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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율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부세 개편방안을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율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부세 개편방안을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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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방안을 보면, 종부세 감세의 이유를 OECD 국가와 비교시 재산과세 비중이 너무 높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산과세 비중이 3.7%인데 OECD 평균은 2.0%, 미국 3.1%, 일본 2.7%의 수치를 비교하고 있다.

OECD 기준 재산과세는 코드넘버 4000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부동산에 대한 세금(거래세와 보유세 모두 포함) 뿐 아니라, 상속증여세, 자본거래세(우리나라의 경우 증권거래세가 이에 해당함), 부동산외 다른 자산에 대한 세금(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관련 세금이 이에 해당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코드넘버 4000을 기준으로 비교하여 종부세 감세의 근거로 삼는 논리는 전형적인 통계왜곡에 속한다.

이를 인식하여 기획재정부는 비교표 밑에 증권거래세와 상속증여세를 제외할 경우 한국의 총조세 대비 재산과세 비중은 12.8%에서 11.0%로 낮아지지만 OECD 평균 4.5% 보다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세금이 여전히 포함되어 있으며, 부동산 관련 세금 역시 거래세가 포함되어 있다. 종부세는 부동산보유세에 속하므로 부동산 관련 세금 중에서도 부동산보유세만 갖고 비교해야 정확한 비교가 된다.

기획재정부의 낯뜨거운 숫자놀음

그러면, 우리나라의 부동산보유세 수준은 어떠할까?

조세연구원의 조세통계자료시스템 중 국제비교자료를 보면, OECD 자료를 인용하여 재산과세를 비교한 표가 있는데 OECD 기준 재산과세의 범위를 고려하여 비교표 밑에 부동산 보유세 및 거래세만 별도로 주요국과 비교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합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2.19%, 미국 2.82%, 영국3.34%, 일본 2.21% 캐나다 3.4% 등으로 주요국과 비교하여 오히려 낮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부동산세제는 거래세는 지나치게 높고 보유세는 지나치게 낮다고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2007년 세정연감에 의하면, 부동산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의 연간 징수액은 약15.7조인 반면 부동산보유세인 재산세는 3.1조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종부세 연간징수액 약 2.5조원을 고려하면 부동산보유세는 부동산거래세의 35%에 불과하다. 앞에서 언급한 부동산 보유세 및 거래세 합계액의 GDP 비중에 이 비율을 대입하여 GDP 대비 부동산보유세 비중만을 별도로 산출하면 약0.6%가 된다.

기획재정부가 재산과세 전체를 가지고 국제 비교한 것은 이러한 내용을 몰라서 그랬을까? 몰라서 그러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큰 문제이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갖고 국가의 근간인 조세제도를 다루는데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기획재정부가 모르고 그러한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지난 2005년 8월 31일자로 당시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부동산제도개혁방안 세제부문에 대한 설명문답자료' 18쪽을 보면, 우리나라 GDP 대비 부동산보유세수 비중은 0.6%로 미국 2.6%, 영국 3.4%, 일본 2.1% 캐나다 2.9% 등 주요국가 보다 낮으며, OECD 평균 0.9% 보다도 낮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고 있다.

재산과세라는 단어는 재산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재산과세 비중이 높다고 발표할 경우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일반국민들은 그냥 부동산보유세 수준이 높다고 믿게 된다. 이러한 잘못된 연상 작용에 의한 인식오류를 의도적으로 유도한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부동산보유세 수준이 국제적으로 비교하여도 낮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적절치 않은 통계자료를 의도적으로 인용하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편, 소득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서울시의 경우 7~8% 수준으로 뉴욕 5.5%, 도쿄 5% 등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수치를 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실제가격 대비 보유세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과 보유세를 대비하여 실효세율은 산출하는 방식은 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다.

내가 무식하여 처음 듣는 수치라고 하여도 이 역시 종부세 감세의 논리적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원래적인 의미의 보유세 실효세율(부동산 실제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시가 10억원인 주택이 0.4%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5~1.6%이고 일본은 1% 수준으로 주요국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편이다(국세청 보도자료 '2007종합부동산세 전망' 2007. 3. 15).

이처럼 주요국과 비교하여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득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집값에 그만큼 거품이 많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는 거품을 잡거나 적어도 더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보유세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종부세 감세는 1%의 최상위 계층을 위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정당성을 가질 수가 없다. 정당성이 없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니 기획재정부가 무리하여 억지논리를 동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태그:#종부세,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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