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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성 목사.
 김옥성 목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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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아5동 영훈중 교문 근처 시멘트 바닥 위에 깔개가 펼쳐져있다. 서울 미아 2동에 있는 하늘씨앗교회 김옥성(48) 목사가 여기에 앉아있다.

그는 왜 예배당의 편안한 마룻바닥 대신 길 위에 자리를 펼친 것일까? 김 목사가 서울 미아동 주민들과 함께 영훈국제중 설립을 반대하기 위한 농성에 들어간 때는 지난 22일부터다. 

농성 사흘째인 24일 오전, 김 목사는 농성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처럼 설명했다.

"영훈국제중이 되면 영훈중은 사라집니다. 우리 자녀들은 더 먼 거리의 중학교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려요. 그런데도 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은 영문도 모르고 있어요. 우리가 언제 잘 사는 사람들, 한해 1000만원짜리 귀족 학원과외 받는 것 반대했습니까? 그런데 공교육인 중학교까지 귀족학교를 세우겠다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김 목사가 예배당을 나와 길 위에 앉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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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서울 영훈학원 고위 인사가 길 위의 김 목사에게 한 마디를 내뱉고 영훈중 교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혐오시설을 당장 치우세요."

조금 뒤 김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혐오시설이라는 얘기는 우리가 노숙자라는 말이지요. 맞아요. 천막도 파라솔도 없이 햇빛 아래 이렇게 앉아있으면 딱 노숙자 모습이지요."

진보라색 옷 위에 흰색 목 칼라를 댄 로망칼라 옷을 입은 그는 "예수님도 항상 소외되고 힘든 이들과 함께 했다"면서 "이 옷을 입고 나오면 그래도 (국제중에 찬성하는) 통반장 분들이 덜 덤빈다"고 농담을 했다.

영훈중 정문에서 50m 떨어진 곳에 차린 농성장 맨 위에는 '환영, 영훈국제중학교 설립'이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 아래에서 김 목사와 강북지역 주민 3명은 이날 '제가 갈 중학교가 사라졌어요', '중학교 입시부활 반대'란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명을 받고 있었다.

"자녀의 영훈중 입학을 앞둔 송천초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400명이나 서명을 받았어요."

강북지역 주민이면서 참교육학부모회 일을 하고 있는 홍승희씨의 말이다.

이 농성을 이끌고 있는 김 목사는 교사들 사이에서 '행복한 교실 만들기' 강사로도 유명하다. 교육청에서도 인정하는 직무연수의 강사로 참여한 최근 5년 동안 수천 명의 교사가 그의 강의를 들었다. 현재 그는 영훈중 근처에 있는 삼양초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딸에게 조심스레 농성 얘기 꺼냈더니...

이런 김 목사에게도 걱정이 있다. 그의 딸이 영훈중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딸이 피해라도 입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어제서야 이야기를 꺼냈어요. '초등학생들 행복을 앗아가는 국제중을 반대하려고 아빠가 나섰는데 이해해줄 수 있겠니?' 하고 물어봤지요."

되돌아온 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란다.

"아빠, 더 쎄게 (농성)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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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제중, #김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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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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