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옷장 한 구석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쓸모없던 코듀로이 스커트. 뭔가 실용적으로 변신 시켜 볼 수는 없을까?
▲ 단지 유행이 좀 지났을 뿐인 코듀로이 스커트 옷장 한 구석에서 공간만 차지하고, 쓸모없던 코듀로이 스커트. 뭔가 실용적으로 변신 시켜 볼 수는 없을까?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패턴을 대고 옷본대로 원단을 자르면 난단-버리는 부분-이 생깁니다. 난단은 습관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게 됩니다. 이따끔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버리는 것 외에 달리 쓸모가 없었습니다. 퀼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손바느질 실력을 쌓고 싶어서 시작한 퀼트의 매력은 작은 원단에서 큰 원단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과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드는 데 있습니다. 조각 천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쓸 수 있으면서,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기 때문에 완성품을 쉽게 버리지도 못합니다. 난단도 살리고, 유행과 상관 없이 오래오래 사용하고 심지어 대를 물려주기도 하니 이래저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요.

미술과 패션디자인을 공부한 저는 아방가르드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즐겁게 일했지만, 지난 봄 패션쇼를 끝으로 더이상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퀼트를 배우고, 손으로 생활에 필요한 소품과 옷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유행 지나면 바로 폐기처분 되는 '신상'들

패션은 유행에 가장 민감한 분야입니다. 물론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습니다. 자동차, 출판, 음식도 유행이 있고, 심지어는 여행법이나 라이프스타일, 사상마저도 유행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유행보다도 패션에서 유행은 매우 빠릅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개개인의 패션 스타일보다는 하나의 큰 유행을 소비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렇게 소비하고 다시 '복고'라는 이름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난 시즌 아이템들은 '촌스럽다'는 말로 철저하게 외면당합니다.

입을 수 없고 팔 수 없는 옷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한번 상품성을 잃은 옷은 처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집니다. 우선 비용문제가 발생합니다. 재고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땡처리'업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양산되는 재고를 다 처리해낼 수는 없습니다.

일단 재고가 돼버리면 팔기 곤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눠주기조차 곤란합니다. 크기와 디자인 선호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크기나 취향도 문제지만, 입는 사람과 옷의 '어울림'이나 '맞아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브랜드와 이미지 관리까지 생각하면 더 난처할 수 있구요. 일일이 라벨을 떼는 것도 그렇고 다시 유통을 하는 것도 추가 비용이 듭니다. 가난한 곳에 옷을 보내주고자 해도 운송 비용 등 '처리'하는 데는 일정한 액수의 비용을 내야 합니다.

빵보다 골치아픈 재고를 재활용 원단으로

겨우 일주일이면 상하고, 하루면 상품성이 사라지는 빵은 의외로 재고가 생긴다고 쓰레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상품성을 잃은 빵은 빵값을 낼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료로 나눠줄 수 있고, 배 고픈 이에게 한 줄기 위로라도 되어줄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을 채 넘기기 어려운 빵이지만 쉽게 '쓰레기'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 기준으로 옷보다 훌륭한 상품입니다. 옷은 유통기한 일주일짜리 옷에 비해 재고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주변을 통해 유행 지나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보니 꽤 많은 양의 원단이 모입니다. 아마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해서 <오마이뉴스>에 입지 않고 잠자는 옷들을 재활용 원단으로 사용해 만든 것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재봉틀 작동법이나 손바느질, 패턴을 그리는 일은 전문 기술에 속할 지 모르지만, 100년 전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 만들어 입었을 만큼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들입니다. 어렵다고 여기면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쉬운 것부터 도전해 보세요.

내 손으로 만든 작품으로 생활 풍경을 조금씩 바꾸다 보면 버리는 것도 줄어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정성 가득한 선물을 하는 기쁨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땀 한 땀 연습해보면서 몰입과 손맛의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코듀로이 치마를 주방장갑으로

니퍼로 분해합니다.
▲ 일단 치마를 분해하자! 니퍼로 분해합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다림질을 해주면 하나의 새로운 원단이 됩니다. 주어진 원단 소재 특성에 맞으면서도 당장 필요한 것이 뭘까를 고민해보니, 주방장갑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 다림질을 합니다. 다림질을 해주면 하나의 새로운 원단이 됩니다. 주어진 원단 소재 특성에 맞으면서도 당장 필요한 것이 뭘까를 고민해보니, 주방장갑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사용자의 손에 맞게 패턴을 떠줍니다. 단열을 위해 솜도 함께 재단하고 안감도 같이 재단합니다. 이때 두 개를 동시에 만들 것을 고려해서 두개를 재단합니다. 주의! 하나만 끝까지 다 만들어 놓고, 주방장갑을 사용할 때가 돼서야 하나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이 과정에서부터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 패턴을 만듭니다. 사용자의 손에 맞게 패턴을 떠줍니다. 단열을 위해 솜도 함께 재단하고 안감도 같이 재단합니다. 이때 두 개를 동시에 만들 것을 고려해서 두개를 재단합니다. 주의! 하나만 끝까지 다 만들어 놓고, 주방장갑을 사용할 때가 돼서야 하나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이 과정에서부터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겉감과 안감 그리고 솜까지 이어주는 작업입니다. 하나로 일체시키지 않으면 미끄러워서 불편합니다. 그리고 누빔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보기도 좋습니다.
▲ 누빕니다. 겉감과 안감 그리고 솜까지 이어주는 작업입니다. 하나로 일체시키지 않으면 미끄러워서 불편합니다. 그리고 누빔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보기도 좋습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스커트의 벨트 부분을 이용해서 손목부분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벨트고리로 못에다 걸 수 있도록 걸개를 만들었습니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퀴즈를 풀듯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개성이자, 또다른 재미입니다. 주방장갑말고, 겨울에 벙어리 장갑으로 쓸까하고 잠시 고민해봅니다.
▲ 손목부분을 박아줍니다. 한 손 완성~ 스커트의 벨트 부분을 이용해서 손목부분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벨트고리로 못에다 걸 수 있도록 걸개를 만들었습니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퀴즈를 풀듯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개성이자, 또다른 재미입니다. 주방장갑말고, 겨울에 벙어리 장갑으로 쓸까하고 잠시 고민해봅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만약 깜빡하고 한개만 완성하면, 잔업을 해야 합니다. 두개를 만들어줘야 뜨거운 것을 잡기 편합니다.
▲ 완성 만약 깜빡하고 한개만 완성하면, 잔업을 해야 합니다. 두개를 만들어줘야 뜨거운 것을 잡기 편합니다.
ⓒ 정원영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우리 가족 그린 특종 응모글'



태그:#재활용, #환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