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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거론하곤 하는 성매매 단속의 실효성 문제에 관한 의견에는 "인류가 생긴 이래 매매춘이란 게 존재했는데,무조건 금지만 하면 성범죄율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

"윤락여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생활기반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는 직업교육이라도 제대로 해줘야 하지 않나" 등등의 말이 있는 것 같다.

 

마침 요즘 우리 사회에서 크게 이슈가 되는 성매매 단속과 사채 문제를 왜 경찰은 같이 엮어서 생각을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엇그제 있었다.

 

내가 가는 사우나는 조그마한 호텔 사우나라 항상 그 시간에 가면 마주치는, 출근준비하러 그곳에 오는 소위 업소아가씨들이 있다. 몇 번 얼굴을 마주치고 사우나 안에서 커피도 한잔씩 하게 된 사이기에 조심스레 요즘 성매매 단속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직 마사지 업소나 집창촌 단속 위주라 본인들은 별로 신경은 안 쓰고 있지만 앞으로 단속의 범위가 광범위해질까봐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선불금 걱정을 하는 아가씨들.

 

물론 명품 좋아하고, 예쁜 옷 사입고 싶어하는 철없는 아가씨들도 그곳에 있겠지만, 처음엔 사치하려고 시작한 업소 생활이었을지도 모르나 이제는 소위 '마이킹'이라는 선불금, 그리고 밖에서 끌어쓴 일수, 달돈, 심지어는 방보증금을 빌려서 갚는 방일수라는 것까지 있어서 이젠 그 세계에서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아가씨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남이 강제로 쓰라고 한 선불금이 아니라 자기가 쓴 선불금이라지만, 가게에서 쓰는 화장품, 옷값, 소위 벌금명목으로 선불금이 쌓이다 보면 5부 10부 심지어 15부나 되는 말도 안 되는 이자와 원금때문에 수입도 본인들이 제대로 못 챙기고, 일주일에 '지출'이라는 소위 용돈 비슷한 개념으로 정해진 돈 범위 안에서 얼마씩 타서 생활한다고 한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이는 거란다.

 

그녀들과의 수다를 통해 들은 얘기로는 요즘같은 경기에 단속까지 있으니 당연 수입은 줄어들고, 그녀들은 장사가 조금이나마 나은 업소를 찾아, 자신들의 기존 업소에 갚고 나가야할 선불금을 해줄 업소나 사채업자가 있는지 알아봐야 하는 듯하다.

 

요즘은 그나마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서 가게에서 선불금을 해주는 업소는 극히 드물어지고, 밖에 있는 사채업자들하고 연결시켜준다며, 가게 선불금은 그나마 이자라도 적었는데 이젠 비싼 이자에 원금을 갚는 것은커녕 빚이 천단위가 넘어가면 이자갚기에도 힘들다고 푸념이다. 요즘같이 단속이 심해서 장사가 안 되면 그나마 선불금 해주는 업소도 줄어들고 일명 '소개소'를 통해서 지방에 선불금 해주는 업소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며 걱정이었다.

 

물론 성매매 단속에 성매매가 근절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근절은 못해도 '반절'이라도 하고 싶으면 공급을 줄여야 할텐데 성매매 여성들이 왜 그곳에서 못 벗어나오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에게 따로 미용교육이나 직업교육 같은 걸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이전에 얼핏 TV에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왜 성매매의 덫에서 못빠져나올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제일 큰 게 '그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건 '선불금' 문제인 듯하다.

 

마침 안재환씨 죽음 이후로 사회적으로 사채의 폐해를 없애자는 여론도 형성된 만큼 좀더 실효성 있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단속을 하고자 한다면 이번 기회에 그녀들이 쓰는 사채,선불금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도 병행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단속이 덜 심하고, 선불금과 사채를 마련해주는 업소를 찾아 빚때문에 그녀들은 지방으로 음지로 또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게 어제 사우나에서 그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나의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뉴스에 송고한기사입니다.


태그:#성매매단속, #성매매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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