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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멜라민 과자를 먹인 적 있는지 따져 묻는 추궁성 전화였습니다. 평소 공장에서 만든 것은 거의 먹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도 품앗이 육아 모임 같은 데서 간식으로 먹인 적도 없는지 재차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흥분하며 전화를 건 진짜 이유는 멜라민 성분이 있는 제품을 먹은 아이들이 신장결석과 급성신부전을 앓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앓게 된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뉴스는 더욱 공포스러웠을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볼 뿐인 저조차 멜라민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걸 먹고 걸린 병명이 더 귀에 박힙니다.

 

어른들의 돈 욕심이 죽인 아이들

 

이번 사태는 죽은 덩샤오핑의 현존하는 '흑묘백묘론'이 한 몫 단단히 거든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시장 개방 논리는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그저 돈만 벌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를 중국 인민들에게 심어줬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자 먹는 첫 번째 먹을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의 생명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말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먹을거리가 곧 몸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확실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태중에서 키운 3킬로그램과 오로지 젖만 먹여 키운 3킬로그램. 석 달 된 아이의 몸무게입니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엄마 품 대신 공장에서 멜라민 넣은 분유를 먹은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아프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죽어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할 말이 잃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어른들의 돈 벌이와 돈 욕심 때문에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어른들을 용서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용서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은 과자와 커피 크림으로 번졌습니다. 또 어디로 번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뉴스 가운데 식품 회사들의 매출 감소 운운하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 상황을 전하는 얼치기 기자들이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됩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더구나 그 잘못이 아무 죄 없는 어린 생명을 죽인 것이라면 당연히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망해야 할 회사는 망하는 게 순리입니다. 싼루가 업계 몇 위 기업에게 넘어가게 생겼다는 기사에 이어 한국 기업들이 앞을 다투며 자기네 제품에는 중국산 분유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하는 모습이 오합지졸을 연상케 합니다. 책임 있는 태도로 보이질 않습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식품 안전 사고의 본질적인 해결은 어렵겠지요. 돈 앞에 장사 없는 세상이니까요. 먹을거리 가지고 돈 벌이에 나선 자들의 양심을 믿기 어렵다면, 대안은 분명합니다. 정부와 관련 단체가 눈 똑바로 뜨고 그들의 양심을 관리 감독 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멍하게 있지 말고 저질 식품 생산자들이 망하게 철퇴를 내려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합니다.

 

젖 먹이 아기를 안은 채 뉴스를 보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분개와 기도뿐입니다. 제발 어른들의 탐욕에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빕니다. 돈밖에 모르는 세상이 변하기를 빕니다. 무서운 병을 앓게 된 아이들의 쾌유를 빕니다. 아프다는 말 한 마디 못 해보고 죽은 가엾은 넋들의 명복을 빕니다.


태그:#멜라민, #분유, #재앙, #자본주의 ,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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