어차피 한나라당은 원내과반을 점하고 있고, '조중동'과의 밀착은 더욱 강해져 '반발하는 여론'과 맞서는 '새로운 여론'을 부각시킬 수도 있다.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우익 시민단체들도 충실히 이명박 정부에 보조하고 있다.

 

석달 가까이 촛불이 켜져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 '종합부동산세 무력화'와 '방송 장악 기도'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리먼 인수 파문'도 이명박 정부의 임기 초였다면 정국은 물론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달굴 막중한 이슈였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과 비판 성향 언론의 문제제기만 이어졌을 뿐, 시민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대의 국정지지율을 가지고도 든든한 친위세력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과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질긴 놈'은 이명박 대통령

 

'촛불 정국'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두 번씩이나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그 행위는 진실성이 담보돼 있지 않다. 어청수 경찰청장을 필두로 한 경찰은 촛불시위 내내 '폭력진압' 논란을 일으켰으며,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위협적인 대처에는 검찰이 동원됐다.

 

촛불이 꺼졌어도 검찰과 경찰의 '촛불'에 대한 집착은 변하지 않았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직접 '아동학대죄 적용 검토'를 운운한 가운데, '유모차 부대' 엄마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들의 안전관리를 자처하고 나선 예비군들에게도 적용됐다. 촛불은 사실상 8월 15일을 기점으로 규모가 줄어들다가 거의 꺼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지금은 10월에 들어선 시점,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집요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 '반기'를 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는 것일까?

 

촛불시위가 커진 이유는, 가두시위 초반에 일어난 경찰의 폭력적인 대응에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다는 것이었다. '유모차부대'를 수사한다는 사안이라면 '분노'가 크게 일어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촛불에 호의적이거나 이명박 정부에 큰 반감을 가진 누리꾼들이나 당사자 정도를 제외하면 '분노'의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움직임도 인터넷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일어났을 뿐이다. 이젠 '남의 일'일 뿐이다. 외침은 공허해졌다. 무슨 이유일까?

 

촛불시위 당시,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민감한 목소리로 내세웠던 모토 중 하나는 "질긴 놈이 이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토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것이 되고 말았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두 번이나 고개를 숙였지만, 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끝까지 질기게 '촛불시위'와 관련된 것들을 하나하나 무너트리는 중이다.

 

경찰과 검찰은 본래 정권의 성향을 따라간다. 시위 현장에서 복면을 쓰는 등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시하거나 '떼법' 운운하는 여당 의원까지 있다. '건국 60주년 논란'과 같은 이념논쟁을 뜬금없이 일으키는 대통령의 친위 이념집단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다. "질긴 놈이 이긴다"는 말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것이 됐다. 엄청난 위기를 겪고도 '질기게 버티는 법'을 선택해, 끝내 굽히지 않았다.

 

곳곳에 퍼진 '체념의 정서', 이명박 대통령의 원기 회복

 

촛불시위를 뒷받침했던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촛불시위의 '규모 유지'에 많은 비중을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 당시의 첫 가두시위 이후 경찰의 혹독한 폭력진압이 이어지면서 시위참가자 역시 '맞대응'에 나서면서, 촛불시위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됐다.

 

하지만 그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원기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런 분위기에 회의를 느끼고 이탈한 시위참가자도 있는가 하면, '궤변'을 불사하면서까지 촛불시위를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법과 원칙'이라는 자신과는 잘 맞지 않는 카드를 꺼내들어 오히려 먹히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시위의 동력은 나날이 떨어졌으며, "이렇게까지 나섰음에도 변한 것은 없다"면서 '체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뭘 해도 놀라지 않는 것이다. "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 뭘", 이런 심리라고나 할까.

 

그 '체념의 정서'는 검찰과 경찰 중심으로 조성되는 '공안정국'과 맞물린 측면도 크다. '마구잡이 연행'과 '후폭풍'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이 용감하게 맞서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통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체념의 정서'와 '알듯 모를듯한 공포'가 뒤섞여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체념의 정서'를 밟고 일어서 20%대의 지지율임에도 불구하고 여당 한나라당의 배경 속에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공안정국'은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다.

 

'국민전선'이 성공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및 '감세안' 등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친부유층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 본인이 '포기'를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운하 카드'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정국 주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곧 겨울이 다가온다. 날씨는 한순간에 추워졌다. 추워지는 날씨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 '공안정국' 속에서 움츠러드는 민주주의, 그리고 친부유층 위주 정책 속에서 삶을 위협하는 경기 불황과 금융불안정, 이명박 대통령의 자신감과 시민사회의 현실은 그렇듯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이 '반비례'는 불과 7개월 밖에 안 지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세상에서 제일 정직한 것은 시간, 우리의 몸이 웅크러져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 속, 이명박 대통령과 시민사회의 '반비례'는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이명박 정부 및 그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망라한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연대기구'라는 '국민전선'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왜 '다소 늦은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이 '국민전선'이 성공하고자 하면 무엇보다 그 웅크린 몸을 일으켜세울 '온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민전선, #민민연, #이명박, #공안정국, #신 공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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